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나는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공부를 곧잘 하던 우등생이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는 운동과 가까워졌다. 아버님의 피를 이어받아 또래보다 키가 크고 체격이 우람했기에 운동을 시작했고, 고등학교에서는 189cm의 큰 키를 바탕으로 배구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학창 시절에는 뜻하지 않은 사연도 있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따른 여러 가지 복잡함으로 방황했고, 호적 나이가 두 살 어린 덕에 선수 생활을 5년여 했지만 결국 고교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그때는 그 일이 얼마나 오래 마음에 남을 일인지 알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졸업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마음 한편에서 나를 괴롭혔으며, 특히 친구들이 대학 다니는 모습을 보며 큰 아쉬움을 느꼈다.
곧바로 특전사에 자원입대했다. 군 생활을 하면서 10·26, 12·12, 5·17, 5·18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를 직접 경험했다. 리더의 통솔력과 어려운 여건을 극복할 수 있는 인내심을 배웠는데, 그 경험은 이후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자산이 됐다. 전역 후에는 네 차례 직장을 옮기면서 다양한 현장을 경험했고, 사람과 조직을 관리하는 능력을 쌓았다. 70세가 된 지금도 나는 현역이다. 대기업 협력업체에서 인력 관리 업무를 맡아 신규 사업소의 조기 안정화와 문제 발생 사업소의 정상화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인생의 또 다른 출발점이 찾아온 것은 65세 때였다. 우연히 방송고 신입생 모집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5년이나 학교에 다니고도 졸업장을 받지 못한 나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시던, 돌아가신 어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다시 학교에 다니기로 결심하고 회사 대표를 만나 생각을 솔직히 말하고 협조를 구했다. 나의 과거를 잘 아는 경영진은 격려와 함께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줬다.
입학과 동시에 네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 이번에는 반드시 졸업해 졸업장을 어머님 묘소에 바치겠다. 둘째, 어린 시절 학교에 가지 않아 애태우시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3년 개근상을 받아 바치겠다. 셋째, 과거 상처를 끼쳤던 친구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봉사하자. 넷째, 손주들에게 귀감이 되는 할아버지가 되자.
목표는 하나씩 현실이 됐다. 3년 개근상을 받았고 입학과 동시에 정문에서 등하교 시 차량 통제 봉사를 하는 등 학생회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3학년 때 전교 학생회장으로 선출돼 봉사한 데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어린 시절 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상처받았던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남은 삶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졸업식 날 나는 단상에 여덟 번이나 올랐다. 여러 종류의 상장을 받는 모습을 20여 명이나 참석한 가족들에게 보여줬다. 어린 시절 이루지 못했던 ‘졸업의 꿈’을 마침내 완성한 순간이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방송대 도시콘텐츠·관광학과에 입학한 것이다. 계기가 있었다. 고교 선배인 서울총학생회장과의 인연으로 방송대 이야기를 접하면서 늦은 나이지만 대학 생활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더 있다. 고교 시절 경복궁을 찾았을 때 나이가 지긋한 해설사가 어린 학생들에게 우리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면 언젠가는 저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작은 생각이 방송대 진학이라는 새로운 꿈으로 이어졌다.
선배의 추천으로 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학년 때 정책처장, 2학년 때 지역부총, 3학년 현재는 정책부총으로 봉사하고 있다. 늦은 나이에도 학생회에서 학우들을 위해 활동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셨던 덕분인지, 도시콘텐츠·관광학과장, 서울지역대학장, 총장님으로부터 공로상을 받았고, 서울지역대학이 속해 있는 성동구의 전현희 국회의원에게도 공로상을 받았다. 봉사는 기본이요, 학생의 본분인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학과에서 올해 처음 시행된 제1회 총장배 지역관광 크리에이터 영상 공모전에 서대문 주변 지역을 조명해 관광 콘텐츠 영상으로 제작한 「느린 여행 하얀 민들레」를 출품해 대상을 받았다.
직장에서는 70세의 경험 많은 관리자로, 학교에서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학생으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힘들다는 생각보다 즐겁다는 말을 먼저 한다. 걸어온 길이 많이 부족하지만, 오히려 지난 아쉬움을 새로운 도전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중졸 소년이 70세의 대학생이 돼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관광학과를 졸업하면 다른 학과에 편입해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학업에 전념할 것이다. 이 지면을 빌려 고교,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한 직장 경영자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내가 새로운 세계를 펼쳐나갈 수 있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