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7번방의 선물」, 디즈니+ 시리즈 「무빙」 등에서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부성애를 그려내며 ‘K-아빠’로 사랑받아 온 류승룡 배우가 「비광」에서 딸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남은 모든 것을 거는 중구 역을 맡아 한 번 더 진한 부성애를 선보인다.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명량」, 「극한직업」 등 네 편의 천만 영화를 이끈 배우이자 최근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백상예술대상 방송부문 대상을 받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배우 류승룡은 이번 「비광」에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한국 야구 간판스타 중구 역을 맡아 “굴곡진 인생에서 그때그때의 상황, 기분들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딸 동주(김시아)로 인해 톱 여배우 아내 남미(하지원)과 파경을 맞이하고, 초등학교 야구 코치를 전전하며 술로 인생을 보애지만, 8년이 지나 동주가 친구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딸을 지키기 위한 고통의 여정을 시작한다. 이지원 감독은 류승룡 배우에 대해 “맹수 같은 눈빛과 에너지를 지녔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누구보다 유약해지는 반전의 매력이 있는 배우”라고 전하며 두터운 신뢰감을 드러냈다. 때론 진중하게, 때론 유쾌하게 웃는 류승룡 배우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크랭크업 이후 5년 만에 개봉했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책을 딱 펼쳤는데 비상금을 찾은 느낌? 삼성전자, 하이닉스 주식을 묻어놨다가 열어본 느낌이랄까요(웃음)? 그냥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에요. 오랜만에 만난 감독님, 스태프들도 부둥켜안고 우는데, 그런 열정의 온도가 식지 않고 유지됐던 거 같아요. 오랜 후반작업을 통해서 감독님이 최선을 다해서 지금의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죠. 「비광」이 전하는 이야기는 촬영할 때도 그랬지만, 시간과 공간을 떠나 공감할 수 있는 밀도를 가진 것 같습니다.
개봉을 기다리는 동안 감독님, 배우들과 계속 소통하셨나요?
계속 연락해서 더 돈독해지고 단단해졌어요. 끈끈해요. 감독님이랑 김시아 배우랑 제주도에 여행 가서 같이 카약도 타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랬죠. 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여서 저만 보면 웃는 사이가 된 거 같기도 합니다(웃음).

「비광」의 어떤 면에 공감하셔서 합류하셨나요?
시나리오를 봤는데, 제가 극F라서 그런지 뭔가 그런 부분에 잘 잡히나 봐요. ‘황소 같은 울음이 먼저 내린다’, ‘지숙의 노래가 흘러서 중구의 어깨를 두드린다’ 같은 지문을 보면서, 와, 이런 표현들 기가 막힌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표현들을 읽으면서 배우들은 상상하고 집중하게 되거든요. 또 실제로 영화에서 그렇게 구현해 내더라고요. 정말 영화도 영상으로 구현해냈지만, 텍스트로 시나리오만 봐도 시뮬레이션처럼 전두엽이 활성화되는 좋은 시나리오에 반했던 거죠.
한 번 고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시놉시스만 보고 또 아빠 역을 맡기는 그래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죠. 「무빙」에서도 부성애를 오래 보여드려서 감정을 극대화하면 표현 방식이 비슷해질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이지원 감독님이 편지를 다섯 장을 써서 보내주신 겁니다. 그런 아빠가 아닌, 감독님의 서사 그리고 캐릭터의 전사 등등을 설명하면서, 왜 이 영화를 하게 됐는지,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마치 한 편의 작품처럼 편지를 쓰신 거예요. 편지에 눈물 자국이…, 아마 스포이트로 떨어뜨리신 거 같긴 한데(웃음), 제가 너무 큰 실수를 한 거 같더라고요. 시나리오를 정독했는데, 그제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읽히더라고요.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편지로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면서 합류한 거죠.

야구선수 역할을 맡아서인지, 최근 창원 구장에서 시타도 하셨어요. 캐릭터는 어떻게 잡으셨나요?
중구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담아내는 역이라, 그때그때 상황에 진심을 다하고 진실을 담을 수 있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사건이 보이지 않을 때도 관객들이 심정적으로 따라갈 수 있도록 주안점을 뒀고요.
말씀하신 대로 「7번방의 선물」이나 말씀하셨던 「무빙」 같은 작품에서 부성애가 부각되는 캐릭터를 맡으셨는데, 이번 영화 「비광」에서는 어떤 차별점을 두려고 하셨나요?
부성애를 나타내는 장치가 애절함이나 물불 가리지 않는 그런 모습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비광」에서는 아이를 갖고, 기뻐하고, 10개월 동안 아내 안에 있다가, 태어날 거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아이가 “아빠, 아빠” 하면서 기어 다니고 그러다 서고, 걷고 하는 그 모든 과정이 생략됐어요. 잔잔한 호수에 느닷없이 돌이 던져진 것처럼, 그렇게 만난 아이이기 때문에 부성애가 생기지 않는 관계였죠.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아이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 측은지심인 거 같아요. 정말 어디 기댈 데가 없어서 나 같은 사람에게 온,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 아이를 지켜줘야겠다는 책임감, 사명이 생기게 된 거죠. 가뜩이나 아빠들이 서툰데, 딸이 잘못했든 안 했든 좌충우돌, 막무가내식으로 다가가는, 그 진심만은 좀 느껴지게 하려고 했습니다.

갑자기 등장한 딸 동주 역을 맡은 김시아 배우와는 어떻게 합을 맞춰가셨나요?
딸을 키우는 과정이 생략돼 있잖아요. 부족하고 서툴고 거칠고 방법도 모르지만, 오로지 아빠로서, 뜨거운 마음, 아끼는 마음으로 딸이 위기에 처했을 때 마치 도베르만처럼 뛰어드는, 그런 느낌으로 했어요. 스포일러가 되니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뒷부분에 그 작은 아이가 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뿌리칠 수 없었던 것 같고, 운동했던 사람의 의리 이런 것들이 다짐으로 이어져서 위기에 빠졌을 때 행동으로 나온 거 같아요. 김시아 배우가 어린데 눈빛만으로 엄청난 서사를 담아내더라고요. 그 연기를 보면서, 아, 내가 때가 많이 묻었구나, 하는 거울치료도 많이 받았습니다(웃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예요.

김시아 배우랑 여행도 다녀오셨다고요.
제가 아들만 둘이다 보니, 딸 역할 배우들 보면 너무 이뻐요(웃음). 최근에 작품에서 딸을 맡았던 배우들을 다 초대해서 파티를 했어요. 심은경, 김혜준 배우랑, 소원이도 빅뱅 20주년 콘서트 겸해서 올라왔죠. 1년에 한두 번씩은 보는 거 같아요. 앞니 빠져서 시상식 때 귀엽게 말하던 녀석이 이제 다 큰 걸 보니, 진짜 아빠 같은 마음이 되는 거 같아요. 김시아 배우는 정말 극 I인데, 그 친구가 뿜어내는 에너지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웃는 모습 보면 너무 보람차서, 아빠 미소가 자연스럽게 지어지는 거 같습니다. 학교갈 때 되면 가방, 신발 이런 거 선물도 해주고요.
실제 아들들한테는 어떤 아빠세요?
믿겨지지 않으시겠지만, 큰 아들은 군대 갔고, 고3짜리 둘째가 있어요, 시아랑 동갑이죠. 시아는 일찍 대학 들어갔다고 영상 통화하는데, 아들이 막 부끄러워하고(웃음). 그날 있었던 일 조잘조잘 이야기하고, 학교 갈 때나, 들어올 때, 제가 집에 들어갈 때 안아주는 아들들입니다. 여행을 자주 다녔어요. 장난도 많이 치는 친구 같은 아빠이기도 하지만, 부드러운 엄함이라고 할까요? 제 말에 힘이 느껴지는. 그래도 믿어주는 거에 대해 아이들이 느끼는 게 있는 거 같아요. 다행히 그런 관계가 잘 형성된 거 같아요.

이지원 감독의 데뷔작 「미쓰백」도 좋게 보셨다고 하셨는데, 그런 부분에서 감독에게 기대했던 부분이 있었을까요?
숨기고 싶은 인간의 처연함, 처철함? 그런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따뜻함을 유지하는 게 좋았어요. 저는 「비광」을 ‘2D로 찍었지만 4D 같은 영화’라고 표현하는데요. 집도 그렇고 뭐랄까, 화면에서 시큰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 느낌 있잖아요. 열무김치 먹다가 마요네즈 바르고, 저도 깍두기 국물 뿌리고(웃음). 습도도 그래요. 비가 없으면 늘 땀이 있어요. 그런 분위기가 비로소 엔딩으로 가면서 뽀송뽀송해져요. 배우들 얼굴이 배시시 웃는데, 말간 봄볕에 이불을 말린 느낌이랄까요? 그런 인생의 축축함들을 봄볕에 살균하고, 시원해지는 가을바람처럼 그런 미소, 희망을 찾으면 좋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던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엔딩씬을 제습기 씬이라고 불렀는데, 감독님이 이거까지 의도하고 찍으셨는지 정말 놀랐습니다.
깍두기 장면이 정말 강렬하더라고요.
영화 보면서 그날의 분위기, 느낌이 온몸으로 느껴져서 감회가 새로웠죠. 깍두기 국물 한번 부으면 재촬영하기 어려운 장면인데, 음, 재촬영했습니다. 첫 테이크에서 깍두기가 머리에 안 떨어져서요(웃음). 이지원 감독님이 정말 정직하신 분이에요. 정말 매우 고춧가루와 까나리액젓과 무즙 담긴 ‘리얼’ 깍두기로 했는데, 왕건이가 올라가 있어서(웃음). 눈을 아무리 뜨려고 해도 어려울 거 같아서 한 컷에 가야겠더라고요. 깍두기 국물이 볼을 타고 내려와 땀처럼 막 흘러내리는데, 왜 마라톤 선수들이 쌍커풀 수술을 하는지 깨달았습니다(웃음). 정말 맨소래담을 바른 것처럼 매웠는데, 감독님도 다시 할 수 없는 씬이란 걸 감지하셨는지, “오…케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절대 오케이 컷이 아닌데! 그래서 “감독님, 이게 무슨 오케이에요? 눈을 뜨지 못했는데”라고 말씀드리고, 숙소 가서 씻고 다시 옷 입고 간식 타임을 가진 다음에 다시 찍었던 장면입니다.

옷 말씀을 하셨는데, 중구 옷이 정말 캐릭터 구축에 한몫한 것 같습니다(웃음).
중구 컬렉션 구하고 싶을 정도로요(웃음). 문양부터 색깔까지 모두 감독님 컨펌 없이는 안 되는 거였거든요(웃음). 저뿐 아니라 김해숙 선배 밍크코트를 비롯한 모든 옷의 질감, 집 분위기, 습도, 막 이런 꿉꿉한 냄새가 아까 말씀드렸던 2D지만 4D 같은 느낌을 주는 거 같아요. 결국 이런 오해들, 답답함들, 표현의 서툼들이 켜켜야 쌓여 있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하나씩 해소가 되고, 원래 그 사람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습했던 온도들도 바뀌는 거죠. 아까 제습기씬이라고 말씀드렸듯이, 마지막에 뽀송뽀송하고 해맑은 미소를 보면서 결국 관객들도 쾌쾌한 것들을 말끔히 지워버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었다고 감독님도 말씀하셨고요. 여하튼 옷은 컬렉션을 구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웃음).

아내 남미 역의 하지원 배우와 차에서 감정을 주고 받는 씬이 정말 격렬하더라고요.
거의 초반에 찍었어요. 완전히 집중해서 찍은 씬입니다. 막판에 비가 어마어마하게 와서, 암막을 급히 쳐서 최대한 찍을 수 있는 만큼 했어요. 못하면 재촬영하러 와야 하니까요. 스태프들의 순발력과 배우들의 집중력이 대단했던 장면입니다.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했고요, 하지원 배우의 거친 모습들, 마구 쏟아내는 말들이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와닿아서 밀도 있게 집중할 수 있었어요. 남미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중구가 “하지 마라”라고 반복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만큼 척하면 아는 사이였죠. 중구가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터부시하는지 잘 아는, 그런 관계를 짧지만 임팩트 있게 보여준 것 같아요.
하지원 배우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는데, 현장에서 어떠셨나요?
너무 좋았죠. 이지원 감독의 특기인 거 같아요. 여배우가 견고하게 가지고 있던 것들을 해체함으로 해서 배우가 가진 본연의 것들을 끌어내는 거요. 하지원 배우도 정말 설레하고, 기대하고, 또 고마워했어요. 뒷풀이에서도 호스트하면서 신나게 돌아다니더라고요. 제가 영화하기 전부터 봐왔던 선배인데, 현장에서 너무 프로였죠. 한 번도 불만이나 불평이나 투덜대지 않아요. 인상 쓰는 걸 못 봤어요. 와. 이게 정말 장수하는 이유구나 싶더라고요. 요새 하지원 배우 난리잖아요. 26학번 하지원도 하고요. 다시 이렇게 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말이죠. 그림도 그리고, 운동도 하면서 자기 수양을 잘해요. 레몬수도 10년째 마시고 있대요. 뭐 하나 하면 꾸준히 하는 거, 그래서 배울 점이 정말 많다고 느꼈어요. 여배우라면 본능적으로 예쁘게 나오고 싶어하는데, 남미 역을 맡아서는 헝클어진 머리에 촌스러운 화장 이런 걸 다 소화하더라고요. 너무 좋다고 이야기해줬죠. 저는 하지원 배우가 속으로 무슨 마음을 품었다고 표현했는데,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원 배우는 내려놨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이제 진짜 앞으로 더 기대가 됩니다. 아, 그리고 제 아재개그에 너무 크게 반응해 줘서 고마워요. 리액션이 제일 좋은 배우인 거 같아요(웃음).

하지원 배우 유튜브에도 출연하셔서 화제가 됐어요.
「비광」 촬영할 때는 현장에서 저도 하지원 배우도 웃을 일이 없잖아요. 감정이란 게 크리스탈 같아서 집중하다가도 금이 쫙 가면 다시 붙이기 힘들거든요. 이제 홍보할 시기가 돼서 제가 물 만난 고기처럼 튀었던 거죠. 하지원 배우가 너무 재밌어 해서 제가, 정말 육성으로 목젖을 봤습니다(웃음). 신조어 테스트가 짤로 많이 돌아다니는데, 저는 아직도 ‘밤티 난다’는 말은 잘 모르겠더라고요(웃음).

누나 지숙 역을 맡은 김선영 배우와 일상 연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감독님이 계속 맨투맨으로 뒤에서 조종했습니다(웃음). 슛 들어가면 뭐가 대사고 애드리브인지 모를 정도로 막 했어요. 제사 씬에서 선영 배우가 치고 들어올 때도 기다리지 않고 막 했던 것처럼요. 영화 제목처럼 혼자, 둘, 셋 이렇게 있을 때랑 가족이 다 모였을 때, 경찰서 씬도 그렇고 엔딩 씬도 그렇게 관객들에게 좀 안도의 한숨 같은 걸 줄 수 있는 거 같아요. 비로소 숨을 쉴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건데, 그것 역시 감독님이 의도한 건지 모르겠지만요. 지금 생각해 보면, 가족들이 모일 때마다 그랬던 거 같아요. 그게 가족이 주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힘이 아닐까 싶고요. 왜 아주 단란하고 행복한 집도 있지만, 정말 보면, 빙산의 일각처럼 그 위에만 보고 그 아래의 거대한 그 사람의 진실이나, 이런 것들이 숨겨지고, 오해도 있고, 가족들은 그게 쌓여서 서로를 원망하게 되고 그렇잖아요. 그런 진심들이 다 어떤 사람이나 가족에게 있지 않을까요? 선영 배우가 공진단 이야기하는 것도, 그런 것들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장면이었던 거 같아요.
또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주신다면요.
이형균 배우라고, 영화에서 기자로 나오는데, 막 저한테 린치 가하는 장면이 있어요. “정신 차려”라고 말하면서 제 귓불을 툭툭 치는데, 와, 거게 너무 수치스럽더라고요. 톡톡 소리가 나서 아프기도 한데, 너무 굴욕스럽고 당황해서 순간 머리가 하얘질 정도였어요. 그때 이형균 배우의 진가가 드러나지 않았나 싶어요. 카메라가 넘어져서 깨지는 순간에도 “휴대폰으로 찍어!”라고 소리치는데, 와, VIP 시사회에서 하하가 그걸 보고 육성으로 욕을 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얼굴에도 일부러 지저분하게 분장을 하고 안경을 쓴 것도 너무 캐릭터를 잘 표현한 거 같아요.

영화 후반에 사적 복수를 감행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영화들과는 조금 다르더라고요. 운동선수 출신이고, 나름 인맥도 있어서 뭔가 드라마틱한 한방이 있을 거로 기대했거든요. 감독님의 해석에 선뜻 동의하셨던 건가요?
남미가 “이건 중구 몸값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하잖아요. 남자들끼리는 자존심 문젝 있는데, 남미가 대신 중구의 복수를 해주기도 하고요. 사실 좀 통쾌하고 시원하면서 깔끔하게 끝나는 게 아니라, 부족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그냥 현실적인 결말이었던 거 같아요. 자존심을 버리고 할 수 있는 최선이랄까요? 그래서 더 제게 와닿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측은하기도 했고요. 가장 베스트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는 없구나 하는.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기도 하고요.

주로 선한 역을 맡으셨는데, 앞으로 악역 욕심은 없으신가요?
그런 역할에 마음이 좀 가는 편이에요. 아들들은 “아빠, 이제 센 악역 한번 해야지”하는데, 하긴 해야죠. 그런데 마음이 좀 힘들어요. 작품 하면서 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고요. 연기하는 동안도 내 인생이잖아요. 예전에 「시크릿」 했을 때, 아내가 좀 힘들어하더라고요. 저는 밖에서 있었던 일을 절대 집 안으로 안 가져가는 편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이왕이면 찍을 때도 좀 좋은 역할로 마음이 가요. 왜, 영화를 보면 그 감독님의 인생이 보이잖아요. 배우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뿐이라, 그래서 악한 역보다는 「닭강정」, 「아마존 활명수」처럼 좀 엉뚱한 캐릭터는 오히려 과감하게 선택하는 편입니다. 영화이기에 구현할 수 있는 부분들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