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의 작가가 대구를 찾은 이유

“인생은 맛깔스럽고 향기롭게” … 대구 독자들과 삶과 문학의 의미 나눠
“인생을 아끼지 말고 써먹어야 …나도 즐겁고 남도 즐거운 삶 살 수 있기를”
작품 세계부터 건강·정치·인공지능 시대의 문학까지 청중들과 허심탄회한 대화

 

 

대한민국 문학 역사상 최초로 100만 부를 돌파한 밀리언셀러 『인간시장』(1981)의 작가 김홍신이 대구를 찾아 방송대 동문, 재학생, 시민들과 삶과 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대구·경북 국어국문학과동문회(회장 구복순)가 주최하고 독서토론회 ‘다독다독’(회장 백지)이 주관한 ‘거장이 들려주는 삶과 문학이야기, 김홍신 작가와의 만남’이 지난 8월 22일 대구도서관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문학을 사랑하는 동문, 재학생과 대구 시민들이 참석해 김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함께 들여다봤다.
특강에 앞서 행사를 추진한 김유석 전임 회장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오늘의 만남이 여러분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손정희 수석부회장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구복순 동문회장을 대신해 환영사를 전했다. 손 수석부회장은 바쁜 일정에도 대구를 찾아준 김홍신 작가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 자리를 함께한 동문과 시민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독서토론회 다독다독 회장인 시인 백지 씨는 “무더운 날씨에도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다”라며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시낭송가 이은희 씨가 김홍신 작가의 시집 『그냥 살자』에 수록된 작품 「대바람 소리」를 낭독하며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문학적 분위기를 더했다.

“물과 공기는 특별한 맛과 향이 없어 오래 함께할 수 있다”
강단에 오른 김홍신 작가는 특유의 재치와 담담한 화법으로 자신의 삶에서 길어 올린 생각들을 풀어냈다. 김 작가는 대구에 대해 “지방 도시 가운데 김홍신 문학관이 있는 논산 다음으로 자주 방문하는 도시 중 하나”라며 대구와의 인연을 소개한 뒤 물과 공기를 인생에 빗댄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물은 특별한 맛이 없기에 평생 마실 수 있고, 공기도 특정한 향기를 품고 있지 않기에 평생 맡으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만큼은 각자가 맛깔스럽고 향기롭게 살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인생을 한번 잘 놀다 가지 않으면 불법”, “인생을 아끼기만 하지 말고 제대로 써먹어야 한다”라는 특유의 표현으로 참석자들의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러면서 “나만 즐거운 삶이 아니라 나도 즐겁고 남도 즐겁게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자신의 삶에서 주인으로 살아야지, 누군가의 기준과 시선에 끌려다니는 노예 같은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미워하는 데 내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 김 작가는 사람을 미워하며 살아가는 데 자신의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는 메시지도 전했다.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 자신을 연행했던 인물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를 위해 기도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그 사람은 죽어서 내가 자신을 위해 기도했다는 사실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그렇게 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미움과 복수보다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김 작가는 이날 여러 차례 ‘삶의 주인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밀리언셀러 『인간시장』 후속작 계획은 있지만…
강연에 이어 진행된 작가와의 북토크 시간에는 김홍신 작가의 작품 세계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는 자신의 장편소설 『바람으로 그린 그림』(2017)에 대해 작품 속 여러 장면과 정서에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학이 단순한 허구의 창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살아온 시간과 기억, 사람에 대한 이해가 축적돼 만들어진다는 점도 참석자들과 함께 나눴다.
청중과의 대화에서는 건강관리 비결부터 창작, 『인간시장』 후속작, 인공지능 시대의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건강관리 비결을 묻는 질문에 김 작가는 특별한 비법은 없다면서도 자신의 기도 습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 자신을 위한 기도는 잠깐 하고 세상을 위한 기도를 하면 기도가 잘된다. 오늘 이곳에 오신 분들을 위해서도 앞으로 백일 동안 기도하겠다”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의 후속편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김 작가는 출판사로부터 이미 신작 제안을 받았고, 자신 역시 세 편가량의 시놉시스를 준비해 놓았지만, 실제 집필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인간시장』을 집필할 때는 ‘나는 옳고 그들은 틀렸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거침없이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을 바라보면서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해 집필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세상을 흑백으로 구분하기보다 서로 다른 생각과 삶의 방식을 인정하게 된 현재의 시선이 오히려 새로운 『인간시장』을 쓰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AI 시대의 문학, “활용은 좋지만 작가의 몫 사라져선 안 돼”
김홍신 작가는 생전에 150권의 책을 쓰는 것이 목표라고 소개하며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이 창작 현장에 빠르게 들어오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인공지능으로 작성된 책이 온전한 작가의 작품으로서 보편적으로 인정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면서, 인공지능 활용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을 이용했던 심사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 심사 과정에서 인공지능 활용 비율이 약 16%로 나타난 작품을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 경험이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 자체는 좋지만, 창작에서 그 비중이 지나치게 커져서는 곤란하다. 개인적으로는 10%를 넘는 것은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을 거부하기보다 도구로 활용하되, 작품의 중심에는 작가 자신의 사유와 문장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김홍신 작가는 이날 대구 방문이 당초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는 뒷이야기도 전했다. 행사를 준비한 다독다독 백지 회장의 지속적인 요청과 열정에 마음이 움직였다며 “백지 선생처럼 열정적인 분에게는 그냥 지게 된다”라고 말해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날 만남은 단순한 작가 초청 강연을 넘어 문학과 삶, 용서와 행복, 정치와 사회, 인공지능 시대의 창작까지 폭넓게 오가는 자리로 이어졌다.
김홍신 작가는 이날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도 결국 한 가지 질문을 참석자들에게 남겼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참석자들은 “두 시간 동안 이어진 강연과 대화는 문학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다”라고 입을 모았다.

김경익 대구·경북 동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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