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시네마   「경주기행」에서 엄마 사랑 갈구하는 셋째 딸 ‘동주’ 맡은 이연 배우

 

독립영화씬에서 출발해 「21세기 대군부인」, 「절해고도」, 「길복순」, 「소년심판」 등 영화와 OTT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배우 이연이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딸부잣집 옥실네 셋째 딸 동주 역으로 돌아왔다. 머리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다혈질 행동파 프로레슬러 동주를 맡은 이연 배우는 자칫 영화가 무거운 분위기에 잠식될 쯤이면, 가족을 위해 일단 뛰어들고 보는, 날것 같은 생생한 에너지로 영화의 무게를 톡톡히 잡아준다. 이전 액션 영화들과 달리 공중에 몸을 날리는 새로운 액션을 선보이지만, 그 뒷모습에서 막내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 느껴져 마음 한켠이 시려온다. “정체성을 배우라는 직업에만 두고 작품을 선택하기보다는, 인간 이연에게도 성장을 가져다주는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라고 당차게 말하는, 이제 서른을 막 넘어선 이연 배우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2년 전 크랭크업하고 영화가 드디어 개봉합니다.
관객들이 어떤 반응일지 기대되고, 영화를 재밌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촬영하는 동안 정말 재밌었는데, 그 에너지가 전달됐으며 하는 생각도 들어요. 새로운 장르의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한국 영화에 긍정적인 신호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캐스팅을 한 번 고사했다고요.
김미조 감독님을 「담쟁이」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뵀어요. 팬데믹 때라 관객 없이 극장이 텅 비었었는데, 배우, 스태프끼리 영화를 봤거든요. 정말 대화를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다음에 꼭 영화 한 번 더 하자고 하셨죠. 「경주기행」에 첫 제안이 왔을 때는 스케줄 때문에 거절해서 너무 아쉬웠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다시 연락을 주셨어요. 저는 약간 그런 느낌으로 작업을 하는데요. 거절했던 작품이 타이밍 맞게 할 수 있을 때 다시 들어오는 거면, 아,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운명이구나, 하고 잡거든요. 그런 생각이 커서 「경주기행」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감독님이 ‘헤어진 연인’처럼 질척거렸다고요(웃음).
제 번호 아셨을 텐데, 디엠으로 연락을 하셨더라고요. 피드백도 빠르고, 안 읽을 수 없잖아요(웃음). 너무 감사했죠.

 

‘동주’ 캐릭터는 본인이 제일 잘 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면에서 그런 자신감이 있었나요?
아무래도 액션이 많이 들어가니까요. 저희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이 액션이라고 생각했어요. 대역을 많이 쓰기보다는 90% 이상 소화했습니다. 저희 영화 액션씬에서는 얼굴을 많이 잡았어요. 한국에 액션영화가 많지만, 얼굴이 안 보이는 작품들도 많거든요. 배우 얼굴이 나오면서 감정이 보이면 관객의 몰입도도 커져서 제가 잘 살릴 수 있을 거로 생각했죠. 제 에너지가 좋다고 생각했고, 그 에너지가 동주랑도 잘 맞다고 느껴서요.

영화에서 동주 캐릭터는 너무 귀엽게 나오더라고요. 주변 반응들은 어떤가요?
지인들이라 그런지, 진짜 너무 재밌게 봤다고 해주셔서 고마웠고요. 그런데 ‘진짜 고생했다’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은 것 같네요(웃음).

 

영화에서 프로레슬러로 나오는데, 기술도 연마해야 하고, 몸도 신경 써야 했을 거 같아요.
당연히 액션 스쿨을 오래 다녔어요. 레슬링 기술은 무술감독님이랑 계속했고요. 일본 가서 실제 프로레슬링 경기를 보기도 했죠. 프로레슬링에서는 ‘촤악, 촤악’ 하는 소리가 중요하더라고요. 몸에 근육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지방층도 있어야 그런 소리가 나서, 체중은 지금보다 10㎏ 정도 증량했습니다. 근육이 잘 붙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살찌우면서 운동을 병행해야 몸에 테가 붙더라고요.

증량, 감량 모두 힘들었을 거 같아요.
살찌는 건 너무 쉬워요.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면 되니까요. PT, 근력운동 열심히 하면서 탄수화물을 많이 먹었는데, 찌우는 건 너무 행복했습니다(웃음). 그런데 건강하게 찌우지 않으면 뺄 때 너무 힘들죠. 굶으면 무조건 요요 현상이 오니까, 원래 하던 PT에 유산소를 병행하면서 식단 조절을 했죠.

 

막내를 죽인 백상현과의 육탄전이 인상적이던데, 촬영하면서 힘들지 않았나요?
변요한 선배도 액션을 많이 해본 배우예요. 그런데 촬영 당시 요한 선배가 진짜로 다리 한쪽이 아팠거든요. 둘이 촬영 들어가기 전에 ‘흥분하지 말자’라고 계속 이야기했어요. 찍다가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면 액션에 진짜 힘이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대부분 진짜 힘을 쓰지 않고, 다 표정으로 갔어요. 정말 수월하고 편했습니다.

백상현과 격투도 벌이지만, 동주라는 캐릭터 자체가 집안에서 좀 맞는 역할이더라고요(웃음).
꽤 맞았고요(웃음). 만약 액션이 없고 맞기만 했으면 되게 아팠을 텐데, 액션이 되게 아팠어요(웃음). 이정은 선배 손이 진짜, 되게 아플 손이에요! 두툼해서, 진짜 한번 때리면 퍼지겠구나 싶은 그런 손이거든요. 선배님이 안 아프게 때리려고 애쓰셨죠(웃음).

 

김미조 감독의 언니가 실제 레슬러 출신이라고 하던데, 캐릭터 만들 때 도움을 받았나요?
감독님이 지난 2월에 결혼하셔서, 식장에서 언니를 뵀는데요. 동주랑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직업만 따온 거라, 캐릭터 구축에는 그렇게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던(웃음)? 시나리오를 보면 대사, 행동 지문에 캐릭터가 잘 드러나는데요, 거기서 힌트를 얻어서 캐릭터를 구축했죠. 감독님이 자율성도 많이 주셨고요.

영화에서 프로레슬러 사진을 갖고 다니는 팬이 나와서 웃음이 터졌어요.
하하하. AI 아니고 진짜 제 얼굴 찍은 거예요. 의상팀에서 컨셉 ‘퍼플 마그마’에 맞춰서 옷을 만들어주셨고, 프로레슬링 사무실 가서 실제 분장했죠. 좀 민망했는데, 프로레슬링 음악을 틀어주시고, 기타를 쥐여주셨어요. 거기에 챔피언 벨트까지 차니까 갑자기 희열이 올라오더라고요. 마스크를 쓰니 어떤 표정을 지어도 흥미로웠고요. 그때 찍어둔 사진을 지갑에 몇 장 넣어 다니는데, 엄마는 되게 신기하시더라고요(웃음).

 

동주는 몸이 먼저 반응하고 일단 지르고 보는 캐릭터이면서도, 전반적으로 영화 분위기가 무거워질 때 웃음을 한 번씩 부담해야 하는 역할도 있더라고요.
동주 캐릭터 잘 보여주기 위해서 욕을 정말 많이 했어요. 물론 편집이 많이 됐지만요. 속으로 욕하면서 연기하는 거랑, 대사 앞에 욕을 한 번 뱉고 시작하는 거랑은 에너지가 다르거든요. 그래서 진짜 욕을 많이 했어요. 이번 영화에서 가장 크게 노력한 부분을 꼽으라면 액션이랑, 가장 빠른 반응으로 욕이 계속 먼저 나가게 훈련한 거 같아요. 사실 저는 욕을 안 쓰려고 하는 사람입니다(웃음).

그동안 액션을 많이 해왔는데, 「경주기행」 액션의 차별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길복순」, 「방과 후 전쟁활동」 같은 작품은 땅에 딱 붙어서 합이 많은 테크니컬한 액션이었다면, 「경주기행」 프로레슬링 액션은 발이 땅에 안 붙어요. 니킥 같은 기술을 걸면, 머리나 어깨가 먼저 땅에 닿다 보니, 액션을 한다는 희열감보다 공포감이 굉장하더라고요. 특히 차 바꾸는 씬은, 아마 제가 했던 액션 중에 제 발이 가장 공중에 많이 떠 있던 액션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리고 제 체중을 모두 실어야 하는 기술에서는 받아주는 분들도 힘들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만큼 호흡이 중요했죠.

캐스팅이 너무 화려한데, 함께 했던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 듣고 싶어요. 먼저 엄마 역의 이정은 배우부터요.
너무 존경하고 신뢰하는 선배들과 촬영하면서 의지도 됐고, 재밌었어요. 이정은 선배님은 정말 열정적이세요. 끝에서 끝까지 에너지를 다 쓴다고 할까요? 차에 점프해서 들어가는 씬이 진짜 힘든데, 몸이 성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하시려고 정말 애쓰셨죠.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제가 연기를 준비하는 스타일이 정은 선배랑 가장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슛 들어가기 전에 씬 상태를 만들어두려고 ‘으르렁’ 대고 있어요. 둘 다(웃음).

맏이 ‘장주’ 역을 맡은 공효진 배우, 둘째 언니 ‘영주’ 역을 맡은 박소담 배우와는요?
진짜 ‘온-오프’가 대단해요. 후배 입장에서 봤을 때 정말 베테랑 배우고, 진짜 똑똑하게 연기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에너지 비축을 정말 잘하는구나, 화면 안에 본인이 어떻게 보이는지 알고 연기하는 느낌이어서 너무 흥미롭고 신기했죠. 그리고 소담 선배는 NG를 단 한 번도 내지 않았습니다! 정말 철저하게 준비해 오더라고요. 선배들과 함께 하면서 ‘이번에도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촬영에 임했죠(웃음).

영화에서 동주는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잖아요. 어머니는 영화 보시고 뭐라고 하시던가요?
시사회를 이번에 처음 오셨는데, 너무 고생했다고 이야기하셨어요. 저는 강아지과고 엄마는 완전 고양이과라 낯을 많이 가리시는데, 시사회에서 정은 선배랑 너무 친근하게 대화하시는 걸 보고 엄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죠. 집에 가서는 너무 친한 척 했다고 후회를(웃음). 엄마랑은 친구 같은 모녀지간이에요. 동주처럼 욱하는 성격이 있긴 하지만, 사랑을 갈구하기보다는,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죠. 엄마가 잘 키웠다고 생각합니다(웃음).

 

「경주기행」이나 최근 「21세기 대군부인」에서 보면 예쁘게 연기하기보다는 생활 연기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여요.
저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지향해요. 어떡하면 그 씬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을까를 제일 먼저 연구합니다. 예쁘게 보이게 하는 헤어, 메이크업 이런 건 또 다른 파트가 있으니까요. 그건 팀에게 신뢰하는 거고, 연기는 제가 열심히 준비하는 거죠.

지난 배우 생활을 돌이켜 보면 어떤가요?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저는 연기를 정말 좋아해서 독립영화부터 시작했잖아요. 다른 배우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작품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일을 했어요. 그래서 작품 고르는 데 무리를 하지 않았고요. 감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려울 거 같은 작품이나, 하기 싫은 작품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일을 하고 있다는 거에 굉장히 감사하고 있어요. 그런데 한번 작품에 들어가면 (물리적) 시간이 흐르잖아요. 작품 2개 찍으면 1년이 지나 있고, 가끔은 계절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지나갔더라고요. 제가 벌써 서른이 넘었어요. 진짜 촬영하다가 이렇게 됐어요(웃음). 후회하는 건 아니고, 즐겁고 감사한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정체성을 배우라는 직업에만 두고 작품을 선택하면, 제가 어던 어른이 될지 살짝 무서워지더라고요. 그 기점이 「절해고도」였어요. 캐릭터도 좋고, 시나리오도 좋지만, 그때 ‘작품 선택할 때 인간 이연에게도 성장을 가져다주는 작품을 선택해야겠다’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선배들이랑 같이하는 작품을 선택하게 되는 거 같아요. 정신적으로 마음적으로 선배들에게 배우는 게 크더라고요. 물론 똑같은 역사를 경험할 수는 없지만, 듣고 간접으로 경험하면 그게 또 저한테 남고, 성장을 가져다 주더라고요. 그런 선택들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도 고맙고(눈물).
다양한 배우들이 한국에 많아지면 좋잖아요. 저도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잘하고 있는 거 같아서, 앞으로도 잘하면 좋겠고, 또 하나의 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양성 가진 배우가 나오려면 다양한 캐릭터가 나와야는데, 이건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뭐가 먼저일까를 항상 생각하고 있지만, 저도 계속 싸우면서 제 길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해외 영화 중에 다양한 캐릭터, 매력 있는 캐릭터로 꼽는 작품이 있을까요?
리즈 위더스푼이 제작하고 주연했던 「와일드」라는 영화요. 여자가 혼자 한참을 걸으면서 자기 인생을 돌아보는 영화인데, 저는 그런 영화도 너무 좋아해요. 로맨스나 멜로 장르여도 「쉐이프 오브 워터」 같은 사랑 이야기에는 캐릭터가 정말 다양하잖아요. 한국영화에서는 아직까지 보편적인 여성, 남성이 사랑하는 이야기가 많은 거 같아요. 사랑이 담긴 이야기를 좋아하고 하고 싶기도 한데,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경주기행」은 이연 배우에게 어떻게 영화로 기억될까요?
너무 좋은 선배들과 촬영했고, 그 시간들은 지금도 ‘-ing’로 이어지고 있어요. 촬영을 끝내고 알게 된 건, 아직 제 주변에 소중한 사람이 하늘나라로 간 경험이 없다는 거였죠. 「경주기행」을 통해서 연기지만 간접 경험을 했어요. 잘 익은 민들레 씨앗을 병에 보관해 둔 느낌이랄까요? 뚜껑을 열면 바람에 민들레 씨앗이 다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느낌인데, 그 민들레 씨앗이 바로 막내 ‘경주’였던 거예요. 그런 마음을 처음 느꼈어요(눈물).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란 걸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미래에는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죠. 그 지점에서 제게는 큰 배움이 있었고요. 누군가의 부재를 100% 공감할 수는 없는데, 연기를 통해 공감해본 거 같아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꼭 알아줬으면 하는 동주의 마음이 있다면요.
가장 표현이 잘된 캐릭터이지 않을까 생각은 했지만, 아무래도 죄책감이 너무 컸기에 사랑받고 있다는 걸 보지 못했던 딸이었던 거 같아요. 엄마만큼이나 동주도 죄책감이 컸기에, 넓은 시선으로 엄마의 고통을 함께한다기보다, 너무 사랑받고 싶어 하는 친구로만 생각해 주면 좋겠어요.

 

여름 극장가가 뜨겁습니다. 김미조 감독은 「오디세이」의 경쟁작이라는 말에 너무 행복해하더라고요.
멋진 선배님들과 함께한 영화가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OTT는 많이 했지만, 극장 상업영화는 처음이라서요. 「오디세이」는 대부분 아이맥스로 보시는데, 저희 영화는 2D 거든요. 아직 못 보셨거나, 극장에 오시는 게 재밌어지시면 2D 영화도 한번 봐 주세요(웃음)! 김미조 감독님이 「경주기행」으로 빨리 차기작을 찍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배우들 마음이에요. 120만은 넘어야죠(웃음)!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0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1
댓글쓰기
0/300
  • car0***
    제목에 오타 역살이 아니라 역할
    2026-09-04 15:00:31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