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를 통해 개인적으로 스크린을 보면서도 다른 관객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공감하며,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 바로 영화만이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험입니다. 책도, TV도 할 수 없는, 색다르고 유니크한 영화의 매력이죠. 「오디세이」는 관객들이 오디세우스와 함께 갑판에 서서 거친 바다를 항해하고, 키클로프스의 동굴로 들어가는 것처럼 찍었습니다. 이 여정을 한국 관객이 스크린에서 체험하길 바랍니다.”
「메멘토」(2001)로 단번에 전 세계 영화팬들의 마음을 훔치고, 「오펜하이머」(2023), 「인셉션」(2010), 「덩케르크」(2017), 배트맨 3부작 등을 만들며 차기작마다 스스로의 한계를 경신하고 있는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영화와 극장에 대한 애정을 이렇게 고백했다. 8월 3일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첫 공식 일정으로 진행한 내한 기자간담회에는 「인터스텔라」(2014)에 대한 한국 관객의 사랑을 확인한 후 한국에 오고 싶었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이번이 첫 방한이라는 놀란 감독과 ‘오디세우스’ 역의 맷 데이먼, ‘칼립소 여신’ 역의 샤를리즈 테론, 엠마 토마스 PD가 참여해 영화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아이맥스 카메라 640km 분량 필름 대기록
영화 「오디세이」는 인류 최고의 고전이자, 서구 문화의 근간을 이룬 작품으로 평가받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각색해 만들었다. 10년간 이어진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디세우스가, 왕의 부재를 틈타 침탈과 권력 다툼이 벌어진 이타카 왕국으로 돌아가는 여정 중에 신들의 분노를 사 거대한 폭풍과 괴물들을 마주하며 운명의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다.
지난 1일 고척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된 맷 데이먼은 놀란 감독이 전화로 캐스팅을 제안한 순간에 대해 “배우 인생 최고의 기회이자, 제 커리어상 최고의 경험일 거라 생각했다. 놀란 감독과 2편을 함께했지만, 영화 전체를 아이맥스로 촬영한다는 이 야심찬 프로젝트에 참여해, 오직 영화를 위해 헌신하는 수백 명의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 땀 흘릴 수 있어서 정말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그 어떤 경험보다 위대했다”라고 말했다.
「오디세이」가 놀란 감독과의 첫 작업인 샤를리즈 테론은 이렇게 장대한 스케일의 영화를 마치 독립영화 찍듯 친밀한 환경처럼 현장을 이끌어준 놀란 감독에 대해 놀랐다면서 “맷과 제가 해가 지는 바닷가를 걷는 장면을 적은 인원의 스태프와 찍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 헬리콥터가 나타나서 우릴 촬영했다. 맷이 ‘쉬지 말고 걸어’라고 해줘서 놀라지 않고 그 장면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완벽한 타이밍에 등장한 헬리콥터처럼, 모든 것들이 체계적으로 짜여 있는 영화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30년째 놀란 감독과 영화를 함께하고 있는 엠마 PD는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사실 이쯤 되면 놀란 감독의 마음을 거의 읽을 수 있다. 전작 「오펜하이머」 이후, 놀란 감독이 다음 작품으로 「오디세이」를 생각 중이라고 답했는데, 차기작 답변 들을 때가 가장 놀라는 순간인 거 같다. 놀란 감독은 매 작품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자신이 전 영화에서 배운 것들을 다음 작품에 잘 녹여내기 때문이다. 「오디세이」는 정말 힘들고 치열하게 만든 영화인데, 자정 무렵 마지막 컷을 찍은 후, 마치 발이 땅에 붙어버린 것처럼 누구도 현장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점이 기억에 남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건 맷 이슈인 듯” 샤를리즈 테론 선긋기에 웃음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맷 데이먼과 샤를리즈 테론의 ‘티키타카’로 현장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촬영 내내 두 배우에게 단 한 번도 “Perfect!”라고 코멘트하지 않은 놀란 감독에 대해 서운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맷 데이먼은 “‘아테나’ 역의 젠데이아, ‘텔레마코스’ 역의 톰 홀랜드에게는 칭찬을 해줬는데, 이상하게 나한테는 그런 이야기를 해 주지 않더라(웃음). 로케이션을 바꿀 때마다 새로 영화를 찍는 것 같아서 「오디세이」는 7편의 영화를 찍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힘들었지만, 만약 감독님이 또 하자고 하면 12편의 영화를 찍는 느낌이 든다 해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샤를리즈 테론은 “방금 말씀하신 건 맷의 이슈인 것 같다. 저는 칼립소의 인간적인 면면을 끌어낸 감독님 디렉션이 아주 마음에 들었고, 너무 즐겁게 촬영했는데, 맷은 ‘퍼펙트’라는 말을 듣고 싶어 했나 보다. 다음에는 꼭 듣길 바란다(웃음). 다음 영화에 대해서는, 저는 전화번호가 그대로니까, 감독님이 전화하시면 바로 출연할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8월 5일 개봉을 앞둔 「오디세이」는 놀란 감독이 20년 넘게 품어온 꿈의 프로젝트이자, 영화적 도전이 집약된 프로젝트로, 할리우드의 모든 기술, 자원, 최고의 배우들을 쏟아부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례로 이번 영화를 위해 새로 개발한 아이맥스 카메라로 91일간 640km에 달하는 필름을 사용해 그리스,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의 장엄한 자연을 신화적 세계로 완벽하게 스크린에 옮겼다.

트로이 목마도 높이 10.7m의 크기로 실제 제작했고, CGI를 최소한으로 사용해, 호메로스 불멸의 대서사시를 관객들에게 완벽한 시네마틱 블록버스터로 제공한다. 아카데미 음악상 3회 수상에 빛나는 루드비히 고란손 음악감독이 고대 악기인 아울로스와 리라를 활용해 오디세우스가 활시위를 당기는 소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한 배경음악도 영화로의 몰입을 강화한다.
인간의 의지와 귀향, 신과 인간의 갈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자신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는 전 세계 69개국 1위는 물론, 글로벌 오프닝 흥행 수익 2억6,406만 달러를 기록했고,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다크 나이트 라이즈」까지 뛰어넘으며 순항 중이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