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극단 연우무대의 「최선생」으로 데뷔해 20년 가까이 연극 무대에서 내공을 쌓았고, 봉준호 감독의 눈에 띄어 「살인의 추억」(2003)으로 영화에 데뷔한 염혜란 배우가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 24시간을 분으로 쪼개 쓰는 열혈 공무원 ‘국희’ 역을 맡아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역동적인 변신을 꾀했다. 드라마 「도깨비」(작가 김은숙)에서 주인공 ‘은탁’(김고은)을 괴롭히는 이모 역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그녀는 이후 「더 글로리」(작가 김은숙), 「폭싹 속았수다」(작가 임상춘) 등으로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배우가 됐다. 일찌감치 해외에서 주목받고 4월 개봉을 앞둔 영화 「내 이름은」(감독 정지영)으로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그녀는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 직장과 가정에서 완벽하기만을 요구 받아온 한 인물이 플라멩코라는 춤을 만나며 억눌린 감정에서 벗어나 마침내 자유로운 한 사람으로 당당히 서게 되는 변화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아직 영화제 ‘뽕’이 완전히 빠진 건 아니라는, 완벽하지 못한 자기의 모습을 인정하는 순간 솔직한 자신만의 스텝을 내딛기 시작할 수 있다는, 영화를 통해 관객도 국희처럼 자신만의 박자를 되찾기 바란다는 믿고 보는 배우 염혜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영화 본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024년 여름에 찍은 영화가 드디어 세상에 나와서 참 감사하죠. 시사회에 와서 관객석 앉아서 속으로는 ‘괜히 본다고 했어’라고 항상 생각해요(웃음). 반응들이 너무 궁금해서 오긴 하는데, 촉각이 곤두서서 숨고 싶기도 하거든요. 귀엽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귀엽다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는데요. 「매드 댄스 오피스」가 워낙 규모가 작은 영화라 충분히 찍지 못했어요. 2회차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컸죠. 특히 피날레 공연씬은 5일이 필요했는데, 3일밖에 시간이 없었어요. 하필 장마전선까지 겹쳤죠. 장마와 무더위가 동시에 지나던 시기라, 배우들이 스탠바이 하고 있다가 갑자기 비가 내리면 천막에 대피하고, 비가 그치면 전 스태프들이 나와서 바닥을 닦고 다시 촬영 들어가면 다시 비가 왔어요. 더 보여주고 싶은 에너지들이 많았는데, 몰아서 찍다 보니 그런 점은 좀 아쉽습니다.
이번 영화가 원톱 영화라 특히 긴장되셨던 걸까요?
모든 배우가 그럴 거예요. 개봉을 앞두고 안 떨리는 배우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위안 받는 거죠. 저보다 훨씬 경력 많은 분들도 떨리는 건 마찬가지겠구나, 다 이런 마음이겠지, 하면서요. 그리고 「매드 댄스 오피스」는 원톱 영화가 아닙니다(웃음)!

원톱 주연을 맡아본 소감도 궁금하네요(웃음).
투톱 영화예요(웃음)! 연경 역을 맡은 최성은 배우랑 투톱인데 자꾸만 원톱 영화로 몰아가시니(웃음). 「매드 댄스 오피스」 이후로 다시는 주인공 역할이 안 들어오는 일이 생기면 안 되는데 말이죠(웃음). 조연이면 이 정도만 하면 된다는 피할 구멍이 있는데, 주연은 지붕이 좁더라고요. 감당해야 하고 짊어져야 할 부분이 크다는 거죠. 어디 가서 변명할 수도 없고요. 조연으로 출연하던 시절에는 제 장면이 편집되면 너무 아까웠거든요? 찍은 게 얼마나 된다고 그걸 자르냐고, 나는 이 장면 때문에 작품을 선택한 건데! 하면서요(웃음). 주인공이 되어 보니, 아, 없어도 되겠구나 싶은 장면이 보이더라고요. 주연을 맡으면서 작품 전체를 보는 눈도 생기는 거 같아서, 그런 입장이 이해 되기도 했고요.
주인공이 되어 보니 좋은 점은 뭐던가요?
주인공 시선으로 따라가는 장치가 많아요. 쉽게 말하면, 카메라부터 현장 스태프들이 주인공이 최대한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세팅해주시니까, 그런 도움을 받은 건 정말 좋았죠. 한편으로는 하기 싫지만, 공부도 해야 하고, 감당해야 할 부분이 커져서 부담은 됐지만요.
첫 원톱 주연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빛과 철」(감독 배종대, 2021) 같은 독립영화에서 주연을 맡으신 적이 있죠.
「빛과 철」도 투톱 영화였다니까요(웃음). 두 배우가 이끌어가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알겠습니다. 캐스팅 제안 받고 출연을 결심한 부분이 궁금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결의 영화였어요. 여성 서사 영화인데, 여성이 로맨스물의 주인공이나 장르물의 빌런 또는 피해자나 가해자로 나오는 영화가 아니었고, 그저 보통 여성의 이야기여서요. 그 점이 좋았습니다. 또 춤 영화에는 성장 서사가 있잖아요. 피날레에서 춤을 추면서 경쾌한 코미디 호흡으로 푸는 것도 좋았어요. 약간 이상한 코미디 같은데, 잘 만들면 좋은 영화 될 거란 느낌이 있었고요.
영화를 보면서 일본 영화 「쉘 위 댄스?」(감독 수오 마사유키, 1996)가 생각나더라고요.
저도 그 영화가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뭔가 틀에 얽매여 살던 주인공이 깨고 나오는 영화잖아요. 「매드 댄스 오피스」도 비슷한 느낌이 나오면 좋겠다고요. 국희의 ‘쉘 위 댄스’처럼요.

플라멩코라는 춤도 영화를 이끌어가는 한 축이 되는데요. 어떻게 준비하셨어요?
발목을 잃고 춤을 얻었습니다(웃음). 신발 세 켤레를 갈아치우며 연습했거든요. 플라멩코에는 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노래와 연주도 있더군요. 처음에 학원에 배우로 가서 무릎이 안 좋다고 말씀드리면서 몸을 좀 사렸는데요. 선생님이 발구르기를 딱 보여주시는데, 영화 속 국희처럼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바닥이 무너질 거 같더라고요. 플라멩코 학원은 지상에 없는지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그만큼 발 구름이 주는 울림이 강력했어요. 당당한 춤인데, 그 안에 울분과 한을 담은 당당함이어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플라멩코라는 춤이 이 영화의 주제와도 맞닿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견고한 콘크리트를 부수는 힘이랄까요? 조현진 감독님이 플라멩코를 몇 년간 배우셨던 게 이 영화에 녹아 있는 거죠. 플라멩코의 해방감과 행복감을 감독님을 통해 느낄 수 있겠다 싶어서 많이 여쭤봤습니다.

직접 춰보니 어떻던가요?
공연을 봤는데요, 왜 플라멩코를 ‘영혼의 춤’이라고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바닥에 소리가 잘 나는 판을 깔고 발을 구르는데, 그 소리가 정말 심장을 요동치게 해요.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추는 것 같은데, 사실 고도의 숙련된 계산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 자유로움을 느꼈어요. 사무실에서 플라멩코를 출 때는 뭔가를 깨부순다는, 춤이 국희에게 도움이 된다는 마음으로 췄어요. 그런 느낌이 잘 안 살길래 선생님께 조언을 구했더니 “영혼을 담아서 춰라”고 하시더라고요. 국희의 업악된 감정에 집중하면 더 잘 나올 거 같다는 생각으로 임했던 장면입니다.
사실 공무원 하면, 모두 그런 건 분명 아니지만, ‘무사안일’, ‘행정 편의주의’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잖아요. 25년 차 ‘갓생 공무원’ 국희 캐릭터에 공감이 가던가요?
완벽주의 공무원은 저와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일하는 사람으로 접근하니, 저 역시 배우로서 매일 수련하면서 경력을 쌓아왔던 방식이랑 비슷한 지점이 있더라고요. 한 분야에서 25년 넘게 했고, 성과도 냈기에 그런 지점에서 일을 대하는 태도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자신과 다르게 살아온 후배 직원들을 바라보는 입장이나, 자식에게 자신의 기준을 투영하는 모습도 저랑 비슷했어요. 제가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공감되는 부분은 분명히 있었다는 거죠.

국희는 처음부터 완벽주의였을까요? 캐릭터 구축은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해요.
타고난 지점도 있었을 거 같아요.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건,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왔고, 자신만의 루틴과 틀을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의 사람이었다는 이유도 있을 거잖아요. 그게 맞았던 거고요. 그런데 국희가 아픔을 겪으면서 더 견고하게 바뀐 거죠. 장점이 될 수 있었던 부분이 완벽주의로요. 그렇게 힘들게 살아왔기에 후배 직원들이나 딸에게 너희는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말라고 알려주고 싶었던 마음이었을 거 같아요.
국희 캐릭터 해석을 두고 조현진 감독님과 온도 차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촬영 끝나고 감독님이 “국희라는 인물이 염혜란 배우를 만나 약간 더 인간적인 국희가 된 거 같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아이고, 내가 뭘 잘못했구나, 싶더라고요(웃음). 나중에야 감독님 생각을 알게 됐는데, 감독님은 국희를 더 밉고 이해가 안 가는 상사이자 엄마로, 더 비호감에 가까운 사람으로 생각했대요. 저는 국희를 이해해 보려고 했는데, 감독님 머릿속에는 더 틀에 갇힌 인물이었던 거죠.

연경 역을 맡은 최성은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요?
처음엔 허당끼 있는 연경 역에 최성은 배우가 어울리지 않을 거 같았어요. 차갑고 냉철한 이미지인데, 허점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였죠.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만나니, 연기력으로 다 커버를 하더라고요. 중심을 잘 잡아줬어요. 특히 사이코드라마 장면에서 성은 배우가 포문을 열어줘야 했는데, 너무 잘해줘서 저는 그냥 끌려가기만 하면 될 정도였습니다. 정말 에너지가 좋았어요.
아이돌그룹 ‘오마이걸’ 출신의 아린이 엄마와 절연을 선언하는 딸 역할을 맡아 잘 소화했더라고요.
우리 영화의 첫 촬영이 바로 딸과 국희가 함께 나오는 장면이었어요. 여느 영화처럼 첫 촬영 분위기는 사실 뻑뻑해요. 영화의 톤을 어떻게 잡을지 스태프도 감독도 긴장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아린이 중심을 잡고 차분하게 연기를 하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헤맸죠. 테이크도 많이 갔고요(웃음).

중2 딸이 있으신데, 딸과 평소에 어떻게 지내세요? 혹시 국희처럼(웃음)?
그렇게 안 하려고 하는데, 저도 국희처럼 자꾸만 제 기준으로 보는 거 같아요. 저도 미성숙하면서 안 그런 듯이, 미성숙한 자녀에게, 왜 내가 그때 했던 실수를 똑같이 하려고 하니, 라는 시선으로 보는 거 같아요. 아이와 나는 다른데, 마치 아이가 나와 같아서 다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거죠. 국희와 저는 그런 부분에서 닮아 있더라고요. 너는 내가 제일 잘 알아, 하는 부분요. 착각인데 말이죠.
이번 영화 찍고 딸을 대하는 방식이 좀 달라졌나요(웃음)?
매번 다짐이죠(웃음). 하지 말아야지 하다가 또 싸우고, 또 반성하고요. 그 횟수를 줄여가는 거죠, 뭐. 저는 딸에게 편지 자주 써요. 편지라기보다 쪽지인데요. 매일 오늘은 어땠으면 좋겠다고, 내가 작아져서 네 주머니 속에 들어가서 뭐 하는지 보고 싶다고, 이렇게 썼던 쪽지를 아직도 가지고 있더라고요. 기억도 하고요. 영화에서 국희가 딸에게 마음을 담아서 편지를 쓰잖아요. 촬영 OK가 나고, 남은 편지지로 딸에게 편지를 썼어요. 엄마 이제 발 타이틀 따고 있어, 스태프한테 편지지 빌려서 쓰는 거야, 이렇게요. 딸이 그거 보고 울었대요(웃음).

집시여인 우미화 배우, 라이벌 총무과장 박호산 배우, 악성 민원인 백현진 배우들은 연극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 분들이어서 연기하기가 한결 수월했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편했어요. 미화 언니는 극단 연우무대에서 초창기부터 함께 생활했던 배우예요. 몸을 너무 잘 쓰는 분이죠. 같은 극단에서 작품을 함께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미화 언니랑은 정말 많은 작품을 했죠. 믿고 가는 배우라 자연스러웠어요. 집시여인이 “힘빼, 그런것도 다 플라멩코야”, “구두가 알려줄 거예요”라는 울림 주는 대사를 많이 했는데, 미화 언니 자체가 그런 사람이었어요. 박호산 배우도 연우무대에서 같이 했던 배우인데, 애드리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특출난 능력이 있죠. 한 장면에서 “김국희가 사람을 죽였다~!”라고 애드리브를 했어요. 감독님은 안 된다고, 대본대로 다시 하라고 하셨는데, 배우들이 너무 재밌다고 감독님을 설득할 정도였죠.
새빨간 옷을 입고, 분장도 강렬하게 했어요. 어색하지 않으셨나요?
더 세야 하지 않나, 싶어서 상의도 많이 했어요. 머리를 더 붙여보자, 라고 말도 하면서 캐릭터를 완성해 갔죠. 그런데 현실에서 너무 튈까 봐 자제한 부분도 있습니다(웃음).

이제 배우에 대해서 질문드릴게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으신가요?
「매드 댄스 오피스」를 2024년 여름에 찍었고, 그해 하반기에 「84제곱미터」(감독 김태준, 넷플릭스)를 찍었어요. 2025년에는 「어쩔수가없다」를 작업했고, 이후에 4월에 개봉 예정인 「내 이름은」(감독 정지영)을 찍었습니다. 지금은 촬영 없이 공식적인 행사에만 참여하고 있어요. 배우는 일하지 않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어요. 저는 국희처럼 일하면서 느끼는 게 더 많은 사람이었는데, 일 안 할 때 감정이 다음 작업에 자산이 되겠구나, 하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쉬는 동안 한국무용도 틈틈이 배우고 있어요. 예전에 중국어를 배우고 싶었는데, 작품에 들어가느라 못했거든요. 「내 이름은」 덕분에 한국무용을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울리는 연기도, 웃기는 연기도 다 잘하시죠. 비결이 뭘까요?
사실 저는 코미디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런데 자꾸 진지한 시나리오만 들어오더라고요. 원래 사람 자체가 진지한 편도 아닌데 말이죠(웃음). 뭔가 재밌게 찍을 수 있는 영화가 오면 좋겠다 하던 차에 「매드 댄스 오피스」를 만나게 된 거고요. 다양한 작품이 들어오는 건 행운인 것 같습니다.
캐릭터를 구축할 때 본인이 가진 재료를 녹이는지, 아니면 외부에서 끌어와서 하는지 궁금해요.
연기는 저에게서부터 출발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저로 시작해서 그 인물에게 다가가는 과정인 거죠. 초반에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제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말씀드리면, 나중에 이해가 될 때가 오거든요. 촬영이 끝나면 왜 그렇게 나랑 다른 인물로 생각했을까, 내 안에 다 있는 모습들이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국희도 마찬가지였어요. 멀리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는데, 일을 대하는 방식, 딸과 연경을 대하는 방식이 저랑 닮아있더라고요. 어떤 인물을 연기하든, 출발을 저로 하지 않으면 공감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내 이름은」을 언급하신 김에 질문드릴게요. 베를린국제영화제가 ‘비극적인 역사가 남긴 침묵을 깨는 경이로운 작업이자, 치밀하게 구축된 서사와 강력한 감정적 울림을 가진 작품’이라고 극찬했어요. 초청받아 레드카펫도 밟으셨죠. 영화제 ‘뽕’이 아직 안 빠지셨다고(웃음).
저는 스스로를 영화인이라고 별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드라마도 하고 연극도 했으니까요. 연화인들은 여전히 따로 모이는데 말이죠. 박찬욱 감독님 만나면서 제가 영화를 더 사랑하게 된 거 같아요. 영화제에 간다고 무조건 그런 건 아니지만, 영화제라는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말이죠. 한국 영화는 우리끼리 보는 거였는데, 이렇게나 많은 외국인이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갖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의 힘을 더 느낀 것 같아요. 영화제를 가면서 ‘뽕’을 더 차게 하는 거 같아요. 더 영화제에 많이 가고 싶다, 더 많이 누리고 싶다, 라는(웃음). 이번에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가서 제가 좋아하는 양자경 배우가 수상소감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너무 좋더라고요!
글로벌 스타가 되고 나서는 연기에 대한 부담도 커질 거 같아요.
스코어로 연결이 안 돼서 문제네요(웃음). 「어쩔수가없다」도 더 많은 관객이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매드 댄스 오피스」의 주제처럼, 조금 다른 길로 빠지더라도, 실패하더라도,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는 걸 느끼면서 그 실패를 감당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길을 찾아가는 거니까요. 주연으로 부담되지만, 그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니까요.

과거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매드 댄스 오피스」를 촬영하면서 느낀 건, 너만 옳은 건 아니야, 라는 점입니다. 어렸을 때 저는 제 방식대로 사람들을 봤어요. 나이가 들면서 좋은 건, 내 방식대로 사는 게 다 맞는 건 아니구나, 하는 점이죠. 어릴 때는 비슷한 사람들만 만났지만,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잖아요. 저와는 완전히 결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 함께 작업하면서, 제가 옳다고 생각했던 게 다가 아니란 걸 깨닫게 된 거죠. 편협함이 깨졌다고 할까요? 과거의 저는 국희처럼 딱딱했던 거 같아요. 그러니 이렇게 말해주고 싶네요. 너만 옳은 거 아니야, 너만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라고요.
예전 한 인터뷰에서 꾸준히 연기할 수 있는 비결로 ‘본인 얼굴’을 꼽으셨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으신지(웃음)?
옛날 같았으면 저 얼굴로 주인공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그런데 최대한 다양한 역할을 맡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매드 댄스 오피스」가 잘 돼서 앞으로도 다양한 캐릭터로 만나면 좋겠습니다. 아, 장항준 감독님의 「왕과 사는 남자」가 1천만 관객을 넘었다고 하던데요. 저희도 「매드 댄스 오피스」가 100만 관객을 넘으면 감독님부터 배우들 모두 관객 앞에서 플라멩코를 추겠다는 공약을 드립니다(웃음)!

「왕과 사는 남자」처럼 「매드 댄스 오피스」 역시 관객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하는 영화인 거 같아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어떤 느낌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시사회 때 보니 어린 친구들도 많이 왔더라고요. 부모님을 모시고 온 제 또래 관객도 보였고요. 다들 너무 재밌게 봤다고 입을 모으는 걸 보면서, 우리 영화가 보편적 감정을 다루고 있다는 걸 한번 더 느꼈습니다. 「매드 댄스 오피스」는 분석하는 영화가 아니에요. 그런 보편적인 감정들 안에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