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출판문화원 교양출판팀(이하 교양출판팀)은 디지털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도 언제나 제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다양한 주제의 책을 출간해왔다. 흥미롭고 폭넓은 주제의 교양서를 펴내는 ‘지식의날개’, 방송대 내외 교수들의 연구를 학술 서적으로 알려온 ‘에피스테메’ 두 브랜드를 축으로 재미있고 유익한 책,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더없이 필요한 책, 내면에 잠든 자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책을 기획하고 있는 교양출판팀 구성원들에게 2026년 독자들을 찾아올 새 책들에 대해 들어본다.
이현구 기자 zuibm@knou.ac.kr

더 밝은 내일을 위한 다양한 관점
2월 출간 예정인 『민주주의의 위기와 헌법재판』은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 로잘린드 딕슨(Rosalind Dixon) 교수의 저서를 번역한 책이다. 민주주의 수호와 사법부의 역할에 관한 존 하트 일리(John Hart Ely)의 이론을 계승한 딕슨은 일리의 논의가 미국적이고 절차적이라는 한계를 지적하며 ‘대응적 사법심사 이론’을 주창했다. 그는 일리의 이론을 현대적으로 확장해, 사법부가 민주주의의 오작동인 독점 권력의 출현이나 입법적 사각지대를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법부는 법적 정당성과 정치적 맥락을 동시에 고려해 입법부와의 대화를 복원하고 민주적 대응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환경보건학회에서 10년 만에 새로 집필한 『최신 환경보건학』은 최신 연구성과를 망라하고, 방송대 이경무 교수(보건환경안전학과)를 비롯한 21인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1개 장씩 집중적으로 서술했다. 기후변화와 다양한 환경재난으로 인해 환경보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경향을 반영한 이 책은 환경보건의 개요에서부터 유해인자, 환경매체, 건강영향 평가, 환경보건 정책과 교육에 이어 지구건강까지 상세히 고찰해 전문가와 정책 관련자, 일반 독자들이 환경보건학에 대해 좀더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방송대 강상준 교수(사회복지학과)가 대표 저자로 참여한 『IMF 이후의 사회복지』는 IMF 사태 이후, ‘보호’나 ‘구제’가 아닌 ‘권리’의 개념으로 재정립된 한국 사회복지의 발전 과정을 추적한다. ‘보편적 복지 대 선별적 복지’ 혹은 ‘시혜적 복지 대 생산적 복지’에 관한 오래된 논쟁을 넘어, 복지에 관한 인식과 제도의 전환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를 탐구한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 스테디셀러 시리즈
2021년 첫 출간 후 많은 사랑을 받아온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제6권도 3월에 독자들을 찾아간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역사, 제도, 예술, 문화, 산업, 지리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뤄온 방송대 일본학과의 이경수 명예교수와 강상규 교수를 주축으로 한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은 전편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더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속편을 빚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양한 주제의 도감으로 유명한 영국 DK 출판사의 ‘DK 지도로 보는…’ 시리즈 세 번째 책인 『DK 지도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은 4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출판문화원이 앞서 출간한 『DK 지도로 보는 세계사』, 『DK 지도로 보는 전쟁사』는 초·중등학생과 역사 애호가들에게 이미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담당자인 신경진 편집자는 “먼저 출간된 책들에 비해선 짧은 시기를 다루는 이번 책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과 진주만 공습에서부터 전후 세계의 재편까지 제2차 세계대전의 육해공 전투에 대해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전쟁사 마니아, 역사 덕후, 학생 등 다양한 독자가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추천의 이유를 밝혔다.
법학적성시험 출제기관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직접 펴낸 기출문제 공식 해설서이자 로스쿨 지망생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은 『법학적성시험 문제 해설』 신판은 추리논증, 언어이해 등의 과목에 따라 6권으로 나뉘어 11월에 출간될 예정이다.
건강과 웰빙 관련 도서
고령화와 평균소득 증대 등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웰빙에 초점을 둔 책들도 있다. 노동절 전후엔 『주 4일제가 온다』가 출간된다. 담당 편집자 박혜원 팀장은 “이미 우리 앞에 다가온 주 4일제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인공지능(AI) 발전의 혜택을 모두가 공평하게 누리는 데 ‘주 4일제’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흥미롭다”라고 평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올 『불혹의 건강』은 방송대의 정영일(보건환경안전학과)·김동우(생활과학부)·윤은선(생활체육지도과) 교수가 노인병내과 전문가 등과 함께 집필한 통합 건강 안내서다. 담당자인 장빛나 편집자는 “40대 이후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선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 책은 다양한 전문가들이 설계한 중년 이후 건강 관리법을 담고 있다”라며 추천했다.
8월에 출간될 『트라우마 공감학교』는 전직 대안학교 교장과 저명한 심리치료사가 ‘트라우마 인지 교육’의 필요성과 효과, 전략을 설파하는 책이다. 큰 사고나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 즉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80%가 넘는다는 보고가 트라우마 인지 교육의 중요성을 대변해준다.
문화와 예술의 향기
모더니즘 및 페미니즘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미발표 원고 뭉치가 최근 영국에서 발견됐다. 그가 1907년 25세의 나이에 쓴 이 원고들의 한국어 판권을 두고 다수의 국내 출판사들이 경합한 끝에 교양출판팀에서 번역 계약을 체결해 『바이올렛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7월에 출간할 예정이다. 책에 담긴 세 편의 단편소설은 이전까지 울프의 첫 소설로 알려진 『출항』보다 무려 8년이나 앞선 작품들이다. 우리가 알던 울프의 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코믹하고 유쾌한 스토리가 이어지며, 『자기만의 방』등 이후 작품에 대한 단서를 찾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방송대 정준영(문화교양학과)·박상현(생활체육지도과) 교수가 함께 집필했으며 2026년 월드컵 개막 직전인 5월에 출간할 『세트플레이』는 축구 이야기이자 현대사 이야기이기도 하다. 축구라는 스포츠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정치·경제·문화·사회와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해 왔다는 관점에서 제목(가제)을 정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바우덕이』를 쓴 임정진 작가는 『동화작가의 창작법』으로 9월경에 독자들을 만난다. 동화 작가 지망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책은 동화 창작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또 황효숙 서울여자간호대 교수의 『문학으로 읽는 돌봄감수성』은 사회적으로 그 중요성을 더해 가는 돌봄이라는 주제를 자기돌봄, 타인돌봄, 공동체돌봄으로 구분하고 다양한 문학 작품을 통해 고찰한다.
독특한 주제의 책들
최근 방송대 교육에서 AI를 적절히 활용할 방안을 찾기 위해 특강과 기고, 연구, 학술교류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손진곤 교수(컴퓨터과학과)의『수학을 다시 만날 결심』도 빼놓을 수 없다. 3월에 출간될 이 책은 수학자 이야기를 읽고 자연스럽게 수학적 개념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할 예정이다. 수학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실행했던 것을 후회하던 이들에겐 수학과 다시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철학을 통해 윤리적 갈등 극복과 관계 회복 방안을 모색하는 『관계의 윤리학』, 문해교육의 가치를 조명하고 학습자 평가 지표를 제시한 『평가의 힘』은 2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 밖에도 역사적 인물들을 통해 아버지의 역할 변화를 조명하고 새로운 아버지상을 제시한 『아버지의 역사』가 5월, 도슨트라는 직업의 역사, 정의, 가치, 진로 등의 정보를 담은 『도슨트, 지식 안내인』이 7월, 중앙아시아 구소련 지역에 관심 있는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아시아의 시간』이 10월,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베트남 경제를 심도 있게 탐색한 『베트남의 시간』이 11월에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