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학우들의 동반자, 멘토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 하지만, 생업과 가사를 병행하며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혼자서 모든 학사 일정과 방대한 학습량을 감당해야 하는 방송대 학우들에게는 학업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시시때때로 찾아온다. 여기, 자신이 겪었던 그 고단하고 막막했던 길을 걸어가는 후배들을 위해 12년 동안 묵묵히 등불을 밝혀온 이가 있다. 2010학번 정순섭 동문(62·생활과학부 식품영양학 전공)이 그 주인공이다. 늘 환한 미소로 주위를 밝히는 그를 만나, 오랜 시간 이어온 멘토링 봉사의 여정과 그 속에 담긴 뜨거운 배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침 학생과에서는 2026년 1학기 멘토링 현황 및 개선사항 파악을 위한 만족도평가를 5월 26일부터 6월 2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정순섭 동문의 멘토링 활동을 통해 신·편입생과 재학생을 위해 봉사하는 멘토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본다.
최근천 인천 동문통신원

“AI 시대가 와도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따뜻한 소통과

정서적 지지는 대체될 수 없습니다.
배움의 길에서 길을 잃은 후배들에게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플랫폼이 돼주고 싶습니다.”

 

 

정순섭 동문이 처음 방송대 문을 두드린 것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순수한 열정 때문이었다. 우연히 접수한 입학 서류로 합격 통지를 받으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결혼 당시 종가의 둘째 며느리였던 그는 갑작스러운 시아주버니의 별세로 생각도 못했던 큰며느리의 무거운 역할을 떠안아야 했다. 쉴 틈 없이 밀려드는 집안일과 각종 경조사를 챙기다보니 개인적인 시간 여유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처음 교재를 받았을 때 왜 이렇게 책이 두껍고 어렵던지, 도무지 이해도 안 되고 외워지지도 않아서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과제물 작성은 또 하나의 거대한 장벽 같았죠.”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늘 웃는 얼굴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며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갰다. 모두가 잠든 밤이면 졸린 눈을 비벼가며 교재를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썼다. 주말에는 남들보다 일찍 인천지역대학 도서관을 찾아 자리를 잡고 시험공부에 몰두했다. 노력한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은 과목은 계절시험을 치러가며 기어이 채워 나갔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 후배들 되풀이 않게”
어렵고 험난한 과정을 거쳐 무사히 졸업을 앞뒀을 때, 그는 비로소 학업 중에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유용한 학사 정보를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깊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이 아쉬움은 훗날 그를 12년 멘토의 길로 이끈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어느 날 인터넷 방송을 통해 방송대 멘토링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정 동문은 가슴이 뛰었다. 자신이 재학 시절 겪었던 막막함과 외로움을 똑같이 토로하는 후배들의 목소리가 남의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배들이 겪는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먼저 걸어온 길이니, 조금만 뒤에서 밀어주고 응원해주면 그들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2015년 시작된 정 동문의 멘토링 활동은 올해로 12년째다. 한 학기에 대략 6명에서 8명, 지금까지 약 150명에 달하는 멘티들이 그의 따뜻한 손을 거쳐 당당한 졸업생으로 거듭났다.
그의 멘토링은 단순히 학사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정 동문은 학기마다 멘티들의 상황에 맞춘 철저한 ‘시기별 맞춤형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표 참조).
정 동문만의 차별화된 멘토링 노하우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대면 교육이 전면 차단되자 정 동문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인터넷 멘토링 시스템, 자체 교육 자료, 카카오톡 단체방 등을 적극 활용해 학사 정보와 시험 일정을 실시간으로 안내했다. 밤낮 없이 이어지는 멘티들의 개인적인 질문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일일이 세심한 답변을 달았다.
특히 정 동문이 중시한 것은 ‘공유와 소통’을 통한 학습 흐름의 체계화였다. 카카오톡과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토론 내용과 직접 만든 학습 자료, 활동 기록을 체계적으로 공유함으로써, 공간은 떨어져 있어도 멘티들이 서로의 배움과 성장의 흐름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체계적이고 헌신적인 멘토링 교육은 멘티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됐고, 졸업한 이들 멘티들과 함께 인천총동문회를 굳건하게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정 동문의 삶은 학교 안팎을 가리지 않고 온통 ‘봉사’로 점철돼 있다. 그는 생활과학부에서 배운 전공(식품영양학) 지식을 바탕으로 요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어엿한 전문 요리사가 됐다. 지금도 요리사라는 본업으로 인해 늘 시간에 쫓기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의 봉사 정신은 지칠 줄 모른다.

인천총동문회 ‘사회봉사 위원장’으로 활동
주변인들은 생업의 고단함 속에서도 멘토링과 다양한 사회봉사에 자신을 아낌없이 내던지는 정 동문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존경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오랜 헌신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정 동문은 지난 2026년 1월 22일 제23대 인천총동문회 ‘사회봉사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멘토링을 통해 밤을 낮 삼아 주경야독하는 멘티들의 뜨거운 열정을 보며, 이를 출석수업과 현장 봉사활동으로 연결하는 실천적 구조를 구상해 낸 결과다.
그가 몸담고 있는 제23대 인천총동문회 사회봉사위원회의 2026년 슬로건은 ‘멘토 봉사하는 아름다운 You’다.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지혜를 나누는 멘토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가장 아름다운 존재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는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했다.
“지금은 AI 시대잖아요. 우리 멘토링 시스템도 ‘AI 시대의 멘토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해요. 누구나 쉽게 학사 정보와 학습자료를 검색하고, 시공간의 제약 없이 따뜻하게 소통할 수 있는 정보 매체를 구축하고 싶어요. 그것이 제가 순수한 멘토 봉사자로서 모교의 미래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이라 믿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정 동문은 오히려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멘티들에게 공을 돌렸다. 밤낮으로 치열하게 공부하면서도 멘토의 조언에 귀 기울여 준 멘티들의 열정과 노력이 없었다면, 자신의 12년 멘토 여정도 없었을 것이라며 겸손해했다. 후배들의 성공적인 졸업을 바라볼 때 느끼는 가슴 벅찬 뿌듯함과 보람이 바로 자신이 계속해서 살아 숨 쉬는 이유라고 말하는 정순섭 동문의 미소가 그 어느 때보다 빛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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