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생에게 현실적인 경력 모델을 제공하기 위해 진로심리상담실이 지난해 ‘제1회 방송대 학습으로 연 커리어 성장기’ 공모전을 열었다. 5년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살다가 스마트팜 창업에 성공한 나경수 동문(농학 졸)이 영예의 대상을 받았다. 스마트팜 창업에 관심 있는 농학과 재학생, 동문 청년이라면, 나 동문의 창업 로드맵에서 실질적인 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사를 감수한 최은영 교수(농학)는 “정부가 추진하는 무상교육으로 교육을 받은 후 창농해 농업생산뿐 아니라 농업 컨설턴트 등으로도 직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라며 청년창업보육센터 교육생 모집에 지원해 볼 것을 제안했다. 진로심리상담실은 오는 10월 같은 주제로 제2회 공모전을 시행할 계획이니, 자신의 커리어 성장담을 공유하고 싶다면 꼭 도전해 보자(타 수상자는 추후 ‘진로·취업’면 연재).
김제=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도착하셨어요? 밖에 문 밀고 안으로, 아, 보이네요. 오시느라 힘들진 않으셨어요? 농장 안이 많이 덥죠? 저는 익숙해져서 괜찮은데, 헤헤, 마실 거 가져다드릴게요.”
하루에 버스가 서너 번 다니는 외진 곳에서 오이와 방울토마토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나경수 동문이 쉴 새 없이 말을 건넸다. 그의 수기의 첫 문단은 이렇게 시작한다. “혹시, 히키코모리라는 단어를 아십니까? (중략) 5년 전만 하더라도 사회와 단절된 채 히키코모리처럼 지내며, 방 안에서 컴퓨터만 붙잡고 살아가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렇게나 수다스러운 청년이 대체 어딜 봐서 히키코모리였단 말이지, 하는 궁금증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흙은 사람을 살린다”는 아버지 말씀
대학 졸업 후 화장품 회사에서 일했던 그는 훌쩍 호주로 떠났다. 워킹 홀리데이로 1년을 보낸 후 귀국했는데, 운동을 하다 십자인대 파열로 바깥 활동이 힘들어졌다.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2015년부터 아파트에 틀어박혀 온종일 게임만 했다. 낮과 밤이 뒤바뀌었고, 현관문 밖에는 배달 음식 용기가 쌓여갔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집 밖으로 그를 끌어낸 건 아버지였다. “흙은 사람을 살린다”라는 말에 그는 아버지의 포도 농장으로 출근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몸을 움직이고 바깥 공기를 쐬는 정도였다. 지대가 높은 포도 농장에서 아래로 펼쳐진 논밭을 보며 잠시 쉬는데, 거대한 유리온실이 눈에 들어왔다. 스마트 온실이란 건 나중에 알았다. 새참을 건네주던 어머니에게 “엄마, 나라고 저런 거 못 할 건 없잖아?”라고 말했는데, 말없이 웃기만 하셨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출근길에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공사 현장이었다. 축구장 30개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였다. 당장 컴퓨터를 켜 자료를 찾아봤다.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청년창업보육센터 교육생이 되다
여기서부터 나 동문의 스마트팜 창업기 팁이 시작된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정부가 스마트농업 인력·기술의 확산을 목표로 추진한 거점 시설이다. 청년들이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팜 전문 지식을 배우고 경영 실습을 하는 청년창업 보육센터, 교육을 마친 청년들이 저렴한 임대료로 직접 농사를 지으며 창업을 준비하는 임대형 스마트팜, 기업과 연구기관이 신기술·기자재를 테스트하고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R&D 공간인 실증단지로 구성돼 있다.
스마트팜은 다양한 작물을 수경 방식으로 재배하는 스마트 온실인데, 복합환경조절시스템을 사용해 온실 내·외부, 식물체 지상부와 지하부의 환경을 측정하고 제어한다. 현재 경북 상주, 전남 고흥, 경남 밀양 그리고 전북 김제까지 전국에 4개가 운영 중이다. 지역별 지원하는 4개의 교육 품목은 전북 김제의 경우 딸기, 토마토, 오이, 엽채류, 전남 고흥의 경우 딸기, 토마토, 멜론, 아열대 작물(레몬 등), 경북 상주의 경우 딸기, 토마토, 오이, 멜론, 경남 밀양의 경우 딸기, 토마토, 파프리카, 가지이다.
완공을 앞둔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교육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발견한 나 동문은 부랴부랴 준비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추진하는 청년창업보육센터는 예비 청년 농업인(만 18세~39세, 전공 무관)에게 20개월 동안 스마트팜 관련 교육을 제공한다. 2개월은 이론 교육(150시간), 6개월은 선도농가로 출퇴근하며 실습한다. 마지막 1년은 혁신밸리 내 경영실습농장에서 작물을 키운다. 나 동문은 농업을 하게 된 계기, 혁신밸리에서 어떤 작물을 재배하고 싶은지, 추후 창업 계획까지 진솔하게 썼고, 합격했다.
최은영 교수는 “청년창업보육센터 교육생 모집의 경쟁률은 4:1 정도다. 지원 서류 작성 시 지원동기를 매우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하고 창농 계획을 적절히 잘 작성해야 한다. 서류심사에서 최종 합격 인원의 2배수를 선발해 면접 심사를 하므로 면접 심사가 매우 중요하다. 면접에서 스마트 온실의 작물 재배에 대한 열정과 관심, 영농 정착에 대한 진정성, 협업이나 창업 역량(유통과 경영 등) 등에 대해 충분히 준비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혁신밸리는 1년에 한 번 52명씩 전국에서 208명을 뽑는다. 공고는 4~5월에 나오고 8월쯤이면 결과가 나온다. 합격하면 모든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매월 실습비도 지원해 준다. 나 동문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아 전국 4곳의 혁신밸리 중에서 김제 혁신밸리에 가장 사람이 몰린다고 귀띔했다.
2025년 기준으로 경쟁률은 전북 김제의 경우 268명 지원자 중 52명이 합격하였고(5.2:1), 토마토 80명, 딸기 93명, 오이 37명, 엽채류 58명 지원하였다. 전남 고흥은 160명 지원자 중 52명이 합격하였고(3.1:1) , 아열대 작물 38명, 토마토 63명, 딸기 42명, 멜론 17명 지원하였다. 경북 상주는 213명 중 52명이 합격하였고(4.1:1), 토마토 73명, 딸기 84명, 멜론 19명, 오이 37명 지원하였다, 경남 밀양은 195명 지원자 중 52명이 합격하였고(3.8:1), 토마토 76명, 딸기 79명, 가지 21명, 파프리카 19명 지원하였다(스마트팜코리아 제공).
완주의 한 오이 스마트팜 선도농장에서 6개월 실습했던 경험을 살려, 경영실습농장에서도 1년간 오이를 키웠다. 경영실습농장에 들어가는 데도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4명이 조를 짰는데, 나 동문의 조가 1등으로 합격해 오이를 키우기에 가장 적합한 스마트팜을 차지할 수 있었다. 김제 혁신밸리 스마트팜 임대비용은 연 300만 원 수준이다(한국농업기술진흥원 홈페이지 www.koat.or.kr 참고).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에 결정한 농학과 입학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농사를 짓고, 창업 준비만 해도 몸이 부족할 지경인데, 그는 하나의 목표를 더 세웠다. 바로 방송대 입학! 농업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그래프와 데이터를 읽고 분석하는 능력이 성패를 좌우하는 첨단 분야로 진화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느꼈기 때문이다. 2023년 농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듣는 강의마다 족족 스마트팜 운영에 필요한 내용들이었다. 스마트팜 건축 과정과 작물 정식 후 운영에 꼭 필요한「시설원예학」은 지금도 농장에 두고 읽는다. 자가육묘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면서 생산비를 줄였고,「해충방제학」과「식물의학」을 공부하고 나서는 병해충 피해를 획기적으로 낮췄다. 1~2주마다 스터디에서 선배들과 공부하며 식물보호기사, 종자기사 자격증은 한 번에 취득했다.
학생회 활동도 병행했다. 그해 11월 금산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제24회 농학과 학술 심포지엄에 참여한 그는 뒷풀이 자리에서 싸이의「예술이야」를 부르며 단번에 학우들의 시선을 휘어잡았다. 학생회 활동 덕에 최근에는 전쟁으로 수급이 막혔던 비료를 학생회장을 통해 구했다.
혁신밸리의 임대형 스마트팜은 3년간 재계약이 가능하지만, 나 동문은 임대형 스마트팜에 들어간 지 2년 차에 창업을 결심했다. 아버지는 조금 더 경험을 쌓으라며 만류했다. 3년을 다 채우고 나가서 그때 스마트팜 짓는다고 3~4개월 시간을 버리느니, 계약이 만료되기 전에 지어둬야 한다고 강하게 밀어부쳤다.

청년창업 스마트팜 패키지 지원사업의 필수 조건, 땅
여기서 나 동문의 스마트팜 창업 로드맵의 가장 큰 팁이 밝혀진다. 전라북도가 시행하는 ‘청년창업 스마트팜 패키지 지원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전북 13개 시·군에서 매년 20명 내외를 선정한다. 스마트팜 창업에 관심 있는 학우라면, 여기서 꼭 체크할 부분이 있다. 이 사업은 스마트팜을 지을 땅이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나 동문은 은행 잔고 서류, 땅문서, 혁신밸리 수료증과 스마트팜 운영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실적으로 받은 도지사상까지 가져갔고, 스마트팜 창업의 첫발을 디딜 수 있었다.
이후 남은 계약기간 동안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온종일 일하면서, 하루에 수십 통 전화를 주고받으며 자신의 스마트팜을 만든 3~4개월은 모든 창업자가 숙명적으로 겪어야 할 고난의 행군이었다.
실습을 끝내고 임대형 스마트팜에 들어가는 것만이 간절한 목표였던 나 동문은 이제 어엿한 스마트팜 CEO가 됐다. 현재 오이 9천700주를 재배하는데, 볕이 좋은 날은 50박스(한 박스에 50개)까지 수확한다. 오는 8월 방울토마토로 작물을 변경할 예정이다. 그의 스마트팜 이름은 ‘애그리야’다. 농업을 뜻하는 영어 Agriculture에서 앞을 땄고, 그가 즐겨 부르던 노래「예술이야」에서 뒤를 따 만들었다.
“히키코모리로 인생 황금기 30대를 게임하면서 날려먹은 게 참 후회됩니다. 교육 동기 중에 20대도 많았고, 요즘 자문을 가도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여요. 스마트팜 창업에 관심이 있다면, 도전해 보세요. 얼마 들었는지부터 물어보지 마시고, 어떤 작물을 재배하고 싶은지부터 고민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