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문학자가 보여준 새 이야기, 인간 이야기』의 저자 서정기 명예교수

바다를 가로질러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와 기진해 죽어가는 새 때문에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때로는 생존을 위한 새들의 지혜에 감탄하기도 하고 인간의 어리석음에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유년 시절의 소박했던 행복을 상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고대의 신화세계로 돌아가기도 한다.  내게 있어서 새를 본다는 것은 결국 생명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나아가 세계를 이해하는 일이다.  2017년 2월 정년퇴임한 교수가 14년째 한 우물을 파고 있다. 이미지와 상상력의 사회학, 상징 인류학, 신화학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의 질베르 뒤랑을 지도교수로 해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평론집 『신화와 상상력』(살림, 2010)으로 국내 학계와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학자다. 그런 그가 새에 푹 빠졌다. 그리고 지난달 신간 『인문학자가 보여준 새 이야기, 인간 이야기』(지식의날개, 이하 『새 이야기』)를 내놓았다. 240쪽 분량에 도판만 245장, 충청남도 보령시 외연도의 유리딱새에서부터 태평양 오세아니아의 대륙에 있는 파푸아뉴기니의 라기아나극락조까지 145종의 새를 깊고 촘촘하고, 따뜻한 언어로 불러냈다. 2014년 9월에 ‘지식의날개’에서 출판을 제안했으니, 꼬박 5년이 걸린 책이다. 새로운 새를 찾아 나선 서정기 교수는 중국 장시성을 거쳐 1월 18일 ‘우한 공항’을 지나 남창으로 이동했다. 예정보다 일찍 코타키나발루로 돌아가려고 비행기편을 물색하고 있던 그를 지난달 26일 이메일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휴대폰으로 한 글자씩 입력해 답장을 보내왔다. 조류도감과 생태사진집을 넘어서점가에서 만날 수 있는 새에 관한 책은 조류도감에서부터 생태사진집, 에세이집 등 크게 세 부류가 있다. 서 교수의 책은 기존의 책들과 닮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차이를 읽어낼 수 있다. 문장은 술술 읽히고, 맛깔스럽다. 눈앞에서 만난 새들과 문명, 문화에 관한 이야기들이어서 그렇다. 외연도의 유리딱새가 보이면서 동시에 이 새를 통해 불러낸 저자 자신의 체험과 성찰, 사유가 단속적으로 쌓여 있다는 게 특징이다. 책의 제목처럼 ‘인문학자가 보여준’ 새 이야기이면서, 인간 이야기인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신화와 상징 인류학을 전공한 저자의 특성이 스며들어 있다. 예컨대 그가 “내게 있어서 새를 본다는 것은 결국 생명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나아가 세계를 이해하는 일이다.”라고 썼을 때조차 그는 보들레르의 시편과 회통하고 있다. 이렇게 말이다.  생각으로, 종달새처럼 이른 아침에, 하늘로 자유로이 날아오르는 사람은 생명들을 내려다보며, 쉽사리 알아차린다. 꽃들과 말없는 것들의 언어를!-『악의 꽃』 중 「상승」 일부저자가 「서문」에서 인용한 이 보들레르의 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1950~60년대에 유년기를 보냈다. 그의 말대로 모든 것이 ‘희거나 검은 무채색의 옷을 입었던 시대’였다. 그런 그에게 “논가의 낮은 절벽에 굴을 파고 사는 물총새는 그 호화로운 색깔로 어린 우리들의 마음을 훔쳐”가기에 충분한 새였다. 그리고 세월이 훌쩍 흘러 2006년 어느날 낚시를 하다가 수십년 만에 물총새를 다시 만났다. “그 물총새는 나를 어린 시절로 단박에 데려갔고,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도 아름다운 그림으로 채색됐다.”그러니까 물총새와 보들레르의 시 「상승」은 이 불문학자의 새와의 운명적 만남을 설명해주는 연결점인 동시에 삶의 비의(秘意)를 엿볼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다. 그는 이를 두고 “우리가 새에게 매료되는 것은 새의 노랫소리나 다채로운 색깔이 아닌 바로 그 날개 때문이다. 날아오를 때 드러나는 그 가벼움, 중력을 이겨낸 가벼움에 매료된다.”라고 설명한다. 새 사진을 찍는 이유세계를 미시적으로 훑어주는 인터넷 때문에 오늘날 각종 ‘새’의 모습을 이미지로 접하기란 아주 쉬운 일이 됐다. 우리나라 섬에 찾아오는 철새들에서부터 지구 반대편의 새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서 교수는 직접 새를 찾아 나서야 했다. 이미지로서의 새가 아니라, 실체/실재로서의 새를 만나고 싶어서였다. 2006년 가을 처음으로 물총새를 찍은 이후, 그는 혼자 카메라를 들고 뒷산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탐조는 2008년 4월 충남 외연도에서였다. 부채꼬리바위딱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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