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회 방송대문학상 시 부문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작품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응모작 편수가 줄어드는 대신 시적 다양성을 확보하며 새롭고 인상적인 감각들을 드러내는 작품이 많았다.
시는 비가시적인 세계(마음이나 영혼 등)를 시적 상상력을 통해 시적 현실로 재구성해야 한다. 그러므로 새롭게 탄생하는 시적 현실의 모습은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모습을 띠고 있어야 한다.
시의 예술적 가능성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시적 현실의 생동감에 있다. 이번 당선작 강수지의 「눈물을 손에 쥘 수 있다면」과 가작 이연숙의 「크리넥스」는 경쾌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시적 상상력이 섬세한 필치로 표현된 좋은 작품이었다. 수상작과 함께 본심에 오른 작품은 김종현의 「장마」, 박주빈의 「공」, 백인우의 「밑줄의 방향」, 이숙영의 「보이지 않는 재단사」, 정상만의 「원형의 유배지」다.
김종현의 「장마」는 산비탈 해방촌 사람들의 장마철 생존 투쟁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폭우가 쏟아지는 재난에 대한 접근을 동시적 상상력을 통해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데 성공하고 있지만 그것 이상의 인식이 없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박주빈의 「공」은 공의 속성을 성장담과 연결시켜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삶의 다양한 방향들이 공이 굴러가는 모습과 결합되어 매력적인 비유로 읽혔다. 공 속에 들어 있는 비밀 이야기의 이미지가 조금 더 자연스러웠으면 좋았을 것이다.
백인우의 「밑줄의 방향」은 도서관 폐기 도서를 관찰하며 그 책을 읽은 사람들에 대한 섬세한 상상을 덧붙이는 점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다만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마무리하는 것보다 문장을 통한 타인과의 연대를 더욱 심도 있게 밀고 나갔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숙영의 「보이지 않는 재단사」는 삶의 옷감을 마름질하는 재단사의 시적 행위가 감각적으로 다가와서 생생하게 느껴졌다. “깃을 세우면 안락했으나/ 겨드랑이 밑은 오래 가려웠다” 같은 표현은 투고자의 시적 재능을 드러내는 인상적인 구절이었다. 시의 방향이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으로 간다면 더욱 좋은 작품이 될 것이다.
정상만의 「원형의 유배지」는 첫 연부터 흥미로운 감각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힘이 있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거침없는 상상력이 시가 진행될수록 전형적으로 흐르고 있어 아쉬웠고 다음 기회에 더 멋진 작품을 만날 수 있으리라 여겨졌다.
이연숙의 「크리넥스」는, 크리넥스 한 장이 필요한 것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의도와 말로 인해 “바람 없는 허공으로 날아가”는 크리넥스처럼 어딘가로 밀려나는 시적 화자의 심정을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다. “누군가 흘린 마른 자국에도/ 가장 먼저 물들어 갈 것을” 아는 화자의 심정이 크리넥스의 물성과 겹쳐지면서 시적 울림을 만들어낸다. 사람들 사이에서 밀려나는 존재에 대한 인식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접근하는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보면 좋을 것이다.
강수지의 「눈물을 손에 쥘 수 있다면」은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눈물을 손에/ 쥘 수 있다면/ 바둑돌을 만지는 기분일까요?”라는 첫 연부터 독자를 사로잡는 힘이 느껴졌다. 눈물이라는 액체성과 바둑돌이라는 고체성의 결합이 시적 상상력에 의해 새로운 감각으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바둑을 두시던 생전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애도의 과정을 애틋하고 아련하게 표현함으로써 시적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함께 응모한 다른 작품들도 강수지의 시적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응모하신 모든 분들의 시적 성취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