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문학상은 삶의 가장 치열한 현장에서 쓰인 정직한 글들을 세상에 소개해 왔습니다. 시간에 쫓기고 삶의 무게에 눌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문학의 불씨를 지펴 올린 학우들의 작품은 매년 큰 감동을 선사해 왔습니다. 하지만 매년 공모 기간이 다가오면 수많은 학우가 하얀 빈 화면을 바라보며 깊은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내가 정말 글을 쓸 수 있을까?’, ‘나처럼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가 과연 문학이 될 수 있을까?’ 이런 망설임이 글쓰기 결심을 주저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이 망설임을 용기로 바꾸기 위해, 지난 공모전에서 학우들의 글을 직접 읽고 심사했던 심사위원과 먼저 도전했던 학우들의 실제 목소리를 한데 모았습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방송대문학상에 도전했던 한 학우님이 작품에 붙여 보내온 작은 포스트잇 메모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방송대문학상 공모전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에세이도 한번 써보고, 제 삶도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 됐습니다. 수고하세요!”
짧지만 강렬한 글쓰기의 의미, 도전이라는 귀중한 경험의 가치를 돌아보게 만드는 메시지였습니다. 가슴을 툭 쳤던 이런 메시지는 또 하나 있습니다. 2023년 한 여자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당시 2학년 학우로부터 온 편지 한 통이었습니다. ‘나도 정말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한 글이었고, 폭염 속 옥중에서 ‘선물 같은 글쓰기의 시간’을 보냈다는 감동적인 기록이었습니다.
“부끄럽고 부족한 것이 많은 저와 같은 사람의 글을 누가 공감하고 읽어줄까? 하는 생각에 겁이 났다. 그러다 ‘방송대문학상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 다시 용기를 냈다. 36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선풍기 한두 대에 의지해 한 글자 한 글자 오로지 수기로 작업하며, 내 설움과 감정에 치우쳐 소리 죽여 울었던 날들도 많았다. 하지만 글을 쓰는 내내 힘들고 아픈 시간만 있는 줄 알았던 지난 세월 동안, 실은 더 기쁘고 감사한 날들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에게 문학상은 고단한 수감 생활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따뜻하게 안아준 최고의 ‘선물’이었던 것이죠.
시 쓰기, ‘울퉁불퉁한 개성’을 찾아서
여름 폭염이 시작되면서 열대야의 기운까지 엄습했습니다. 애초에는 멋지게 마무리해 우편으로 발송하겠다고 결심했지만, 더위와 이런저런 일들이 서서히 발목을 잡아올테죠. 이쯤 되면 ‘글도 잘 안 되는데, 내년에?’ 이런 유혹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방송대문학상 심사에 참여했던 시인, 소설가들의 조언이 이럴 때 힘이 될 수 있겠죠.
안미옥 시인은 ‘자신이 느끼고 감각한 것에 집중해서 자기만의 시선을 발견할 것’을 주문합니다. “시는 결국 내가 구체적으로 만난 대상이나 장면을 자기 방식으로 소화해 쓰는 작업이다. 일상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든, 시적 상상력을 발휘한 독특한 화자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든, 결국엔 쓰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만나 새롭게 감각하게 된 것을 시의 문장으로 남기는 것이다.”
손택수 시인은 ‘시인은 실패가 숙명’이라고 말합니다. 맞아요. 시는, 시인은,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는 어떤 운명에 처한 존재라는 거죠.
“번역가로서 시인은 실패가 숙명이다. 꽃의 자태와 향기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 옮겨오길 시도하지만, 언어로 굳어지는 순간 찰나의 황홀은 이내 최초의 생생한 실감을 잃고 박제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 균열을 외면하지 않는 감각으로부터 미적 도약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벽을 만난 담쟁이 넝쿨처럼 벽 앞에서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벽을 타고 넘는 동력이 시의 경이가 아닌가 싶다.”
이어 손택수 시인은 잘 다듬은 돌로 쌓은 돌담이 태풍에 더 쉽게 무너지듯이, 저마다의 차이에 주목하면서 울퉁불퉁한 개성들에 집중한 시에 고유한 생명의 기운이 더 오래 깃든다고 강조합니다. ‘잘 다듬어진 돌담보다 울퉁불퉁한 개성’에 집중하라는 그의 조언, 어떤가요?
단편소설, “독백 버리고 사건 속으로!”
단편소설 창작은 겹겹의 싸움입니다. 길이와 싸워야 하고, 자신이 풀어놓은 주제와도 싸워야 합니다. 단편소설은 삶의 단면을 포착해 깊이 있는 서사로 풀어내는 작업입니다.
동문인 방현희 소설가는 돌직구를 던집니다. “정리되지 않은 장황한 독백을 버리고, 곧장 사건으로 들어가라”라고 말입니다.
“글을 처음 쓰는 초보자는 글의 첫머리에서 정리되지 않은 내면의 독백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일이 많다. 이런 도입부는 가독성이 좋지 않으며 독자의 이입이나 공감대 형성이 어렵기에 독자가 빨리 작품을 덮게 만다. 도입부는 상황 또는 사건을 묘사한 장면으로 구축해야 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가’의 요소를 함축해 직관적으로 상황을 알 수 있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성란 소설가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감상에 젖는 글은 일기”라고 지적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달라고 조언했다. “본인의 경험은 소설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지만, 과거를 회상하면서 감상에 젖는 글은 일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성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문장과 문체, 구성 등을 공부하고 소재와 주제에 관해 탐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소설 쓰기에서 퇴고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정이다. 퇴고 과정을 통해 어색한 문장과 비문을 최소화해야 한다.”
에세이, 신변잡기를 넘어선 대화
에세이는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깊이 성찰할 때 독자의 마음에 가닿는 장르입니다. 방송대문학상 에세이 부문의 지향점은 단순한 신변잡기를 넘어서 삶과 인생을 성찰하고 자신과 깊이 대화함으로써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여는 것입니다. 과거의 응모작 대부분은 생활 주변에서 글감을 가져와 거기에 시간적 의미를 덧입히는 데 멈췄습니다.
그렇기에 신현욱 교수(영어영문학과)는 이렇게 당부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밋밋한 평면적 서술이나 너무 오래 지난 시간에 대한 정적인 응시 등을 넘어 자기 안에 내장된 탄탄한 기본기를 좀 더 끌어냈으면 좋겠다. 모든 응모작들이 수고로이 펼쳐낸 인생의 선택과 변화가 앞으로 각자의 고유한 글쓰기를 통해 우리 삶의 절절하고도 아름다운 순간들을 비춰주는 빛으로 승화되기를 기원하고 응원한다.”
미국 콜로라도에 거주하면서 제49회 방송대문학상 에세이 부문에 응모해 당선의 영예를 안은 이숙영 학우는 글쓰기를 망설이는 학우들을 위해 실제 원고 작성과 퇴고의 중요성을 조언합니다.
“주어진 에세이 주제를 살려 처음에는 기억나는 장면들을 시간 순서대로 모두 적었다. 그다음에는 ‘이 장면이 정말 주어진 주제를 향하고 있는가’를 계속 물어가면서 여러 번 덜어냈다. 특히 핵심 문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여러 차례 퇴고했다. 원고를 며칠 동안 덮어 두었다가 다시 읽고, 소리 내어 읽으며 문장이 걸리는 부분을 고치는 작업을 반복했다.”
모진 인생 살이를 바느질에 비유한 그의 글쓰기는 그런 계속된 퇴고 속에서 보석처럼 빛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팁
우리는 흔히 글을 쓰는 일이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만의 영역이라고 오해하곤 합니다. 그러나 방송대출판문화원을 이끄는 김진경 원장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글쓰기의 본질을 이렇게 짚어줍니다.
“방송대문학상은 학생들에게 대학 생활의 기초가 되는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창작 의욕을 북돋우는 데 목적이 있다. 공모전의 핵심은 ‘창의성’이다. 나만의 생각과 정서가 담긴 글을 써보시길 권한다. 좋은 글은 특별한 사람만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진솔하게 써 내려가는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여러분 누구나 도전하실 수 있다.”
이숙영 학우는 “글쓰기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기적 같은 경험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제50회 방송대문학상이라는 뜻깊은 무대의 주인공은 바로 오늘 펜을 쥔 학우 여러분입니다. 망설이지 말고 당신의 문장으로 도전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