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대에서 함께 공부하며 웃고 때로는 힘들어하며 걸어온 시간 이제 그 길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졸업이라는 이름의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연길! 연길은 나에겐 가끔 찾았던 익숙한 도시지만, 2년여 만에 다시 찾는 연길을 방송대 동기들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특별했다.
거리 곳곳에서 만나는 한글과 한어가 나란히 공존하는 간판을 바라보며 이곳이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첫날의 설렘은 긴 여정의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깊은 잠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눈을 뜨자 새로운 하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둘째 날 우리는 백두산 천지를 향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을 달려 마침내 마주한 백두산 천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장엄한 풍경 앞에서 우리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리고 관광객이 밀집된 틈을 비집고 동기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마도 이 사진은 단순한 기념사진 한 장이 아닐 것이다. 수많은 과제와 시험 출석과 학업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마침내 졸업이라는 결승선을 향해 함께 달려온 우리들의 시간과 우정이 고스란히 담긴 한 장의 역사일 것이다. 사진 속 우리는 웃고 있지만, 그 웃음 뒤에는 지난 세월의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다시 세 시간 반을 달려 도문으로 향했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마을이 눈앞에 펼쳐진다. 두만강을 바라보며 우리는 방송대 학사복을 꺼내 입었다. 그리고 북한 마을과 두만강을 배경으로 바쁘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순간순간을 담았다. 그렇게 우리의 둘째 날도 어느새 저물어 갔다. 짧은 여행은 늘 그렇듯 빠르게 흘러간다.
연길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는 연길 최대 전통시장인 서시장을 돌아보며 연길 사람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만났다. 이어 연변대학교를 잠시 둘러보고, 연길 공원으로 향했다. 비파를 켜는 선녀상 앞에서 다시 한번 학사복을 곱게 차려입었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 나란히 섰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에게는 학생으로서 함께 남기는 마지막 사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저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동기였지만, 어느새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고 안부를 묻고 웃음을 나누는 소중한 인연이 되었다. 저녁에는 연길에 오면 꼭 한 번 맛보아야 한다는 연길 양꼬치구이를 마주했다.
맛있는 음식과 술잔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여행 이야기를 나누고 지나온 대학생활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이야기했다.
방송대라는 인연으로 만나 함께 공부하고 함께 웃고 함께 고뇌했던 우리 이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면 지금처럼 자주 만나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백두산 천지에서 함께 웃던 모습도 두만강 건너 북녘을 바라보며 찍었던 사진도 연길의 밤에 함께 외쳤던 “하오 치(好吃)!”도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세월이 많이 흐른 뒤 우리가 다시 이 사진들을 꺼내 보게 된다면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때 참 좋았지? 우리 정말 멋진 여행을 했어, 그리고 그때의 우린 참 행복했어.” 연길은 이제 우리에게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었다. 그곳에는 우리의 미래와 우정 졸업의 설렘과 아쉬움 그리고 함께한 소중한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상민 문화교양학과 4학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