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드 댄스 오피스」(감독 조현진)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직 사회에 발을 들인 Z세대 공무원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번번이 부딪히는 청춘 ‘연경’ 역은 최성은 배우가 맡았다. 데뷔와 동시에 신인상을 휩쓸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오른 최성은 배우는 영화 「시동」(감독 최정열, 2019)에서 실패한 킥복싱 선수로, 「십개월의 미래」(감독 남궁 선, 2021)에서는 예고 없이 찾아온 아이를 대하는 임신부로, 「힘을 낼 시간」(감독 남궁선, 2024)에서는 성공하지 못하고 은퇴한 아이돌로, 「로기완」(감독 김희진, 2024, 넷플릭스)에서는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인 마리로 분해 가히 ‘천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백지 같은 마스크가 모든 캐릭터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염혜란 배우와의 연기 장면에서 단 한 번도 에너지가 밀리지 않는, 강단 있는 연기도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질문할 때마다 골똘히 생각한 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조목조목 설명하는, 앞으로는 어둡고 사연 있는 역할보다는 현실 로맨스물에 출연하고 싶다는, 이 시대 모든 ‘연경’들이 좀 더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욕망대로 살아보면 좋겠다는 최성은 배우를 만났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드디어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촬영을 2년 전에 했어요. 중간중간 편집본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개봉하면서 완성된 영화를 보니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보여서 벅찼고, 또 감독님께 감사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에 해방감이 느껴지더라고요. 플라멩코라는 춤과 해방감이 많이 연결된 거 같기도 하고요. 그 감정을 관객들도 느끼면 좋겠어요.
「매드 댄스 오피스」에 합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제안이 왔었는데요, 염혜란 배우가 먼저 캐스팅된 상태였어요. 사실 영화를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염혜란 선배였습니다. 또 하나는, ‘연경’이라는 캐릭터였어요. 제가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서 연경처럼 풀어져 있는 인물을 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겁이 나긴 했지만, 그런 제안을 주셨던 지점이 흥미로워서 합류하게 됐습니다.

크랭크인 전에 조현진 감독, 염혜란 배우와 셋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요.
영화의 톤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많이 했어요. 저는 코미디가 처음인데요. 분명 과장된 장면들이 있지만, 연기를 할 때 땅에 붙어 있는 느낌을 줘야 한다고 느꼈거든요. 예를 들면, 국희가 딸과 겪는 일이 있고, 연경이 직장에서 마주하는 상황이 있잖아요. 그런 현실적인 부분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들을 써야 하는데, 그게 현실 톤을 넘어서면 안 되니까 ‘국희’와 ‘연경’이 그런 부분에서 접점을 어떻게 맞출지에 대해 감독님과 리딩을 하면서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시나리오를 읽고 연경 캐릭터에 대해서는 어떻게 분석했나요?
사랑이 많은 인물로 봤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마음을 나눠줄 수 있는 친구요. 영화 초에 연경은 자신을 믿는 힘이 부족해요. 그런데 이건 연경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신을 믿는 힘을 충분히 키우지 못한 사람들은 남들의 기준과 이야기에 휘둘릴 수밖에 없고, 거기에 자신을 맞추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연경이 후반부로 갈수록 자신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진 사람인지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와중에 국희와의 유대관계가 생겨나는데요. 서로의 연약함과 유약함을 꺼내 보이게 한 플라멩코가 큰 역할을 하죠. 그래서 플라멩코 장면들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관객이 국희와 연경의 관계를 볼 때 아, 정말 둘이 손을 잡고 잘 걸어나가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요. 그래서 염혜란 선배님과 촬영 전에 만나서 가까워지는 시간도 좀 보냈습니다(웃음).

연경은 몇 년째 우울증약을 달고 살 정도로 남의 시선을 의식하던 사람이죠. 그런데 영화 후반부에서는 무대에 올라 열정적으로 춤을 추며 시선을 즐기는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이런 변화의 포인트를 영화에서 어떻게 나타내려 했는지 궁금해요. 그런 감정이 변화하는 구체적 장면을 꼽아서 설명해 주신다면요.
음(고민). 처음에 연경이 실수를 하잖아요. 칭찬받을 줄 알고 했던 행동인데 욕을 들으면서 쓰러지죠. 그런 시기가 지속되다가 사이코드라마가 변화에 있어서 크게 한 축을 감당하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후에 플라멩코가 자신을 위한 춤이라며, 국희에게 무대에 서자고 제안하는 지점까지, 그렇게 연경의 변화가 크게 흘러간다고 생각했습니다. 힘들어하던 인물이 국희를 위해서 사이코드라마를 했지만, 그러면서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는 부분이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느껴지길 바랐죠. 무대만 서면 정말 자신을 위한 삶을 살 수 있을 거 같았기에, 공연을 하자고 제안하기까지, 연경은 사실 차근차근 변화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연경은 자신도 힘들면서도 딸의 마음을 잘 이해해요. 그 감정들을 국희에게 사이코드라마로 각성을 시키죠. 소심한 연경이 갑자기 국희에게 그렇게 파격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을까 궁금하더라고요.
모든 스태프도 이 장면이 중요하단 걸 알았어요. 둘의 관계에서 흐름이 변화하는 장면이었기에, 저 역시 그 감정들이 관객에게 잘 전달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앞에 잠깐 말씀드렸는데, 연경이 사랑이 큰 인물이라고 생각한 게 바로 그 지점인 거 같습니다. 국희에 대한 마음이 너무 컸는데, 그런 국희가 연경에게 다가오고 있는 사건이잖아요. 국희와 딸 사이의 너무나도 내밀한 모습을 보면서, 아, 과장님도 나와 똑같은 인간의 슬픔을 가진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낀 거죠. 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감정을 알 것 같다고 느끼기도 했고요. 영화에는 안 나오지만, 연경에게는 국희 같은 엄마는 아니지만, 더 무기력하면서 자기 기준을 강요하는 엄마가 있었을 거라고 상상했어요. 그런 엄마에게서 연경은 애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그러다 보니 딸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느꼈을 테고, 국희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합쳐져서 그때 연경이 가진 힘이 탁(!)하고 발휘가 된 거 같아요. 그게 바로 연경이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지점인 것 같고요. 의지가 앞서서 먼저 시작하는 게요. 물론 그렇게 확 행동부터 해버리기에 구청에 여러 사건들이 생긴 거지만, 예쁘게 보려면 또 예쁘게 볼 수 있는 지점이잖아요. 가끔은 선을 넘을 필요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게 연경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모습 같아요.

연경 캐릭터에 최성은 배우의 모습 중 닮아있는 부분이 있다면요.
사실 촬영 전에는 멀다고 느꼈던 거 같아요. 하겠다고 했는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웃음). 그래서 감독님한테 저한테 왜 이 캐릭터 주셨어요! 하면서 공격적으로 묻기도 했죠. 그런데 시기가 잘 맞았던 거 같아요. 제가 연기 훈련을 하는 장소가 있어요. 거기서 제가 저로 인식하지 못하는 제 모습을 꺼내는 연기 훈련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던 중에 이 캐릭터를 만나면서, 나에게도 이런 면이 있을 텐데, 있을 거야, 하는 희망, 기대, 두려움으로 시작했던 거 같아요. 지금은 연경 캐릭터를 통해서 많이 발견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연경에게 배우고 싶은 점이 있을 만큼요. 의도하진 않았지만 유약함과 연약함이 드러나는 인물이 바로 연경인데, 그게 한편으로는 부럽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지점에서 연경에게 마음이 갔죠. 동시에 자기를 혐오하고 채찍질하는 부분은, 저에게도 너무 크게 있는 부분이라 이해가 많이 됐어요. 자기 확신이 강한 국희 같은 인물에게 끌리는 건, 자신에게 그 확신이 없으니, 그런 사람을 찾아 똑같이 따라 하면 그 사람처럼 되겠지, 하는 열심 넘치는 마음도 이해는 됐고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연약해 보이거나 어찌 보면 멍청해 보이는 게 싫었어요. 반면에 연경은 의도했든 아니든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해 저와는 좀 다른 결인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그런 인상 때문에 멀다고 느꼈던 캐릭터였는데, 사실 그 안에 있는 감정에 공감 가는 지점이 컸습니다.
염혜란 배우는 국희 캐릭터에 대해 조현진 감독과 온도 차가 있었다고 말했는데요. 연경 캐릭터는 어땠나요?
감독이 그리고자 하는 연경과 제가 생각한 연경이 크게 다르게 느껴지진 않았던 거 같아요. 그런데 옷이나 머리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감독님이 연경을 좀 더 현실적인 인물로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죠. 이 장면에서는 연경이 안경을 쓰면 좋겠다거나 머리는 안 길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는데, 저는 의상 피팅하면서 그런 간극을 줄일 수 있었어요. 캐릭터성이 짙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생각한 연경은 그보다 훨씬 평범해서 땅에 딱 붙어있는 인물이었던 거죠.

외적인 부분 말고 연기에서 조현진 감독이 현장에서 특별한 디렉션을 준 것이 있다면요.
딱히 많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오히려 감독님이 연경이 같아서, 감독님을 보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죠. 감독님을 보면 되게 열심히 하려는 게 있거든요. 본인은 열심히 하고 싶은데, 긴장하는 모습에서 겉으로는 다 티가 나고요. 남에게 선한 에너지를 주고 싶은 게 보이니까 미워보이는 게 아니라 사랑스럽죠. 그게 연경 캐릭터와 닮아있다고 느꼈어요. 왠지 연경 캐릭터에 감독님이 많이 투영된 것 같다는? 개인적으로 연경 캐릭터를 상상할 때, 감독님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이 도움을 받은 거 같아요.
염혜란 배우와의 투샷 장면들에서 전혀 눌리지 않는 연기가 인상적이더라고요. 마치 박정민 배우가 신인 시절에 이병헌, 황정민 같은 쟁쟁한 배우들과의 연기에서 주눅들기는커녕 멋지게 합을 맞췄던 것처럼요.
같은 소속사이지만, 염혜란 선배는 이번 작업으로 처음 만났어요. 연기를 보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일 거 같은 게 느껴지는데요. 이번에 혜란 선배를 뵙고 나서 진짜로 느꼈어요. 왜 많은 관객들이 염혜란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선한 역할이든 악역을 맡든 정말 좋아하잖아요. 작업하면서 보니 저 역시 혜란 선배에게 인간의 향이 나는지를 너무 알겠더라고요. 선배님과 연기하면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한 번도 안 들었던 거 같아요. 그게 선배님이 가진 힘 같아요. 촬영 전에 종종 만나서 이야기했는데요. 주연 배우로 당연히 불안과 걱정이 있었을 텐데, 그걸 먼저 제게 털어놓으시는 거예요. 제 성격이라면 윗사람에게는 말할 수 있어도 후배에게는 그러지 못할 거 같았는데, 그렇게 해주시니 너무 고맙고 힘이 됐죠. 걱정이다, 불안하다라고 먼저 말씀을 하시니, 저도 연경처럼 어떻게든 팔 걷어부치고 돕고 싶은 생각이 들고요(웃음). 혜란 선배가 세월을 너무 잘 살아오신 게 나타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카메라 안이든 밖이든 너무 편하게 대해주시고 또 그 자리에 그대로 계셔주시니까요.

특히 합이 좋았던 장면이 있다면요.
사이코드라마 때가 제일 기억나죠. 정말 재밌었거든요. 선배님 눈을 보면서, 막 그렇게 쏟아낼 때, 와, 내가 이 사람이랑 이 공간에 있구나, 하는 강력한 느낌을 받았던 순간이었어요. 하나를 꼽자면 그 장면이지만, 저는 정말 선배님과 함께 한 매 장면들이 다 재밌었습니다.
플라멩코 춤 선이 유려하더라고요. 준비는 어떻게 하셨어요?
촬영까지 통틀어 3개월 정도 연습했던 거 같은데요, 쉽지 않았습니다(웃음). 사실 짧게 배운 거라 말하기도 좀 부끄럽긴 해요. 감독님이 플라멩코를 정말 좋아해서 오래 하셨대요. 영화에도 “플라멩코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춤이 아니라 자기를 위한 춤”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플라멩코 선생님이나 영상을 보면 정말 어떤 종류의 도취 혹은 해방에 가까운 춤이란 게 느껴져요. 그래서 감독님이 이 영화의 춤으로 플라멩코를 선택하셨겠죠. 그래서 처음 제게 플라멩코는 장벽처럼 느껴졌어요. 흥미를 느껴야 하는데 너무 안 생기는 거예요(웃음). 그게 제게는 좀 어려웠던 지점이었죠. 그런데 안무 감독님이 연경 캐릭터에 좀 더 맞게 플라멩코에 발레 동작이 섞인 춤을 알려주셨어요. 염혜란 선배님은 정통 플라멩코였고요. 제게는 플라멩코의 기술적 측면과 정신적인 부분까지 두 가지를 다 성취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압박감이 좀 있었습니다. 물론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혜란 선배도 집시여인으로 나온 우미화 선배도 같이 추다 보니 힘이 됐죠. 혼자 했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시동」(감독 최정열, 2019)에서 킥복싱 선수로 나오셨는데, 영화 끝나고 킥복싱이 취미가 됐다고 하셨잖아요. 이제 플라멩코로 갈아타시는 건가요(웃음)?
이번은 아닙니다. 끝내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는(웃음).
아까 사이코드라마 할 때 딸의 마음에 이입이 됐다고 하셨는데, 최성은 배우의 실제 어머니는 어떤 편이세요?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하면서 국희처럼 통제하지는 않는데, 말을 많이 하지 않으세요. 굳이 말하자면 표현 자체가 별로 없는 편이랄까요. 감정표현도요. 그래서 딸이 뭔가를 해내야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공감이 되더라고요. 저 역시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은데, 엄마가 표현을 잘 안 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100점이라도 받아 가야 엄마가 표현했거든요. 그런 저와 엄마의 개인적 관계를 생각하면서 연경이 딸의 상황을 이해하게 됐어요.
촬영 이후에 엄마랑 대화는 좀 늘었나요?
영화 보고 나서 최근에 많이 해요. 모녀 관계가 주가 되는 영화라서 더 그런 거 같아요. 그래도 음, 아무래도 플라멩코 학원에 모시고 가야 하려나요(웃음)?

이제 최성은 배우에 대해서 질문드리겠습니다. 쉬실 때 뭐 하세요?
별 거 안 해요. 취미가 딱히 없어서요. 맛있는 거 먹거나 그냥 친구들 만나 수다 떨면서 시간 보내요. 아니면 자연 속으로 가든가요. 시골이나 산 같은 조용한 곳으로 가서 책도 읽고요.
「힘을 낼 시간」(감독 남궁선, 2024)에서 은퇴한 아이돌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로기완」(감독 김희진, 2024)에서도 「시동」에서도 그런데, 매 영화에서 이 배우가 그 배우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이미지가 다양해요. 백지 같은 마스크가 모든 캐릭터를 빨아들이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런 연기 변신이 가능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힘을 낼 시간」의 ‘수민’은 저와 비슷한 캐릭터이긴 한데, 글쎄요. 이전 작품들에서는 좀 어둡고 사연 있는 역을 많이 맡았어요. 전 작품들에서는 캐릭터마다 힘든 부분이 있지만, 인물들에게 거리감이 좁다고 느꼈던 거 같아요. 어쩌면 제가 스스로를 그렇게 봐왔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이번 「매드 댄스 오피스」는 코미디 장르에 연경 캐릭터도 열심히 살아내려고 하지만, 겉에서 보면 좀 과하고 ‘헐랭’한 인물이거든요. 말씀드렸지만, 제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을 정도로요. 제게도 연경처럼 귀엽거나 멍청해보이는 지점이 있었던 건데, 제가 제 안의 것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연기가 재밌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좀 더 제가 안 해봤던. 자신과 멀다고 느껴지는 캐릭터들을 만나면서 연기 영역을 더 확장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염혜란 배우는 모든 연기는 자신 안에서 끌어낸다고 하더라고요. 최성은 배우는 어떠세요?
저도 그런 거 같아요. 배우마다 다르겠지만, 연기는 내 몸으로 하는 거고, 내가 가진 생각을 통해 캐릭터가 구축되는 거니까요. 그래야 정말 살아 숨쉬게 되는 거 같아요. 결국 내 안에서 나와야죠. 그래서 배우는 정말 인간으로서 삶뿐만 아니라 배우로서의 삶도 잘 살아야 하는 거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과연 얼마나 연기가 더 좋아질 수 있을까요? 요즘 저는 삶의 태도와 연기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해요.
연경의 롤모델이 국희였듯, 최성은 배우에게 롤모델이 있다면요?
늘 롤모델이라고 딱히 있지는 않았어요. 그때그때 좋아하는 배우는 있지만, 이 사람처럼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서요. 음, 전도연 배우나 이병헌 배우 같은 분들은 많은 연기자가 꿈꾸는 배우가 아닐까 싶기는 한데요. 인터뷰만 하면 생각이 잘 안 나네요(웃음). 요즘은 또래 배우에게도 관심이 생겨서 더 유심히 보기도 합니다. 그들은 어떤 얼굴로 어떤 인물을 그려내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여자 배우 중에서는 김미나 배우 관심 있게 보고 있고, 남자 배우 중에는 홍경 배우랑 언젠가 같이 연기하고 싶어요.

같이 작업하고 싶은 감독님이 있다면요?
감독님은 조금 많아요(웃음). 진짜 되게 치열하고 집요한 감독님을 만나서 작업해 보고 싶은데요. 박찬욱, 이창동, 나홍진 감독님이랑 해보고 싶어요. 세 감독님 작품들도 좋아하지만, 그런 끈질김, 집요함, 본인의 확고함을 대하는 내 모습은 어떨지에 대한 큰 호기심이 있습니다.
차기작은 뭐로 준비하고 있나요?
한준희 감독님이랑 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로드」인데요. 올해 말쯤에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는 허당미 있는 역할을 맡았지만, 전작들에서는 좀 사연 있고 어두운 인물들을 연기하셨잖아요.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요?
현실적인 로맨스를 해보고 싶긴 해요. 왜 웃으세요(웃음)? 마치 지금 내 옆에 있는 친구가 사귀는 것 같은 그런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아니면, 진짜 ‘또라이’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기도 해요. 모두에게 어두운 면이 있지만 안 보였던, 맑고 명랑하거나 아니면 아예 맛이 가버린 그런 인물을 연기하고 싶습니다.

2022년에 단편영화 연출도 하셨더라고요. 연출은 계속 하실 계획인가요?
하고 싶어요(웃음). 하고 싶은데 아직 뚜렷한 근미래의 계획이 있는 건 아니고요. 결국 저는 제 개인에서 시작돼서 보편적으로 가닿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요. 그건 제 상황이랑 같이 가야 하는 거니까, 1년이 될지 5년, 10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할 거예요. 연출이든 제작이든 글이든요. 연기만 하지는 않을 거 같아요.
첫 코미디 영화 데뷔인데, 만족하세요?
만족이요(웃음)? 촬영할 때는 이게 웃길까 하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어요. 배현진 배우나 다른 배우들이 나올 때 꽤 웃었는데, 시사회 때 보니 관객들이 연경이 나오는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분들도 많아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한 번도 안 해본 장르, 캐릭터여서 스크린에 보이는 제 모습이 좀 낯설기는 했습니다(웃음).
기자간담회 때 영화에 대한 호감도가 참 높았어요. 또 영화가 전체 관람가이기도 한데, 흥행은 어떻게 예상하세요?
되면 정말 좋겠죠? 너무너무 좋겠죠(웃음)? 요즘 한국 영화 중에 스코어 내는 작품들이 있는데, 사실 너무 좋은 일이죠. 그 흐름을 좀 이어가면 좋겠어요. 한 영화만 잘되고 안 되는 게 아니라, 한국 영화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타오르는 불처럼 그렇게 가면 좋을 거 같아요. 염혜란 선배님이 큰 힘이 되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웃음).

연경 캐릭터를 연기하며 최성은 배우도 변화를 겪었잖아요. 마지막으로 영화를 볼 수많은 현실 속 ‘연경’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신다면요.
저 자신에게 하는 말 같은데요. 당신의 몸이 따르는 대로 가보면 어떨까 하는 말을 하고 싶어요. 춤출 때 몸 말고요. 사실 몸에 집중하고 들여다보면, 몸이 참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 주는 거 같아요. 그런데 우린 살아내기에 바쁘고, 바깥에서 오는 기준, 소리에 자신을 맞추기 쉬운 세상에 살고 있잖아요. 내 몸에서 내는 소리를 좀 더 들으면,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자기에게 좀 더 허락하는 마음이 생길 거 같은데, 우리는 너무 몸의 소리, 감각, 신체의 욕망을 중요하지 않다고, 하등 쓸모가 없다고 내팽개치는 거 같아요. 그렇지 않아도 괜찮아, 너의 욕망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돼, 라는 허락을 자신에게 해줘야 할 것 같아요. 저 역시 제게 해주고 싶은 말과 똑같습니다. 그 에너지를 이 영화가 느끼게 해주는 거 같아요. 사실 우리가 사는 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삶에서 자꾸만 자신을 탓하고, 소외시키는 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 구조가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구조에서 개인을 더 비판하게 만드는 거 같고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니, 당신의 욕망을 좀 더 따라보면 어떨까요? 연경에 공감하는 모든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