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과제물 정시 제출 기간도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강의 내용을 복습하고 제시된 문항과 지시 사항을 세심하게 읽어본 후 작성한 과제물을 제출한 학우가 많을 겁니다. 반면에 자신의 과제물에 혹시라도 표절에 해당하는 부분은 없을까 염려돼 마지막까지 제출을 망설이거나 감점을 각오하고 추가 제출 기간으로 미룬 경우도 있겠죠. ‘표절’이란 무엇일까요? 표절로 인한 과제물 감점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송대를 비롯한 유관기관의 안내 자료와 학우들의 경험담을 참조해 표절 및 AI와 관련된 유의 사항을 소개합니다. 중간과제물 이후에도 유용한 내용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이현구 기자 zuibm@knou.ac.kr

저작권과 표절
「저작권법」제2조는 저작권의 대상인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며, ‘저작권(copyright)’이란 이러한 저작물을 만든 사람, 즉 저작자의 권리를 가리킵니다. 이 지면에서 저작권에 관한 복잡하고 방대한 내용을 모두 다룰 수는 없지만, 창작 의욕을 고취하고 정당한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사실은 꼭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저작권법」제4조는 문학·미술·음악·사진·영상 분야의 작품과 건축 설계도, 컴퓨터프로그램 등 저작물의 유형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예시일 뿐입니다. 대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SNS나 유튜브에 개인적인 용도로 올린 콘텐츠나 자기만 보려고 쓴 일기도 저작물에 포함된다고 해석합니다. 또 특허권이 성립하려면 법적 등록 절차가 필요한 것과 달리, 저작권은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은 창작과 동시에 발생합니다.
방송대 학우들의 공부를 돕는 튜터들과 멘토들은 과제물 작성 시 표절을 저지르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누누이 강조하는데, ‘표절(plagiarism)’은 또 무엇일까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선 표절을 “시나 글, 노래 따위를 지을 때에 남의 작품의 일부를 몰래 따다 씀”이라고 정의합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정의는 좀더 상세합니다. “(표절은) 법률 용어라기보다는 윤리적 개념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마치 자신의 저작물인 것처럼 사칭하는 것을 말한다. 저작권 침해와 유사하지만,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즉, ‘표현’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베끼거나 보호기간이 만료된 저작물을 베끼면 저작권 침해는 아니지만 표절에는 해당합니다.
정당한 인용과 공정 이용
표절을 피하기 위해 과제물의 모든 내용을 직접 창작할 수는 없습니다. 학습이라는 과정은 어떤 면에선 기존 지식의 답습이니까요. 자신의 사상과 감정만을 담는다면 대학 교육과정의 과제물이 아니라 일기나 수필이 될 겁니다.
표절을 범하지 않고도 다른 저작물의 내용을 자신의 글 속에 포함시키는 방법이 바로 ‘인용(quotation)’입니다. 인용은 타인의 말이나 글 가운데 일부를 끌어와 자신의 말이나 글 속에 넣고 주장의 근거로 삼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표절이 아닌 인용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타인의 말이나 글에서 끌어온 부분을 큰따옴표로 구분(직접인용)하거나, 인용의 대상이 된 타인을 명시하고 끌어다 쓴 내용을 식별할 수 있도록 적절히 배치(간접인용)해야 합니다. 각주나 참고문헌으로 출처도 밝혀야 하죠.
인용의 형식만 갖추면 과제물 대부분을 남의 글로 채워도 상관없을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공정 이용(fair use)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저작권법」의 관련 규정과 판례들을 참조하면, 공정 이용에 해당되기 위해선 끌어다 쓴 내용이 부수적이어야 합니다. 학우 여러분이 직접 쓴 부분(배)보다 인용한 부분(배꼽)이 커선 안 된다는 말이죠.
과제물 ‘창작’을 방해하는 유혹들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떳떳하게 공부하고 싶지만, 바쁜 일상을 살면서 머릿속에 담긴 지식과 아이디어만으로 글을 써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이런 장벽에 부딪혔을 때 유혹이 찾아옵니다. 우선 비교적 역사가 오래된 이른바 ‘지식 공유 웹사이트’가 있습니다. 이들 홈페이지에선 각종 대학 리포트, 논문, 자기소개서 등의 샘플을 유료로 제공합니다.
최근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과제물을 작성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적당한 프롬프트(지시문)만 입력하면 그럴듯한 과제물을 만들어주는 데다 짧은 글을 만들 땐 유료 결제조차 불필요합니다. 출제자가 일정한 조건하에 AI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과목도 늘고 있고요. 다만, 대학에서의 AI 활용 범위에 대해선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방송대 안에서도 여전히 논의 중인 듯합니다.
다음은 올해 편입한 J학우(생활 3)의 경험담입니다. “학교가 배정한 멘토가 이달 초에 보낸 메일엔 ‘생성형 인공지능(ChatGPT 등)을 이용한 과제 작성’이 △상업사이트에서 과제 구매 △다른 학생 과제 복사 △대리 작성 △표절과 같이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적혀있어요.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학교의 또 다른 부서에선 ‘과제물 작성을 위한 AI 활용법’에 관한 메일을 보내주더군요. 과목별 지시 사항을 살펴보고 AI 활용 여부를 결정하고 있지만, 처음엔 무척 혼란스러웠어요.”
의도치 않은 표절 방지
방송대를 비롯한 각 대학별 온라인 학생 커뮤니티엔 과제물 또는 리포트 작성 시 표절을 하거나 AI에게 전적으로 맡기고도 학점을 제대로 받는 노하우가 종종 게시됩니다. 유료로 구입한 자료의 내용이나 AI 생성 결과를 그대로 넣은 후 토씨 하나하나 세심하게 수정하고 문장 구조를 적당히 바꾸면 ‘안 걸린다’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반대로, 대부분의 내용을 직접 썼는데도 검사 프로그램에선 표절로 판정된다는 하소연도 적지 않습니다.
방송대 학우라면 중앙도서관 홈페이지의 ‘연구학습지원-학습지원-연구윤리/표절예방’메뉴에서 턴잇인(Turnitin)과 카피킬러 등 표절 검사 프로그램을 무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과제물의 전반적인 내용을 직접 작성하고 인용 형식을 지켜도 의도치 않은 불이익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마련된 서비스일 겁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표절뿐만 아니라 AI 생성물까지 가려낼 수 있도록 진화 중입니다. AI를 부적절하게 활용했는지를 또 다른 AI로 확인하는 셈이죠.
이와 관련한 K학우(영문 3)의 경험담입니다. “저도 표절 검사 프로그램을 사용했었는데, 직접 쓴 과제물의 표절률이 AI로 작성한 글보다도 더 높게 나온 적이 있어요. 처음엔 프로그램의 한계를 탓했지만, 제 과제물의 독창성이 부족했던 것 같기도 해요. 교재와 강의에서 배운 지식을 단순히 요약하는 수준이었으니까요. 예전엔 표절 검사 프로그램이 ‘OK’ 할 때까지 몇 번이고 고쳐서 제출했지만 이젠 그렇게 하지 않아요. 출제자인 교수님들도 프로그램에만 의존해서 표절 여부를 가려내시진 않는다고 들었어요. 학습한 내용에 대한 제 나름의 관점을 담아 작성하고 인용 형식을 지키면 대체로 문제가 없었습니다.” K학우와 같은 조언이나 경험담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과제물은 정체성에 관한 선언
이 대목에서 어느 방송대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과제물이나 논문 작성을 위해 표절을 하거나 AI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건 영혼을 파는 것과 같아요. 학습 성과와 연구 결과는 학생 또는 교수로서 형성해온 정신세계의 일부니까요.”
비슷한 맥락으로 Y학우(컴퓨터 4)는 이렇게 말합니다. “AI를 학습의 보조 도구로 사용하는 것 자체는 생산적이고 긍정적일 수 있죠. 하지만 아예 전적으로 의탁해버린다면… AI라는 도구를 활용하는 게 아니라 도구가 나를 대체하도록 허락하는 게 아닐까요?”
글을 맺으며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번 커버스토리도 내겐 하나의 과제였구나.’ 우선 작성 기한이 정해져있었고(결국 그 기한을 넘겨 추가 제출을 노려야 했고), 타인의 말이나 글을 인용할 땐 큰따옴표로 구분해서 표절을 피해야 했으며, 애써 쓴 글에 별반 새로운 내용은 없고 저작권에 관한 상식 나열에 불과하다는 자괴감이 들었고, 지식과 표현력 부족으로 절망하며 AI의 힘을 빌리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독자들이 이 글에 매길 평가 점수가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학우 여러분의 고충에 대해 여느 때보다 훨씬 더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앞에 소개한 교수님과 학우님들이 전해주신 고견을 되새겨보면, 학습한 내용과 지나온 삶이 함께 응축된 과제물은 단순히 학위 취득의 요건이 아니라 인간이자 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담은 일종의 ‘선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계속해서 무언가를 선언하며 스스로를 증명해야만 할지도 모르겠군요. 평가 점수가 어떻듯, 생성형 AI가 얼마나 발전하든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지속될 여러분의 ‘표현’과 ‘선언’을 응원합니다.
참고자료
김기태,『저작권의 진화』, 2026
문화체육관광부·한국저작권보호원 편,『대학생이 반드시 지켜야 할 저작권 상식』, 2024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편,『한눈에 보는 과제물 작성법』, 2021
한국저작권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copyright.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