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독서를 넘어서

유토피아의 학생과 교사로서 우리의 소명은 지난 몇 년 동안 교직, 국가, 전 세계에서 일어난 변화에 대한 반응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됐다. ‘새로운 세계를 형성하고 세계와 지역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독서와 경청의 유토피아적 잠재력’에 주목하자. 『다산 정약용 평전』,『하버드 강의 노트』,『심리치료의 비밀』,『이매진 빌리지에서 생긴 일』,『82년생 김지영』…. 이 책들의 공통점은 2019년 우리 대학 중앙도서관 인기 대출 상위 도서라는 점이다. 많이 읽혔다는 뜻이다. 어쨌거나 책은 읽어야 맛이고, 그래야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오랫동안 독서는 일종의 ‘미덕’으로 간주됐다. 그리고 이 말은, 책을 읽지 않는 이른바 ‘비독서’를 가리켜 나태하고 무기력한 ‘악’으로 보는 어떤 정서가 독서계 안팎에 있다는 뜻으로 통용됐다. 그러나 독서와 비독서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구분 그 이상의 의미를 줄 수 없다는 주장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2007년 프랑스 파리 8대학 프랑스문학 교수이자 정신분석학자인 피에르 바야르(Pierre Bayard)가『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출간해 유럽과 미국에서 갈채를 받았다. 그는 비독서(non-reading)의 의미를 파고들었다. 피에르 바야르의 ‘비독서’흔히 말하는 ‘고전’은 일정한 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에게 누군가가 ‘그 책을 정말 읽어 봤습니까?’라고 질문한다면, 그는 무례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는 사회적 금기는 독서를 신성시하고, 정독의 의무를 강조하는데, 여기서 ‘비독서’의 공간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게 바야르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실제로는 아무도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열정적이고 창조적인 대화가 가능하며 바로 여기에 진정한 독서의 목적과 진실이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바야르 교수는 책을 전혀 읽지 않은 경우, 책을 대충 훑어보는 경우, 다른 사람들이 하는 책 얘기를 귀동냥하는 경우, 책의 내용을 잊어버린 경우까지 독서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바야르 교수에 따르면, 독서란 책과 책, 책과 독자 사이의 네트워크를 파악해 전체적인 지식지도를 그려내는 ‘총체적 독서’를 지향할 때 의미가 있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당연시해온 독서문화와 이에 대한 금기를 되짚어가며 독서의 목적과 방법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비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미국에서 출판되자마자 포스트모던 소설가인 제이 맥키너니(Jay McInerney)가 <뉴욕타임즈>에 “결국 바야르는 그의 끔찍한 의도를 드러냈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것이 ‘진짜 창조적인 행위’라는 주장 말이다. 문학 교수로서 바야르는 자신의 궁극적 목적이 창조성을 고무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라고 반론을 퍼부었다. 맥키너니의 서평을 소개한 이는 지난해 11월 7일

0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