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강상규 교수(일본학과) 여름방학 특강

강상규 교수(일본학과)가 8월 24일 오후 2시부터 대학본부 본관 3층 소강당에서 여름방학 특강을 진행했다. 덥고 습한 늦더위에도 소강당은 특강을 찾아온 100여 명의 재학생, 동문, 시민들로 가득 찼다.


특강은 영화 「소년 H」(감독 후루타와 야스타, 2012)로 근대 일본을 이해하는 데 방점을 쳤다. 런닝타임 122분의 영화를 감상하면서, 중간중간 해설과 질문을 곁들이는 방식이었다. 참석자들은 숨소리마저 삼켜가면서 고베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주인공인 소년 하지메(H)의 성장과 태평양전쟁으로 치달아가는 파국의 일본 사회를 응시했다.


「소년 H」는 태평양전쟁 전후의 고베를 배경으로, 양복점을 운영하는 세노 가족과 소년 H의 눈을 통해 전쟁과 패전의 시대를 다루는 작품이다. 세노 갓파의 자전적 소설을 「철도원」(1999)의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이 영화화했다.


영화의 시작은 1941년 고베의 바닷가에서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전쟁은 거대한 전투 장면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어느 날부턴가, 외국인과 서양문화가 의심받고 배척당하기 시작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비국민’으로 몰리며, 학교에서는 천황과 국가를 위해 희생할 것을 종용하기 시작한다. 전쟁의 비극은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의 학교와 직장, 종교와 이웃과의 관계, 그리고 가족의 일상 속으로 아프게 밀려든다.


소년 H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왜 생각이 다르면 안 되는가?”, “도대체 이 전쟁이란 뭐였던 거야!”, “사람들은 왜 시대가 바뀔 때 이처럼 좌우로 마구 흔들리는가?” 전쟁이 끝나자 어제까지 군국주의를 외치던 사람들이 너무도 쉽게 태도를 바꿔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천황을 위해 죽으라던 사람들이 미군에게 손을 흔들며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년의 질문은 더욱 초조해지고 날카로워진다.


하지만 「소년 H」는 절망으로 끝나는 영화가 아니다. 폐허 속에서 무기력에 무너지던 아버지가 다시 미싱을 돌리며 삶을 이어가기 시작하고, 삶을 이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소년은 마침내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무더위를 딛고 새학기를 맞이하는 학우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시간을 만들어달라는 일본학과 학생회의 요청을 받았던 강상규 교수는 “「소년 H」라는 영화가 근대 일본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한국의 근대를 촘촘하게 성찰하는 데도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해 이번 특강을 준비했다. 아울러 거대한 대전환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 여기’ 우리의 시대를 조망하는 데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아마도 이 영화가 끝나면, 다들 이런 질문을 품게 될 것이다. ‘시대가 흔들릴 때, 안개에 휩싸여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일본학과에 편입한 한 학우는 “122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흥미로운 영화였다. 소년의 눈을 통해 일본의 어두운 단면을 정직하게 직시하고자 했던 감독의 시선도 좋았다.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였던 일본 시민들이 군국주의가 일으킨 광기어린 전쟁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면서, 근대 일본 사회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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