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 현대 명저 106선 해제

펑유란은 자신의 임무가 새로운 문화로 과거의 문화를 이해하고 밝히는 것이라 보았다. 그가 보기에 당시 중국은 미처 근대철학이 갖춰지지 않았으며, 철학을 포함해 19세기 이전의 중국문화는 모두 고대에 속한다고 보았다. 동서 문화의 차이와 충돌은 본질적으로 고대와 근대의 차이일 뿐, 동양과 서양의 차이는 아니었다 펑유란(馮友蘭, 1895~1990)은 현대 중국철학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중국철학을 서양 현대철학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중국철학사』(1934)를 집필함으로써 중국철학의 보편화를 이루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가 사용한 서양철학의 관점은 주로 신실재론과 실용주의로, 그가 유학했던 컬럼비아대의 학풍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을 것이다. 『중국철학사』는 동양철학에 관심 있는 입문자들에게 가장 좋은 교과서로 알려져 있는데, 이 책이 출간된 지 이미 8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펑유란이 어렸을 땐 충실한 한학(漢學) 교육을 받아 전통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청년기에 베이징대와 컬럼비아대에서 논리학과 실증주의 등 서양철학의 방법론을 익혀 중국철학과 서양철학 모두에 정통했기 때문이다. 『중국철학사』는 펑유란이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대학에서 중국철학을 강의한 원고를 토대로 저술한 책으로, 그에 앞서 출간된 후스(胡適, 1891~1962)의 『중국철학사대강』(1919)과 여러 면에서 비교된다. 중국철학사에 대한 펑유란의 관심은 중일전쟁 당시 피난지에서 집필한 ‘정원육서(貞元六書)’와 문화대혁명 이후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중국철학사신편』(1989)에 이르기까지 일생을 관통하는 주제였다고 할 수 있다. 의고(擬古)와 석고(釋古)     중국에서 최초로 현대적 학술방식으로 중국철학을 기술한 책은 후스가 집필한 『중국철학사대강』이다. 이 책은 그 이전의 중국철학의 서술방식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후스 이전의 중국철학의 서술방식은 『송원학안(宋元學案)』, 『명유학안(明儒學案)』 등과 같은 선록(選錄) 형태로, 자신의 의견보다는 선현의 말과 글을 중시했다. 다루는 대상에 있어서도 유학(儒學)이 대부분으로, 그 이외 학파는 도가(道家)나 불가(佛家)조차 공식적인 학문 영역에선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후스는 중국철학을 다루는 과정에서 이러한 전통을 탈피하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철학사를 선보였다. 먼저 가장 중시한 부분이 사료의 진위(眞僞)로, 전승된 문헌이 진서(眞書)인지 위서(僞書)인지를 밝히는 작업을 최우선으로 했다. 그 결과, 그 때까지 중국철학을 강의할 때 습관적으로 얘기해 왔던 요, 순, 우, 탕, 삼황오제 등이 모두 철학사에서 사라지게 됐다. 후스는 당시 문헌고고학적 성과를 근거로 노자가 공자보다 앞선 인물이라 보고, 철학사의 시작을 노자로 삼는 파격을 보였다. 그의 철학사에서 유가와 도가, 명가, 법가 등 제자백가는 모두 동등한 비중으로 다뤄졌다. 서술 형식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있었는데, ‘학안’이 앞선 사상가의 원문을 큰 글씨로 쓰고 자신의 의견을 작은 글자로 쓴 데 비해, 후스는 인용한 경전의 원문은 작게 쓰고 자신의 의견을 큰 글자로 썼다. 선현의 권위보다 자신의 의견에 더 높은 비중을 두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학술 패러다임을 뒤엎는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펑유란은 『중국철학사』 서문에서 자신이 문헌을 다루는 방식은 후스와 달리 석고(釋古)의 태도라고 밝힌다. 후스는 의고(疑古)의 관점에서 사료를 보기 때문에 위서로 판명된 사료는 모두 철학사에서 제외시켰다. 이에 비해 펑유란은 비록 위서라 할지라도 그 내용이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 책이 나온 시기를 고증해서 철학사에 들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가령 『열자(列子)』의 ‘양주(楊朱)’편은 전국시대 작품이 아니라 위진(魏晉) 때 추가된 위서지만, 위진현학(魏晉玄學)을 이해하는 문헌으로 그 의미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중국철학사대강』이 선진시대 제자백가에 한정돼 있는 데 비해, 『중국철학사』는 중국의 전 시대를 다루고 있는 점도 양자의 차이다.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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