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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 같은 눈망울이 트레이드 마크인 김민종 배우는 1980년대 후반부터 200년대 초반을 주름잡은 청춘톱스타였다. 광고 모델로 활동하던 그는 1988년 영화 「아스팔트 위의 동키호테」(감독 석래명)로 데뷔했고, 이듬해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감독 강우석)의 아웃사이더 ‘손창수’ 역할로 관객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드라마 「느낌」, 「미스터 Q」, 「수호천사」 등에서 주연 자리를 꿰차며 안방극장의 흥행 보증 수표로 승승장구했다. 솔로 가수, 손지창과 결성한 듀오 ‘더블루’ 등으로 음반 활동도 활발하게 했고, 가요 프로그램에서 수십 회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영화 쪽에서는 배우 이경영이 메가폰을 잡은 「귀천도」(1996)에서 정조의 호위무사 역으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지만, 이후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흥행작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따르면 ‘(이)경영이 형이 무조건 출연하라’고 권했던 「삼인조(1997)」는 이제 ‘깐느박’으로 불리는 박찬욱 감독이 언급도 하지 않는 그의 두 번째 영화였고, ‘윤제균 감독은 천재’니까 무조건 하라는 소리에 출연했던 「낭만자객」(2003)은 그의 마지막 상업영화가 됐다(이후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와 「국제시장」으로 천만 영화를 두 편 찍었다). 2005년 「종려나무 숲」(감독 유상욱)을 끝으로 그렇게 김민종은 트라우마를 안은 채 충무로를 떠났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그리움, 갈망은 식지 않고 오히려 끓어올랐다. 20년 만의 복귀작으로 선택한 영화 「피렌체」는 모든 것을 잃은 중년 ‘석인’이 자신의 젊은 날의 열정이 남아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로 떠나며 삶을 돌아보고 상처를 마주하는 영화다. 「피렌체」는 ‘가슴이 먹먹하다’, ‘내 이야기인 것만 같다’는 관객평들로 입소문을 타며 적은 상영관 수에도 개봉 1주일 만에 1만 7천 관객을 모으며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도 참석했다는 그는, 「피렌체」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정식 초대받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공백기를 가지려고 한 건 아닌데, 경험을 쌓으며 다시 기회가 올 거라 믿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피렌체」로 관객을 다시 만나게 돼서 정말 좋고요, 또 스크린에서 제 모습을 다시 보게 돼서 감회가 정말 새롭네요. 손익분기점인 20만 명을 넘으면 러닝개런티를 받을 수 있어요. 중년분들, 움직여주세요!”라며 여전히 사슴 같은 눈망울로 싱긋 웃는 김민종 배우를 만났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20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피렌체」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줄 기사 보고 알았어요. 음, 이창열 감독님과는 4년 전에 처음 만났어요. 「쉐인의 전쟁」이란 영화에 출연을 제의하셨는데 시나리오가 재밌더라고요. 주인공은 부담스러워서 조연인 빌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김민종은 악역은 안 된다”라시더라고요. 그리고 1년쯤 지날 무렵 빌런 역할을 키워서 시나리오를 수정했다고 하시더라고요. ‘OK’했죠. 촬영 전까지 머리를 좀 길러 달라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고 캐스팅이 계속 난항을 겪으면서 2년 넘게 시간이 흐른 겁니다. 에이, 머리나 잘라야겠다. 오늘 자를까, 내일 자를까 하던던 중에 감독님 연락이 온 거죠. 머리 잘랐냐며, 아직 안 잘랐으면 기다리라고요(웃음). ‘오래전에 쓴 시나리오’라며 「피렌체」 시나리오를 건네주셨습니다.

 

시나리오 읽고 바로 OK 하신 건가요?
아뇨. 어렵더라고요(웃음). 사실 미팅날 못 하겠다고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근데 PD가 “이런 천재적인 발상의 시나리오는 처음 봤다”고 말하고, 게다가 촬영을 「범죄도시4」, 「공조」, 「추격자」 등을 찍은 이성제 촬영감독님이 한다는 거예요.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자기가 찍겠다고 했다고요. 아무래도 내가 시나리오를 잘못 본 건가, 싶어서 고사하러 갔다가 시간을 며칠 더 달라고 했습니다(웃음). 그리고 감독님으로부터 시나리오에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죠. 두세 번 보니 읽히더라고요. 그래, 이 작품으로 컴백하자고 결심했습니다.

‘노개런티’ 출연이 화제가 됐습니다.
아직도 이게 그렇게 이슈 될 만한 이야긴가 싶긴 합니다만, 사실 영화 자체 예산이 풍족하지 않아서요. 작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했는데, 감독님이 감동을 받으셨는지 ‘러닝개런티’로 해주겠다시더라고요. 그 이야기 듣고 예지원 배우가 자기도 러닝으로 할 걸 하길래,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내가 받으면 준다고요(웃음), 그런데 진짜로 그런 마음이 큰지, 어제 관객 수 그래프가 확 올라가는 꿈을 너무 리얼하게 꾼 겁니다! 중년 관객의 울림과 입소문이 중요한 영화입니다. 20만 명 선언했습니다! 저 러닝개런티 받을 수 있게 중년분들이여, 움직여 주세요(웃음)!

 

‘석인’은 일 말고는 가족도 모르던, 아니 가족을 챙겨주고 싶지만 일 때문에 못 챙기다가 어느덧 해고를 당한, 한국에서는 흔한 중년이죠. 캐릭터는 어떻게 구축하려고 했나요?
석인의 마음에 공감이 되더라고요. 제가 결혼은 안 했고, 자식은 없지만 그동안 살아오면서 좋은 일들, 힘든 일들이 있었을 거잖아요. 석인은 그 상승과 하강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 지금 마음을 캐릭터에 이입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힘든 일이 올 수 있을 텐데 어떻게 겪어내고, 또 극복할 것인지 상상하면서요.

석인은 대사가 거의 없죠. 있다고 해도 상대역이 있을 때 주고받는 정도고요. 사실상 이 영화는 김민종의 1인 로드무비라고 느껴질 정도로 거의 모든 씬에 등장합니다. 대사가 적은 데다 표정만으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데 상당히 어려웠을 거 같아요. 감정선을 초반, 중반, 후반에 어떻게 가져가려고 했나요?
감정은 흐르듯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사가 많지 않고 표정으로만 감정을 전달해야 하니, 지루할 수 있지만 지루하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죠. 표정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상황까지 루즈해지면 절대 안 되니까, 조금이라도 감정을 담으려 노력했어요. 외로운 감정이 담기면 더 루즈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는 담담하게 표현하려고 했고요. 감정이 막 올라올 때는 감독님과 상의해서 톤에 대한 완급 조절을 했어요. 많이 믿어주셨고요.

 

구체적인 장면을 예로 들어준다면요?
너무 많은데, 동창회 씬을 예로 들면요. 차 키를 잃어버리고 찾으러 식당에 돌아가자잖아요. 그런데 화를 내야 하는 거예요.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하는 생각에 감독님께 여쭤봤죠. 그랬더니 여기서는 석인이 쌓여왔던 울분을 터뜨려야 하니까 에너지를 확 뿜으면 좋겠다고 설명해주셨죠. 그래서 시간을 조금 더 달라고 해서 감정을 잡았고, 확 터뜨렸습니다.

해고당할 때도 침묵을 지켰던 석인이 딱 한 번 영화에서 화를 내던 바로 그 장면이군요. 석인은 치매까지는 아닌데 깜빡깜빡해요. 이유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요. 배우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했나요?
이건 관객에게 던져야 할 질문 같아요. 진짜 중년의 시간이라고 할까요, 저도 깜빡깜빡하게 된 지 좀 됐어요. 중년에 접어들면서 저도 모르게 생기더라고요. 되게 자연스러운 현상 같은데 말이죠. 석인은 일에 너무 집중하고 그러면서 가족을 등한시하죠. 너무 그렇게 살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나이 들어가는 걸 까먹게 된 거예요. 분명 일을 열심히 하고, 달리는 건 중요하죠. 그래도 어차피 시간은 흐르게 돼 있고, 젊음의 나이는 영원하지 않다는 걸 이 설정에서 보여주는 것 같아요. 중년, 노년은 언젠가는 분명히 오는데 너무 일에 매여서 살아가면 결국 놓치는 건 자기 자신이잖아요. 자신에 대한 소중함을 갖고 살아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요? 가족도 그렇고요. 너무 앞만 보고 달리다가 자신을 잃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는 분명 이 영화에 있는 것 같아요.

 

피렌체에서 ‘주영’(예지원)을 만나서 하는 첫 대사가 “여긴 여전하네요” 더라고요. 저한테는 두 가지 의미로 읽혔어요.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라는 약간의 비아냥거림 또는 30년 전에도 여전히 아름다웠던 걸 알았으면서 그때 못 받아들였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같은 감정이죠. 이 장면은 어떤 감정으로 연기하셨나요?
맞아요. 시간이 지나도 멈춰있는 도시가 피렌체가 아닐까 싶어요.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은 개발이 되기도 하는데, 피렌체만은 유독 변하지 않는 도시로 유명하게 서 있더라고요. 저는 그게 멈춤의 시간을 표현하는 것 같이 느꼈어요.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기억 속 어느 시점에 딱 멈춰서 살아있는 시간이 있잖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석인에게는 젊은 혈기로 떠난 배낭여행에서 만났던 엔조가 기억 속에서, 그의 삶에 있어서 가장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런 멈춤의 시간인 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우에게 그런 ‘멈춤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많이 있죠. 일단 ‘더블루’, 「귀천도」 시절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바빠서 헬기 타고 행사를 다녔던 시절이죠. 지방 극장에 무대인사를 하고 헬기 타고 다른 지방 이동하던 중에 (이)경영이 형한테 전화가 왔어요. 헬기 안에서도 전화가 터지더군요(웃음)! “민종아, 월요일까지 매진됐어!”하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죠. 또 드라마 「느낌」 할 때 너무 중요한 스케줄이 겹친 거예요. 드라마 촬영 때문에 못 간다고 했더니 헬기를 보내준 겁니다. 감독님이 보내주는 대신 조건을 거셨어요. 헬기에 촬영감독을 태우라고요. 촬영감독님이랑 저랑 타서 이륙하고 한 바퀴 돌면서 찍고 내리셨죠. 덕분에 「느낌」에 멋진 부감샷이 한 컷 들어갔습니다. 헬기에서 내려다보니 이정재, 류시원 이런 배우들이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어줬고요. 다 너무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들이죠. 그런데 행복한 시간 다음에는 불행이 오잖아요. 그걸 준비해야 한다는 걸 좀 나중에 깨달은 거 같아요. 좋다고 너무 즐기면서 허비해야 했다고 할까요? 행복을 만끽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면서 살았다면 뒤에 굴곡이 있을 때도 덜 공허했을 거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석인은 피렌체에서 과거 자신과 ‘엔조’(해리 벤자민)의 모습을 발견하고 쫓아가지만 결국 만나지 못하죠. 석인은 30년 전 자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고 생각하세요?
방금 말씀드렸던 거랑 비슷한 맥락인데요. 과거에 살아오면서 자신이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는지, 석인에게는 30년 전 엔조와 피렌체에서 보냈던 그 시간이었던 거 같고요. 한국에서 열심히 살다 보니 정말 친했던 친구 결혼식도 못 가고, 그렇게 놓쳤던 시간들을 다시 유정의 노크를 통해 피렌체로 돌아오면서 더듬어보는 겁니다. 피렌체를 걷는데 자꾸 젊은 석인을 만나요. 처음에는 누군지 모르다가, 자신이란 걸 발견하고 쫓아갑니다. 그런데 나이 먹어서 쫓은들 뭐가 바뀌겠어요. 과거는 추억이고 지금이 나인걸요. 그렇게 과거를 좇는 후회하는 삶을 살면 안 되는 거 같아요. 뭐든 현재가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니까, 놓치지 말라고, 너무 일에만 치우치지 말라고, 하루하루 소중하고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라고 말해주고 싶었을 거 같아요. 감독님도 그런 마음을 시나리오에서 표현하려 했던 거 같고, 저는 연기로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던 거죠. 지금의 내가 중요하니 하루하루의 행복을 놓치지 말고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건데, 저에게도 굉장히 공감됐어요.

 

어떤 면에서요?
열심히 또 즐겁게 살다 보니 어느덧 중년이 됐고요. 과연 내가 놓치고 산 건 뭔지 저도 모르게 자아 성찰을 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놓친 거, 잘못한 것들을 성찰하면서 앞으로는 그러한 부분들에 대해 후회 없이 살자, 누군가에 실수했다면 또 상처를 줬다면 그러지 말자고요. 「피렌체」라는 영화는 앞으로 제가 살아가는 방법론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을 준 거 같아요.

엔딩씬이 압권입니다. 저도 보면서 울었습니다. 그 장면 찍을 때 기억 나세요?
너무 감정이 복받쳐 올라서 몰입이 아니라 거의 빙의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첫 테이크가 너무 좋았는데, 너무 이입한 나머지 눈물, 콧물이 막 나온 거예요. 감독님이랑 촬영감독님이 감정선은 너무 좋은데 콧물을 CG로 지워야 하나 이런 상의를 하고 계시더라고요(웃음). 약간 과장해서 한 말이고요. 감정 톤을 좀 더 낮춰서 찍어보자고 하셔서 다시 연기했어요. 현장에서는 좀 아쉬운 감정도 있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역시 디렉션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피렌체 촬영이 3주라고 들었습니다. 어떠셨어요?
출국부터 기적적이었습니다. 프리 과정에서 첫 회의 때 피렌체는 날씨가 안 좋으니, 비가 와도 찍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죠. 제가 방송에서도 이야기했는데, 「피렌체」는 하늘이 도운 작품이라고요. 촬영만 들어가면 비가 오다가 그쳐요. 오더라도 살짝 흩뿌리고요. 그래서 감독님에게 ‘날씨 요정’이라는 별명이 붙었죠. 두오모 성당 촬영 때는 정말 천둥, 번개가 엄청났어요. 옥상에 도착했는데 폭우가 내리는 겁니다. 시간은 한정돼 있으니 어쩌겠어요. 그런데 딱 나갔더니 비가 그치고 그림처럼 새들이 날아다니는 거예요! 정말 하늘이 도왔다, 빨리 찍자 해서 리허설도 없이 찍었어요. ‘컷’ 하고 바로 폭우가 또 쏟아지는 거예요. 청년 시절의 석인과 엔조가 같은 장소에서 이어서 찍었는데, 비가 오면 오히려 효과적인 장면이어서 기분이 정말 좋았죠. 하루하루가 정말 살얼음판 걷기였는데, 그렇게 기적적으로 하늘의 도움을 받아 찍은 영화입니다. 그런 기적이 좀 더 일어나면 좋겠네요. 중년의 움직임(웃음)!

일정이 타이트했는데 그래도 촬영 끝나고 배우들끼리 뒤풀이 자리는 있었겠죠?
현장에서는 매일매일 자신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요. 가끔 회식을 했는데, 저는 다음날 촬영 준비를 하느라, 더 있고 싶지만 잠깐 앉았다가 먼저 들어가서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려 했어요. 그 감정을 다음날 현장에 가져가려고요.

 

가벼운 질문 하나요. 영화에서 보니 다들 패딩 껴입고 다니는데, 혼자서만 너무 니트, 수트, 스웨트 등등 ’가을가을‘하게 입으신 거 같던데요. 안 추우셨나요?
엄청 추웠어요. 우리 스태프들은 다 패딩 입고 저를 바라보고 있는데, 어쩌겠어요. 감내해야죠. 뜨거운 열기로!

개봉 전 예고편만으로 조회수 1억 3천만 뷰를 기록했고, 영국 한 언론에서는 ‘ ’라고 극찬을 받기도 했어요. 요즘 무대인사 다니고 있는데 현장 반응은 어떤가요?
호불호가 있지만,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다행이죠. 중년 이야기니까, 중년 관객들이 많이 봐주시면 공감대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젊은 관객이라면 부모님의 삶, 삼촌이나 주변 어른들의 삶을 이번 영화를 통해 보고 느끼면서, 자신이 중년이 되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 볼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피렌체」는 ‘2025 글로벌 스테이지 할리우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놀랐죠. 시사회 전에 극장 앞에서 인사를 했어요. 교포분들도 많이 왔지만, 외국 영화 관계자들도 많았거든요. 악수할 때 반갑게는 하는데 좀 무거운 분위기였달까요? 영화 시작하고 살짝 나와서 극장 옥상에 올갔습니다. 시사회를 한 극장 바로 옆에 아카데미시상식 하는 건물이 있었거든요. 할리우드 거리를 내려다보며 관객들이 영화 잘 봐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기도했어요. 엔딩 30분 전쯤에 다시 극장에 들어갔는데 분위기가 괜찮더라고요. 울먹이는 분들도 계셨고, 그러다 엔딩크레딧 올라가는데 엄청 큰 박수가 터져 나오더라고요. 일어나서 박수치는 분도 계셨고요. 와, 이게 외국 관객 감성에 더 먹히는 영화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영화 출연이라 반가운데, 앞으로 스크린에서 더 자주 만나고 싶습니다. 차기작은 뭐로 준비 중인가요?
북미 시사회 때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 한 분이 영화를 너무 잘 봐서 상사에게 보고했는데, 그분도 영화를 좋게 봐서 북미 개봉에 힘써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거물급 프로듀서였어요! 이창열 감독님이 이달 중에 미팅 갈 예정인데요, 그래서 감독님과 한 작품 더 할 거 같습니다. LA 폭동 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마마」(가제)라는 영화입니다. LA폭동 때 한인마트가 전부 부서지고 불탔잖아요. 그 중에 유일하게 흑인들이 나서서 지켜준 마트가 딱 하나 있대요. 힘든 흑인들 위해서 돈 안 받고 퍼주던, 흑인들이 ‘마마’라고 불렀던 여주인이 운영하는 마트였죠. 저는 거기서 마마의 한량 남편 역할을 맡을 예정입니다(웃음)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요. 그래도 지금은 「피렌체」가 더 중요하니까, 입소문 나고 중년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그런 전파가 일어나는 작품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창열 감독님의 페르소나가 되시는 걸까요(웃음). 할리우드 진출 축하드립니다. 글로벌 스타 응원하겠습니다!
아유, 저는 그냥 국내에서 열심히 하는 거죠.

‘더블루’ 시절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은데, 가수로 복귀할 계획은 없나요?
새 앨범을 낼 계획은 없고요. 단독 콘서트도 좀 부담스러워요. 여럿이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무대는 언제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작년에 강남뮤직페스티벌 때 Re.f, 김현정 등등 당시 같이 활동했던 가수들이랑 영동대로에 무대를 설치해서 공연을 했는데, 정말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생각해보니 「불후의 명곡」도 있었네요. 그런 무대라면 언제든 참여할 거 같습니다.

데뷔 때부터 ‘사슴 같은 눈망울의 청춘 스타’ 명성은 여전한 거 같은데, 그래도 날렵했던 턱선에서 좀 접히는 게 보여서 세월의 흐름이 담긴 인간미가 느껴지더라고요(웃음). 배우에게 중년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 영화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의 남성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가 됐으면 좋겠나요?
다 내려놨습니다(웃음). 스크린으로 보니 흰머리도 많더라고요. 그런데 그래서 더 석인이라는 캐릭터에 더 가까워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중년이라는 시간에 들어서면 여러 일들이 생기잖아요. 잠깐 멈춰서기도 하고, 뒤돌아보기도 하면서요. 끊임없이 뒤만 돌아보는 사람도 많거든요.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너무 뒤돌아봐서도 안 되고, 지금 멈춰 있고 주저앉아 있다고 해서 안 되는 거잖아요. 잠시 멈춰있을 뿐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말이죠. 멈춤의 시간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이 뿌리였다면, 앞으로는 가지를 뻗고 열매를 맺기 위해 뛰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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