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수의사 가운 벗고 로스터리 CEO가 된 보사노바 정재우 대표

방송대와 보사노바가
윈윈(win-win)하자는 것이
업무협약의 취지였는데, 의도한
성과를 얻고 있는 것 같아요.
방송대와는 더 많은 분야에서
협력하고 함께
성장해나가고 싶습니다.


2024년 3월경 대학본부 열린관에 ‘보사노바 커피로스터스(이하 보사노바)’ 브랜드의 카페가 문을 열었다. 여유롭고 트렌디한 공간, 고품질 커피를 비롯한 음료와 베이커리 등으로 방송대인은 물론이고 인근 시민들에게도 호평받고 있는 이 카페엔 숨겨진 뒷이야기가 있다. 본사 직영 체제인 다른 보사노바 매장들과 달리 운영 주체가 방송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사장 김종오, 이하 생협)이며, 카페 운영 수익이 방송대 발전기금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협 관계자는 “카페 운영으로 생협의 수익 구조가 크게 개선되면서 발전기금까지 기부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열린관 카페 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보사노바 정재우 대표를 만나 그의 삶과 경영철학에 대해 들었다.


이현구 기자 zuibm@knou.ac.kr

 

생협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수년 전 대학본부 1층에 있던 ‘락앤락’ 카페에 보사노바 로스팅 공장에서 생산한 원두를 공급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기존 공급 업체가 있었지만, 생협 측이 보사노바 원두의 품질을 높게 평가해 거래를 시작하게 됐죠. 그 후에 열린관 리모델링과 관련해 생협 관계자가 보사노바 카페 입점을 제안하더군요. 고심 끝에 생협 측과 2023년 12월에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입점을 했다기보다는 생협의 카페 개관과 운영을 돕게 됐습니다. 사실, 그 무렵은 보사노바가 사업 확장의 기로에 놓여있던 시기였습니다.


‘카페 개관과 운영을 도왔다’ 그리고 ‘기로에 놓여있던 시기’란 무슨 뜻인가요
보사노바는 강릉과 경기 화성에 있는 2개의 로스팅 공장에서 원두를 로스팅해 B2B와 B2C로 공급하는 사업과 전국의 8개 카페와 베이커리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8개 매장은 모두 본사 직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없습니다. 그런데 열린관의 보사노바 카페는 직영점도 가맹점도 아니에요. 생협은 로열티 부담 없이 보사노바 브랜드를 활용하고, 보사노바는 원료를 공급하고 레시피 등 관련 노하우를 제공하는 관계입니다. 운영권은 생협 측에 있는 거죠. 그리고 ‘기로에 놓여있던 시기’라는 표현은 본사 직영 매장만 운영할지,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을 시작할지를 두고 고심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규모 확장보다는 품질 유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결국 직영 체제를 고수하기로 결정했죠.


생협 측에선 카페가 수익 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에 대해선 잘 몰랐는데 정말 다행이네요(웃음). 방송대와 보사노바가 윈윈(win-win)하자는 것이 업무협약의 취지였는데, 의도한 성과를 얻고 있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보사노바를 즐겨 찾아주신다고 들었는데, 생협의 수익 구조까지 개선됐다니까요. 저도 방송대와 생협 측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열린관 카페는 본사 직영점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커피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국립대 캠퍼스 안에 위치한 덕분에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방송대가 평생교육기관이라는 점도 협업 결정의 고려사항이었나요
예, 전 국민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국립대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죠. 저도 고려대 경영대학원 MBA 과정에 재학 중이니 평생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셈입니다. 경영 이론에 대해 많은 걸 배우고 있는데, 실무적인 측면에선 보사노바의 조직 관리나 주요 의사 결정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보사노바 직원 중엔 현재 방송대에 다니고 있거나 입학을 고려하는 분이 여럿 있습니다. 남들보다 늦은 시기에 공부하려면 정말 대단한 의지가 필요한 것 같아요.


수의사였다고 들었는데, 그와 거리가 먼 커피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인가요
예, 젊은 시절엔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수의사로 일했었습니다. 축산 농가에서 기르는 소나 돼지를 치료하는 ‘대동물 수의사’가 아니라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다루는 ‘소동물 수의사’였죠. (주)티피와이에서 커피 사업부를 신설하던 시기에 수의사 가운을 벗고 합류해 보사노바 대표직을 맡게 됐습니다. 2015년 강릉 안목 커피거리에 1호점 카페를 연 후 사업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죠.


(주)티피와이는 어떤 기업인가요
(주)티피와이의 전신은 1994년에 창립한 ‘태평양무역’이고 2002년 법인 전환을 통해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됐습니다. 고흡수성수지, 산업용 철분, 고기능성 캐스터오일계 첨가제, 수탁 분쇄 등 원료의 가공과 유통이 주된 사업 영역인 화학 솔루션 기업이죠. 보사노바는 (주)티피와이의 여러 사업부 중 하나로 가장 최근에 출발했어요.


경영상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도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에 준하는 양질의 원두와 커피 음료를 생산·제공하는 데 주력합니다. HACCP 인증을 받은 로스팅 공장의 제조 과정은 체계적이고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원두 선별과 블렌딩, 로스팅 등을 개선하기 위해 현직 교수를 포함한 별도의 연구팀도 운영하고 있어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프랜차이즈 가맹점 모집 등으로 단기간에 몸집을 불리기보다는 내실을 다지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또 우리 원두를 구매해 사용하는 수백 곳의 카페에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해줌으로써 ‘상생’을 추구하고 있어요. 직원을 파견해 커피머신 등의 설비를 점검하고, 바리스타에게 필요한 교육까지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 카페들은 가맹점도 직영점도 아니지만, 보사노바의 지원 덕분에 장사가 더 잘된다면 장기적으론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겠죠. 물론 그 카페들은 열린관 카페와는 달리 보사노바 브랜드를 사용하지는 못합니다.


브랜드명은 음악 장르에서 착안해 만들어졌나요
‘보사노바(Bossa Nova)’라는 브랜드명을 듣고 많은 분들이 음악 장르를 떠올리는데, 어느 정도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도 보사노바 음악처럼 ‘여유롭고 감성적인’ 커피 문화를 추구하니까요. 보사노바는 포르투갈어로 ‘새로운 물결’을 가리키는데 영어의 뉴웨이브(New Wave), 프랑스어의 누벨바그(Nouvelle Vague)에 해당합니다. 커피 산업과 문화 측면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제3의 물결’로 인식한다는 점도 고려해서 보사노바를 브랜드명으로 정했습니다.


동물복지와 공정무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수의학을 전공했던 것도 국제적 NGO인 그린피스의 동물 보호 운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어요. 저도 육류를 섭취하지만 도축되는 동물의 고통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유기견 센터 같은 동물보호기관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저개발국 원료 생산자의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부여하자는 공정무역의 취지에도 공감합니다. 커피나 카카오는 공정무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작물이죠. 대학로 인근에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가 있는데, 공정무역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그곳 관계자와도 잘 아는 사이입니다. 보사노바에서도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커피 생두나 초콜릿 파우더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정무역 인증 원료만 쓰면 최종 판매 상품의 가격이 너무 높아진다는 문제가 있어요.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비중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향후 방송대 및 생협과의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 있는지요
올봄엔 방송대 서울지역대학에 제8호 보사노바 직영점을 열었는데, 이 또한 방송대와 보사노바 양측에 모두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또 커피와 차에 대해 전문적 식견을 갖고 계신 방송대 이경수 명예교수님(일본학과)이 블렌딩한 ‘로즈베리티’를 상품화해 판매 중입니다. 그 밖에도 방송대와는 더 많은 분야에서 협력하고 함께 성장해나가고 싶습니다. 최선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계속 검토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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