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대 명저 106선 해제 ⑥

   김종철은 젊은 시절에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로서 활동했다. 1991년 〈녹생평론〉을 창간해 지금까지 발행해 오면서 저자는 문예비평을 넘어 생태환경 문제를 끈질기게 성찰해왔다. 저자는 환경 문제의 실제 현실을 다룰 뿐 아니라 해외의 환경 및 생태이론을 국내에 소개하는 작업에 전념했다. 단순한 이론 소개를 넘어서 지구환경의 악화를 경고하고 생태환경의 복원을 위한 인문학적 성찰과 전망을 제시하는 실천 활동을 펼쳤다. 『간디의 물레』(1999), 『땅의 옹호』(2008)가 1990년대와 2000년대 집필활동의 결과물이라면,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2019)는 주로 2010년대에 발표한 글 모음집이다. 이 책은 이전의 성찰을 넘어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등 저자의 인식 지평의 확대를 보여준다.저자의 세계관은 순환주의라는핵심어로 축약돼 있다. 순환론적 세계관은 전통농업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인간이 자연에 작용을 가해자연을 변화시켜 이용하지만, 이용한 후에 남은 것 모두는다시 흙으로 돌아가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순환을 근본적으로 가로막은 것이 산업기술문명, 화석문명이다.순환론과 협동적 자치공동체이 책에 나오는 중심내용은 공동체, 농업적인 것, 순환주의, 성장 없는 성장, 기본소득, 숙의민주주의 등으로 축약된다. 그 하나하나가 저자의 깊은 사색과 성찰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다. 저자 나름의 생각을 피력해나가면서도 적절하게 다른 사상가와 활동가의 예화를 근거로 들어 서술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저자의 생각대로 그들을 언급하고 인용하면서도 겉으로 보면 마치 그 사상가와 활동가들의 말과 예화가 글의 내용을 이끌어 가는듯한 인상을 준다. 저자 스스로 인용했지만, 공자의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는 말은 이 책에 가장 적합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저자는 철저한 반근대화론자다. 근대문명, 근대 산업기술문명이 지구환경의 악화를 부르고, 그 지구가 이제는 인간의 지배를 감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단언한다. 저자의 세계관은 순환주의라는 핵심어로 축약돼 있다. 순환론에서 세계의 모든 존재는 생성했다가 사멸하지만, 그것이 또다시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성장으로 이어진다. 순환론적 세계관은 전통 농업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인간이 자연에 작용을 가해 자연을 변화시켜 이용하지만, 이용한 후에 남은 것 모두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순환을 근본적으로 가로막은 것이 산업기술문명, 화석문명이다. 저자는 지구문명의 지속을 위해서는 우선 인구의 다수가 순환주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농업이 살아나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이름 아래 과학기술문명이 고도화될수록 역설적이게도 인간노동의 활동분야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농업의 재흥이다. 물론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의 재흥이 아니라, 협동적 자치공동체를 기반으로 되살아나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협동적 자치공동체는 또한 작은 단위의 지방자치제, 그리고 이런 자치제도에 토대를 둔 실질적 민주주의의 정립이다. 숙의민주주의에 기반한 정치질서 모색저자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대의민주주의가 위기에 직면했음을 경고하면서, 국민이 아닌 자치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그리고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도입한 새로운 정치질서의 도래를 꿈꾼다. 이런 정치질서는 생태환경의 악화를 막고 복원하는 데 긴요한 정치적 기제이기도 하다. 저자는 새로운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정책 결정을 숙의민주주의에 의존하는 방식을 강조한다. 주민들이 이런 방식에 참여함으로써 직접민주주의의 장점을 되살리고 또 그 경험이 주민들 스스로 공적 헌신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선순환구조를 갖게 되리라고 전망한다.  저자의 글과 주장은 당위론적 성격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농업으로의 회귀’라는 슬로건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떠올린다. 케네스 포머란츠의 ‘대분기’론에 따르면, 18세기 유럽과 동아시아 모두 인구증가를 겪었다.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있었고 그에 따라 인구가 증가했다. 그 결과 두 지역이 다 같이 환경 훼손과 생태환경의 위기에 직면하는데 유럽은 화석 에너지 사용과 자본집약적 방식을 도입해 그 위기를 넘어 산업기술문명의 길로 나갔다. 중국은 인구증가, 산림파괴, 토질악화라는 악순환의 덫에 빠져 침체의 길을 걸었다. 19세기 일본은 인구증가에도 불구하고 생태환경의 악화를 상대적으로 덜 겪었다는 연구가 있다. 가족적 연대, 공동체의 협조, 가장 및 생산자의 근면혁명이 어우러져 지나친 환경악화를 야기하지 않으면서도 증가하는 인구를 부양할 정도의 생산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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