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기 베테랑 최민식 배우와 1:1로 붙는 장면에서도 전혀 밀림이 없는, 아니 오히려 최민식을 가지고 노는 듯한 연기를 선보인 라이징 스타 최현욱 배우가 미스터리한 캐릭터 ‘이강’ 역으로 분했다. 넷플릿스 시리즈 「D.P」 시즌 2, 드라마 「약한 영웅 class1」에서 탄탄한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 「맨 끝줄 소년」에서 읭뭉스러운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상대역인 최민식 배우로부터 “이강이라는 캐릭터에 최현욱 배우가 아닌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라는 극찬을 받았다. 시청자들이 계속 궁금해할 수 있도록 눈빛이나 표정처럼 말로 설명되지 않는 지점들을 고민했고, 의도를 드러내기보다 여백을 남기려 노력했다”라고 말하는 최현욱 배우를 만났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작품 공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작년 6월쯤 촬영이 끝나고, 1년 만에 결과물이 나와서 너무 후련하기도 하고요. 기분 좋게 올해를 맞이하는 거 같아서 뜻깊습니다.
「맨 끝줄 소년」 반응이 좋아요. 최현욱 배우가 연기한 이강 캐릭터에 대해서는 ‘공감한다’와 ‘불편하다’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고요.
불편하게끔 느끼셨다면, 그것도 만족합니다. 이 작품은 정말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서 흥미로웠어요. 한번 보기보다 두세 번은 봐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지 않나 싶습니다.

허문오 교수 역할에 최민식 배우가 먼저 캐스팅되어서 화제였죠. 오디션 준비를 철저히 했을 거 같아요.
최민식 선배님이 하신다는 이야기에 정말 욕심이 났어요. 어떻게든 이강 역할을 잡고 싶어서 준비를 많이 하고 갔죠. 오디션장에 제가 먼저 도착했고, 좀 후에 최민식 선배님이 오셨는데, 땀이 엄청 나더라고요. 많이 떨렸는데, 몇 시간은 “어디 최씨니?” 같이 서로 알아가는 대화 하면서 저를 편하게 해주셨어요(웃음). 이후에 한 씬으로 했는데, 다섯 번 이상 맞춰봤던 기억이 나요.
이강은 굉장히 비밀스러운 캐릭터잖아요. 캐릭터 연구는 어떻게 하셨나요?
영화 「인 더 하우스」를 보긴 했는데요, 거긴 고등학생이어서 참고만 어느 정도 했죠. 순수함에서 나오는 음침함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이강은 자신의 행동이 비정상적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오히려 순수하게 바라보려고도 했어요. 초반에는 관찰자 입장이다 보니까, 연기하기보다는 관찰하는 느낌으로 갔고요. 현장에서 디테일하게 연구한 건, 이강의 태도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제 생각에 글 쓰는 공대생은 뭔가 근육이 있는 남성 같지는 않아서, 움츠려 있거나, 손톱을 물어 뜯고 다리를 떤다는지 하는 디테일한 부분을 신경 썼어요. 저도 이강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기에, 시청자들이 의문점이 들게끔 연기하려고 연구도 했습니다.

최현욱 배우 겉모습만 보면 문학 소년은 아닌 것 같은데 잘 살렸단 말이죠(웃음).
제가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주변에 글 쓰는 친구들이 있는데 성격들이 다양해요. 그래서 글쓰기라는 재능보다는 이강이 했을법한 행동을 상상하면서 표현했기에, 그걸 잘 봐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웃음).
네티즌들 반응 보면 이강이 정말 복수를 계획했다면 공대가 아니라 국어국문학과에 가야했던 거 아니냐는 글도 있더라고요.
가볍게 생각했어요. 그래도 공대가 좋아서 간 거라고요(웃음). 허문오에게 접근할 방법도 계획 짰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대학에서 우연히 허문오 교수를 만나고 그때부터 복수를 결심한 건 아니예요. 허 교수의 수업에 들어간 건 복수 계획 중 하나였겠고요.

이강이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허문오에게 들은 말 한마디로 장기적인 복수를 계획하는 설정인데, 동력이 약하다고 느끼진 않았나요?
대본 보고 상상했어요. 처음으로 진심을 꺼내 보였던 어른에게 받은 배신은, 제가 생각했떤 것 이상으로 더 컸을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충분한 원동력이 됐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드라마에서 그 시대를 다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그 마음을 되뇌이면서 살았고, 그렇게 복수를 계획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현장에서 김규태 감독과 상의를 많이 했다고요.
이강 캐릭터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니까, 많이 열어두고 갔어요. 제가 이번에는 이런 시선으로 연기하면 다음 테이크에서는 좀 더 다른 생각으로 연기해 볼까 하는 재미가 있었달까요? 감독님 디렉팅을 잘 받으면서 했고요. 결국 허문오가 이강으로 인해 동요되는 거잖아요. 이강이 쓰는 이야기 안으로 허문오를 어떻게 끌어들일까, 고민하는데 이강이 혼자 신나서 미쳐야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이강도 이상한 애고, 허문오도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이전 제 연기와 다른 부분이었던 거 같아요. 애드리브는 최대한 절제했어요. 나레이션도 많고, 이강이 나오는 장면은 설명하는 기능이 있는 부분이 많다 보니까, 톤을 다르게 여러 버전으로 가본다거나 했죠. 그런 디테일들을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촬영했습니다.

허문오의 아내인 해숙과 애정씬도 진짜인지 상상인지에 대해 해석이 갈리더라고요.
해석이 갈리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허문오의 상상이니까요. 정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거죠. 허문오가 집에 왔을 때, 이불이 널브러져 있고, 아내가 화장을 고치고 있기도 했고요. 허문오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사람이니까, 상상일 수도 있었겠고요(웃음).
충격적인 엔딩씬은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했나요?
감독님이랑 정말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좀 나쁜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무너져버린 허문오의 모습이 궁금해서 온 것처럼요. 후반에는 이강에게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던 마음으로 연기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정말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상상하면서 연기를 했더라고요. 최민식 선배님의 그 엔딩 바스트샷이 어마무시했습니다. 감동깊었어요.

최민식 배우랑 1:1로 붙는 장면이 많은데, 어렵지 않았나요?
사실 초반에는 아우라가 느껴질 때가 있었죠. 선배님을 스크린에서 봤던 관객의 한 명으로 되게 좀 넋 놓고 볼 때도 많았고요(웃음). 그래도 대사를 할 때는 부담보다 재미가 더 느껴졌어요. 같이 리허설도 했고, 저도 준비를 많이 해서 갔으니까요. 최민식 선배님이 “나는 리시브만 잘하면 되겠다”라고 하셨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웃음). 오히려 선배님이 계셨기에 제가 연기한 이강도 이만큼 나올 수 있었다고 새앆합니다. 표현에 분명 한계가 있었을 텐데, 선배님이 잘 끌어주셨거든요. 정말 감사하죠.
대사를 맞추면서 쾌감을 느꼈던 순간도 있나요?
사고 장면을 전부 대구에서 찍었는데요. 허문오가 호텔에 와서 이강에게 다가와 가르치면서 흥미롭게 설명하는 씬이 있었어요. 집중력이 필요한 씬이라 계속 예민한 상태로 현장에 있었거든요. 희열을 느끼면서 연기해야 하는데, 감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요. 나중에 화면으로 보니까, 제가 봐도 왜 저래, 할 정도로 눈빛이 희열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집중을 잘했다 싶었던 장면입니다.

최민식 배우가 연기적으로는 어떤 조언을 줬나요?
좀 많이 봐야 한다,. 또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뮤지컬도 보러 가고, 여행도 가고 그래야 좀 더 그런 색들이 입혀지면서 연기도 풍부하게 나온다고요. 너무 동의하는 말이예요. 그래서 틈날 때마다 여행도 다니고, 연극, 뮤지컬도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그게 쌓여서 연기로 나온다는 걸 알려주신 거니 너무 감사했죠(웃음).
최민식 배우 외에도 허준호, 김윤진, 진경 등 선배 배우들이 많았잖아요.
정말 배움의 현장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준비를 안 해간 건 아니지만, 현장에서 선배들에게서 느껴지는 관록의 에너지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보게 된 거죠. 또 선배들마다 가진 색깔이 달라서, 정말 자연스럽게 감탄하면서 봤습니다. 특히 최민식 선배님이랑 허준호 선배님이 대담 주고 받는 장면은 정말 소름 끼치더라고요. 이야, 정말 어떻게 저렇게 하지?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두 분의 표정과 대사치는 호흡을 보니 오히려 제가 막 긴장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니까요.

전작 「약한 영웅: class1」을 포함해 지금까지 정의롭고 멋있는 캐릭터를 주로 했는데, 이번에 의뭉스러운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었던 본인만의 강점은 뭔가요?
객관화를 많이 해요. 사람마다 가진 성격, 매력이 다 다르지만, 인간은 하나의 감정만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너무나 알죠. 그래서 저 또한 이강과 똑같은 감정이라기보다는, 이런 감정을 가질 수 있겠구나, 그것이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니까 더 객관화를 잘하고, 거기서 부끄러워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캐릭터든 작품이든 보는 건 관객의 몫이죠. 불편하다고 느끼는 건 그만큼 제가 연기를 잘했다는 거니까, 누군가에게 그 감정을 작품 안에서 보여줄 수 있다면, 그건 좋다고 생각해요.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요.
너무 다양해요. 악역부터 액션, 로맨스까지 못해본 장르가 너무 많아요. 어떤 하나의 역할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최민식 선배님 말처럼 정말 다양하게 경험하고 싶고, 그렇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기회가 오면 주저하지 않고, 도전해서 새로운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한말씀하신다면요.
이강을 미워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런 환경에서 자란 면도 있잖아요. 이런 친구도 마음 한편에 품어주시고, 사랑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시리즈에서 이강이 쓰는 글 마지막은 ‘다음에 계속…’으로 끝나는데요. 올해 또 다른 모습으로 찾아뵐 계획입니다. 끈을 놓지 마시고 기다려주세요. 다음에 계속…(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