은퇴하고 나면, 지금까지 나를 나타내주던
그 정체성이 하던 일과 함께 ‘실종’돼 버립니다.
노년에도 존재감 있게 살아가려면,
은퇴와 함께 실종된 시그니처 캐릭터를 복원하거나
아예 새로운 시그니처 캐릭터를 만들어야 해요.
미국 작가 메이 사튼은 오랜 ‘가짜 삶’ 끝에 진짜 자기 얼굴을 찾은 경험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더군요.
“나 이제 내가 됐네. 여러 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느라 시간 많이 걸렸네. 나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녹아 없어져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네.”
이 구절, 정말 마음을 울리지 않나요? 나이 먹어가면서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모습이야말로 진짜 ‘나’의 온전한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젊었을 때는 주변 환경에 이리저리 휩쓸려 나만의 색깔을 찾기 어려웠지만, 나이가 들수록 타인과는 구별되는 고유한 성격과 가치관이 단단해지는 걸 느껴요. 우리는 자기다워질 때 비로소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거겠죠?
나이 든다는 것, 저는 이걸 자연의 리듬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몸도 결국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일 때, 남은 인생을 보내는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더라고요. 인생 2막, 정말 새로운 시작이 필요한 때 아닌가요? 현역 시절에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화려한 꽃을 피웠다고 해도, 인생 후반기는 또 다른 세상이잖아요? 남은 인생을 의미 있게 살아가려면 ‘자기다움’을 찾아야 한다고 믿어요.
자기답게 사는 것이야말로 자연스러운 리듬을 따라 사는 것 아닐까요? ‘자기다움’이란 결국 나의 고유한 정체성과 본성을 인식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거예요. 외부 영향이나 사회적 기대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진정으로 느끼고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따라 살아가는 것, 그게 바로 자기다움이죠.
이 자기다움을 실현하려면 ‘나’를 제대로 아는 ‘자아 인식’,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자기 존중’, 그리고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자기 표현’이 필요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관심사와 열정을 찾고, 나만의 가치관과 목표에 따라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자, 이제 한번 탐색해 볼까요? 나는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능력과 재능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지 말입니다.
인생의 가을에는 새로운 결실이 필요하잖아요? ‘가을’이라는 단어는 때론 쓸쓸함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수확’의 느낌이 훨씬 크게 다가와요. 낙엽 지는 소리가 우리에게 변화의 영감을 주는 것처럼요. 건강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사람마다 ‘시그니처 캐릭터(signature character)’, 즉 대표 강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 하면 딱 떠오르는 그만의 대표적인 특성 말이죠. 좋은 식당에 가면 대표 메뉴인 시그니처 메뉴가 있고, 명문 골프장이라면 경치가 가장 좋은 시그니처 홀이 하나쯤 있듯이요. 우리는 이런 시그니처 캐릭터를 통해 그 사람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는 보통 직업이나 직책이 그 사람의 시그니처 캐릭터가 되곤 하죠. 그런데 은퇴하고 나면, 지금까지 나를 나타내주던 그 정체성이 하던 일과 함께 ‘실종’돼버립니다. 노년에도 존재감 있게 살아가려면, 은퇴와 함께 실종된 시그니처 캐릭터를 복원하거나 아예 새로운 시그니처 캐릭터를 만들어야 해요.
사람들은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잖아요.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는 그 순간, 정말 ‘멋짐’이라는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자신의 강점을 깊이 들여다보고, 느끼고, 실제로 발현하는 순간 놀라운 능력이 발현되죠. 여러분도 자신만의 대표 강점을 만들어 그걸 나만의 브랜드로 만들어보는 건 어떠세요? 우리는 대표 강점을 실행할 때 비로소 진정한 ‘나’의 모습, “이게 바로 나야!”라는 짜릿한 느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살다 보면 참 안타까운 분들을 많이 보게 돼요. 그중 가장 안타까운 분들은 몇 개월, 몇 년에 불과했던 부장, 이사, 사장, 회장 같은 호칭으로 남은 인생을 계속 살아가는 분들이에요. 그런 분들에게는 부장, 이사, 사장, 회장 이후의 삶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은퇴 후에는 자기의 대표 강점을 새로 만들고, 그것으로 ‘나’라는 존재를 다시 확인해야 유쾌한 흥분감과 함께 행복을 느끼며 노년기를 잘 보낼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저분은 어린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동화 작가야.” “저분은 자신의 책을 두 권이나 펴낸 수필가야.” “저분은 탱고를 잘 추는 진정한 춤꾼이야.” “저분은 숲을 사랑하고 숲에 미쳐 사는 자연인이야.” “저분은 화가를 꿈꾸는 멋진 그림쟁이야.” “저분은 불행한 사람을 돕는 성인 같은 사람이야.”
어떠세요? 이렇게 ‘나’를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자신만의 독특한 ‘유니크 1’을 꼭 찾아 그것을 비전으로 연결해보세요. 어릴 때 얼굴은 부모님께 물려받은 것이지만, 노년의 얼굴은 우리가 살아온 삶의 모습이잖아요. 나의 대표 강점을 찾아서 재미있게 스토리텔링 해보는 거죠. 아마 당신의 얼굴은 건강과 활기로 넘쳐나게 될 거예요! 당신의 ‘시그니처 캐릭터’는 무엇이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