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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피니시 라인도, 스스로 달려봐야 그것이 나의 것이 된다.

AI가 아무리 똑똑하게 답을 알려줘도,
내가 직접 달려보지 않았다면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작년 방송대 마라톤 참석 직후 나는 마라톤 신발을 아예 하나 장만했다. 마라톤 신발을 사면 올해에도 반드시 참석할 핑계도 생길 것 아닌가. 아,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올 6월 예정이었던 마라톤이 지방선거로 늦어지더니 기껏 가을로 연기된 날이 하필 학회와 딱 겹치는 9월 5일이었다. 아쉽지만 고이 1년 마라톤 신발을 묵혀야 하나 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올해 마라톤은 오전 7시로 당겨졌고, 학회는 오후로 잡혀, 새 신을 신을 기회가 마침내 주어졌다. 

 

인생에 여러 길이 있듯이 마라톤에도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있다. 내리막은 중력을 잘 활용하면 내 능력보다 수월하게 달릴 수 있다. 이때 거리를 최대한 적립해 뒀다가 오르막길을 만나도 꺼내 쓴다는 심정으로 여유롭게 달릴 수 있다. 평생 쉽기만 한 길도 평생 어렵기만 한 길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슬슬 숨도 점점 차고 물을 마셔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일 즈음, 반환점이 어김없이 나타난다. 반환점? 달리 말하자면 절반을 더 돌아야 한다는 말이다. 피니시 라인은 그럼 어디쯤이지? 점점 힘들어지는 내 몸은 이런 질문을 마구 던진다. 사실 피니시 라인은 출발부터 내 앞에 있었다. 그러나 보인다고 바로 그것이 나의 것은 아니다. 출발선이 바로 피니시라인이니까, 출발 자체를 하지 않은 이는 이미 결승선에 먼저 도착해 있는 셈이다.

 

아, 그렇다면 땀 흘려가며 뛰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이런 사실도 모르는 바보인가? 도달, 도착, 성공, 안착, 완성…, 이 모든 것들은 시작도 하기 전부터 그래서 누구든 모두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땀 흘려 달리고 나면 이것을 단어 하나로 툭 내뱉지 못한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오르막에 오르면 이제 이 고생은 올해로 진짜 끝이라고 다짐하게 되고, 내리막에서는 이것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내달리다가 오히려 넘어지거나 부상을 입기 쉽다. 내 인생의 피니시 라인도, 나 스스로 달려봐야 그것이 나의 것이 된다. AI가 아무리 똑똑하게 답을 알려줘도, 내가 직접 달려보지 않았다면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달리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것들이 올해에도 여럿 있었다.

 

새 신을 신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점을 지나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밑창에 돌이 하나 박힌 것 같았다. 꽤 신경이 쓰였지만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고 싶지도, 내 페이스를 잃고 싶지도 않았다. 돌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달릴수록 돌 하나에 무게 중심도 흔들리는 것 같고 좀 아픈 것도 같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결국 경로를 약간 벗어나서 혼자 멈춰 서서 돌을 빼내려 마라톤화 밑창을 보았다. 세상에나! 돌 같은 건 없다. 깨끗한 새 신이다. 다시 디뎌봐도 아까 그 느낌 그대로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거슬리고 온몸의 신경이 오로지 발로 몰리게 했던 그 느낌은. 그래서 또 한 가지 깨달았다. 불편하다, 어렵다, 괴롭다는 감정이 실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겠구나. 외부에서는 나를 힘들게 한 것이 객관적으로 하나도 없는데, 나 혼자 그렇다고 굳게 믿을 수도 있구나. 나는 내가 마주해야 했을 시련 앞에서 탓하고 책임을 전가하고픈 돌 하나를 먼저 찾을 수도 있구나.

 

1년에 한 번 5㎞ 마라톤에 참가하는 것으로, 나는 이토록 야단법석을 떤다. 그 짧은 거리를 달려본 것으로 감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데, 늘 나의 인생 선생님이 되어 주는, 그야말로 묵묵히 인생의 마라톤을 달리고 계시는 분들은 얼마나 들려줄 이야기가 많으시겠는가. 발밑의 돌을 찾을 것이 아니라, 시작점이기도 한 결승선에서 구시렁거리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그래서 함께 인생을 달려볼 일이다. 사실 잘 달리는 이들은, 말이 없다, 간혹 자신의 숨을 고르기나 할까.

변지원 방송대 교수·중어중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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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is***
    현장묘사, 생생한 감각적 경험, 스스로 땀 흘려 뛰신 고민하는 과정 잘 표현 하셨네요. 감동 했습니다. 中文系卞智媛教授,加油!
    2026-09-23 10:22:16

사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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