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ㆍ취업   평생직장 사라지고 ‘긱 이코노미’시대 온다

#. A씨는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기업의 인사·노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2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정해진 출퇴근 없이 단기 일자리로 돈을 버는 노동 형태로 일하기 시작했다. 회사 다닐 때 만큼의 수입은 못 올리지만 일회성 업무가 주어지더라도 완벽하게 마무리한다. 업무 종료 이후 클라이언트로부터 또 다른 일을 소개받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A씨의 사례는 새로운 고용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긱 워크(gig work)’의 이야기다. ‘긱(gig)’이라는 용어는 1920년대 미국의 재즈 공연장 주변에서 살면서 일시적으로 고용되어 일하던 연주자를 일컫는 말에서 비롯됐다. 차량공유서비스 우버(Uber) 기사나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AirB&B)에 숙소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긱 워크 유형에 해당된다. 이들은 온디맨드 서비스에 참여하거나 특정 프로젝트에 한시적으로 참여해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주체로 활약한다. 우리나라에선 ‘배달앱’이 확산되면서 주문받은 업체가 직접 배달 대신 배달대행 업체와 계약해 고객에게 음식을 전달하는 시스템이 활성화돼 있다. 이렇듯 ‘긱 워커(gig worker)’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하는 독립적인 계약자 혹은 파트타임으로 자유롭게 일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워라밸 라이프를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긱 워커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들도 자신의 시간을 활용해 여분의 수입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긱 이코노미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긱 워커 관련 플랫폼을 보면 신중년으로 불리는 50~60세대가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해 일자리를 얻고 있는 형태가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긱 이코노미’에 뛰어든 신중년L전자에서 20년간 근무한 후 긱 이코노미에 뛰어든 이명조(64) 씨는 중국 관련 비즈니스에서 긱 워커로 일하고 있다. 이 씨는 평생 현역을 위한 N모작 방편의 하나로 시작했다. 전반부 30년의 주력 경력을 감안하면서 후반부 30년(60~90세)의 N잡을 위한 전략적 방안으로 긱 워커를 선택한 것이다. 신문사에서 편집디자인 업무를 담당하다 긱 경제에 뛰어든 경우도 있다. 권태형(53) 씨는 입사한 지 20년을 넘기면서 얼마나 더 회사생활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커졌다. 권 씨는 자신이 가진 업무적 스킬이 회사에 꼭 필요하다는 의미를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권 씨는 회사를 나오기 직전까지 다뤘던 디자인과 동영상을 주력 아이템으로 삼아 긱 워커로 나섰다. 글쓰기와 강연 분야에서 긱 워커의 삶을 선택한 이도 있다. 딴지일보 편집장을 지내고 여행사 대표이사 경력을 가진 윤용인(55) 씨가 그렇다. 윤 씨는 50대로 접어들기 전에는 유력 일간지에 칼럼도 쓰고 강연도 많이 했지만 50대 이후부터는 활동폭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공유사무실에 일터를 마련한 윤 씨는 실버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유연성·자율성 vs 불규칙적 수입’이처럼 신중년이라 불리는 50·60세대가 전직 경험과 자산을 무기로 삼아 긱 워커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경우가 두드러진다. 시간 활용이 용이하고 업무수행에 있어 독립성·자율성을 가질 수 있다는 긱 워커의 장점 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 씨는 “가장 큰 메리트는 내 일정을 스스로 조정하고 조율할 수 있는 것”이라며 “1~2년 뒤뿐만 아니라 10년 뒤, 20년 뒤를 생각하면서 현재 필요한 것, 앞으로 준비해야 할 요소들을 구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 씨는 공간적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다는 것을 긱 워커의 장점으로 꼽았다. 윤 씨는 “사무실이 중요하지 않다. 노트북만 있으면 일이 가능하다”며 “드롭박스를 주로 쓰고 있는데 네크워킹 서비스가 워낙 잘 되어 있다. 필요한 업무를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 같은 곳에 저장해 놓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해도 일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긱 워커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경제적 문제를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편집 디자이너 분야에서 긱 워커로 활동하다가 다시 직장으로 복귀한 한민정 씨는 수입이 보장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한 씨는 “긱 워커의 일을 처음 시작했던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업무 의뢰가 많았는데 이후 언론사의 경영난과 업무 시스템의 변화 등으로 일이 줄기 시작했고, 직업의 보장이 어려워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했다.권 씨도 경제적 부담감이 크다는 것에 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정해진 월급이 없어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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