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최기재 제29대 전국총동문회장

방송대는 대한민국 평생교육의 요람이자 85만 졸업생을 배출한 지식의 보고다. 하지만 거대한 규모에 비해 동문 간의 결속력과 모교와의 유대감이 느슨해 시대적 변화 속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전국총동문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최기재 동문(행정)을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낮은 자세’와 ‘순수한 봉사’를 강조하면서도, 모교의 미래에 대해서는 블록체인 전문가다운 날카로운 혁신의 목소리를 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30년 전 버스 안에서 우연히발견한 학보 한 장으로

인생의전환점을 맞았던 최기재 회장.
그는 ‘낮은 자세의 순수한 봉사’를약속하면서도,

블록체인 전문가답게 방송대가 AI와 첨단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미래형 교육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버스 뒷좌석에서 발견한 ‘학보’가 바꾼 운명
최기재 회장의 이력은 도전과 끈기의 연속이다. 전북 전주 출신인 그는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아메리카 웨스틴 명예박사(AWC) 학위를 수여받은 촉망받는 기업인이다. 현재 (주)멀티랩스퀘타 대표이사 겸 의장, (주)아토지오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중국 일대일로 한국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등 글로벌 무대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방송대는 한때 ‘넘지 못한 벽’이었다. 1988년 처음 경영학과에 입학했을 당시, 생업과 학업을 병행하며 홀로 공부하는 원격교육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여러 과목에서 F학점을 받으며 중도 포기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주소지가 전북이라 전북 학번을 받았는데, 혼자 책과 씨름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흔히 말하는 ‘쌍권총’을 여러 개 차고 방황하다가 결국 포기했더랬죠.”
그렇게 잊혀가던 방송대와의 인연은 1995년 우연히 찾아왔다. 버스 뒷좌석에 누군가 두고 내린 ‘방송대학보’(당시〈방송대신문〉, 위클리 전신)을 보게 된 것이다. 그 시절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던 배움에 대한 갈증이 다시 타올랐던 그는 1996년 행정학과에 신입생으로 재입학하며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신입생 대표 선서를 시작으로 학년 과대표, 행정학과 학생회장, 제17대 서울총학생회장, 제18대 전국총학생회장을 거치며 그는 30년 가까운 세월의 중심에 ‘방송대’를 채워놓았다.

시련 속에서 단단해진 ‘봉사의 철학’
최 회장이 제29대 전국총동문회장직에 임하며 ‘더 낮은 자세’를 강조하는 데에는 과거의 뼈아픈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2001년 전국총학생회장 임기를 마칠 무렵, 당시 총동문회가 보유했던 거액의 동문회관 건립비가 부당하게 사용될 위기에 처했다. 최 회장은 이를 막기 위해 선후배들과 함께 필사적으로 노력했으나, 결국 기금은 바람처럼 사라졌고 그는 오히려 관련자들에 의해 ‘영구 자격정지’라는 징계를 받는 고초까지 겪었다.
“그 기금은 동문들의 피땀 어린 돈이었어요.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두운 기억이지만, 현재 총동문회장으로서 돌아보면 선배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재판과 조사 등 억울한 세월을 견뎌낸 그는 징계가 풀린 뒤에도 학교를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동숭골프회’를 구성해 학교 발전후원회 기금 모금을 시작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봉사를 이어왔다. 그렇기에 그에게 전국총동문회장직은 명예가 아니라,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동문회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 죽비와 같은 자리다.

‘봉사하는 아름다운 You!’를 슬로건으로
최 회장은 ‘봉사하는 아름다운 You!’라는 기치 아래 4가지 주요 공약을 제시했다. △동문회 활성화 △구성원 간 공감과 소통 강화 △방송대법을 활용한 학교 발전 △시대에 맞는 회칙 개정이 그것이다.
특히 그는 동문회 활성화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명분 있는 사업’을 강조했다. 그의 구상 두 가지는 스포츠를 통한 화합과 선행장학재단 확대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스크린 골프대회를 정례화하고 11년간 이어온 ‘I LOVE 방송대 마라톤 축제’를 정규 마라톤 대회로 확대 개편해 교직원, 재학생, 동문, 일반 시민이 한자리에서 땀 흘리며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계획이다.
또한, 성적 우수자뿐만 아니라 동문회 활동 중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나 묵묵히 봉사하는 동문들을 돕는 ‘선행장학재단’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려 한다. 이는 그가 서울총동문회장 시절 직접 사재를 출연해 시작한 사업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동문회 조직의 체질 개선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실제로 동문회 산하 부속기관을 17개로 대폭 늘리고 정보·조직·산하협력·권익·균형발전 등 전문적인 위원회를 신설했다. 상임부회장들에게 실질적인 업무 권한을 부여해 ‘일하는 동문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AI·블록체인 기반 교육 플랫폼 고민해야”
비즈니스 현장에서 무역 전문가이자 블록체인 기술자로 활동 중인 최 회장은 모교의 미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국무조절실장으로 재직할 때 최 회장의 ‘블록체인 특허’를 눈여겨봤을 정도로 그는 관련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 블록체인 관련 특허 2개를 보유하고 결제 시스템과 탄소배출권 플랫폼을 개발한 전문가답게 방송대의 시스템 혁신을 주문했다.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기술 확대로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혁신에 직면에 있습니다. 방송대도 AI와 블록체인 기반의 교육 플랫폼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타 사이버대학이나 이른바 SKY 대학들에 뒤지지 않는 첨단 대학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는 학교 당국이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학사 관리부터 교육 콘텐츠 제공까지 투명하고 진보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방송대학보인〈KNOU위클리〉에도 기대를 걸었다.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동문들을 발굴해 인터뷰하고 지역동문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을 높이사는 그는 “위클리가 주기적으로 현재처럼 도와준다면 동문회도 발전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특히 제29대에서 추진할 여러 사업들을 자주 소개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서, AI와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진화해 누구나 쉽게 정보를 검색하고 소통할 수 있는 ‘앞서가는 정보 매체’가 돼 달라는 당부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순수한 봉사자로 남겠습니다”라는 말을 거듭 밝혔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순간에도 자신에게는 어떤 정치적 욕심이나 사심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가 평소 ‘약속 시간 지키기’를 철칙으로 삼아온 것처럼, 동문들에게 약속한 봉사 역시 끝까지 지키겠다는 다짐이다.
“오랫동안 동문회를 지켜보며 무엇을 해야 할지 늘 생각해왔어요. 오직 동문들을 위해 순수하게 봉사하고, 이 시간이 지나가 훗날 부끄럽지 않은 회장으로 남고 싶어요. 그뿐이죠.”
30년 전 운명처럼 다가온 학보 한 장으로 삶의 경로가 송두리째 바뀌었던 최기재 회장. 이제 그의 진심 어린 열정이 85만 동문의 마음속에 어떤 변화의 새 바람을 불어넣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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