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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계를 달군 뜨거운 이슈가 있었다. 유력 일간지의 데스크급 기자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한 것. 이들의 행보는 방송사나 경쟁 일간지가 아니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의 임원이나 홍보부서 자리였다. 기자들의 탈(脫)언론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 우리나라에선 이직에 대해 비판할 이유가 전혀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량 있는 시니어급 기자들이 언론계를 떠났다는 것이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내부에서 촉망을 받는 기자들이었고 후배들의 신임이 두터웠다는 점에서 그 안타까움은 더하다.

 

 

 

 
서론이 좀 길었다. 돌려서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얘기하겠다. 저널리즘이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해 있다. 대내외 경영 환경의 위기는 익히 알고 있는 사안이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무슨 문제이든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Basics)’는 말이 있다. 기레기라는 용어가 왜 보통명사가 됐는지, 가짜뉴스가 왜 판을 치고 있는지, 따옴표 저널리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등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여기에서부터 위기의 단초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제궤의혈(堤潰蟻穴)’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큰 제방도 사소한 개미구멍으로 인해 무너진다는 뜻이다. 지금의 언론 지형에서 작은 구멍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 심히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의 시선을 끄는 사건이 있었고, 이 고사성어가 절묘하게 오버랩됐다. 작은 구멍은 ‘올백뉴스(allbacknews.com)’라는 사이트에서 생겼다. 올백뉴스는 ‘기자 외주 전문 플랫폼’을 표방한 사이트였고 현직 기자들의 알바를 독려해 시선을 끌었다고 한다. 이 사이트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사이트가 폐쇄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올백뉴스는 제작한 기사를 발행하고자 하는 고객과 기사를 외주하고자 하는 기자를 연결해 중계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다. 기자가 해당 사이트에 등록하면 ‘일감’을 받고, 해당 기자가 속한 매체를 통해 포털뉴스 등에 송출하면 건당 비용이 지급되는 방식이었다. 이때 한 번 거절된 기사는 같은 언론사의 기자가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이러한 사안에 대해 일부 미디어 비평지에서 기사화를 했지만 유력 일간지와 다수 매체에서는 해당 사건을 다루지 않았다. 기자들이 먼저 나서서 언론계의 ‘치부’를 밝히고 싶겠는가. 
 
사실 올백뉴스 등이 나오기 이전에도 비용을 지불하고     기사화하는 이른바 ‘유가(협찬 비용 책정)기사’는 존재했다. 유가 기사와 같은 방법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윤리를 훼손시킨다. 그런데 올백뉴스와 같은 이른바 ‘기자-외주사 중개 플랫폼’을 아예 드러내놓고 서비스를 한 적은 없었다. 언론계의 사정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벼랑 끝에 몰린 기자들과 저널리즘의 붕괴된 틈을 파고들어 결국 저널리즘의 추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아진 셈이다.        
 
‘먹고사니즘’이라는 얘기가 있다.  생계에 매달려야 하는 씁쓸한 현실이 먹고사니즘에 투영돼 있다. 당장 배고픔을 지배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먹고사니즘과 공공성을 추구해야 하는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저널리즘 사이에서 고뇌하는 기자들의 건투를 빈다. 그리고 저널리즘이 결국 승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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