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신생아 사망률이 높던 시절에는 첫돌이 지난 후에야 출생신고를 하는 풍습이 있었다. 생사에 대한 확신이 설 때까지 의사결정을 미뤘던 것이다. 이처럼 첫돌은 하나의 생명체가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3월 4일 창간된 우리 대학 학보 <KNOU위클리>가 41호를 내면서 첫돌을 맞이했다. 돌이켜보면 하루 같았던 일년이다. 창간 준비팀을 꾸려 어떤 내용으로 어떤 디자인으로 신문을 만들 것인지 수없이 고민했다. 창간호를 내고 나서도 끊임없이 고치고 또 고쳤다. 상시로 고쳐야 할 곳은 외양간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락률이 높은 교과목을 골라 과제물 쓰기 요령이나 기말고사 대비법을 소개하려고 노력했다. 취업 기회가 많거나 유망한 자격증이 어떤 것인지, 선배들은 어떤 비법이 있길래 시험에 붙었는지 눈썹이 휘날리도록 뛰어다니며 취재했다. 색깔 뚜렷한 동문들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인공지능(AI)시대에는 창의적인 사람이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한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려면 창의적 사고를 해야 한다. 창의적 사고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상적인 경험들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다. ‘이건 뭐지, 왜 그런 거지, 이렇게 보면 다른데…’라는 생각이 시작될 때 새로운 인식의 세계가 열리고 창의성이 발동된다는 것이다. 시클롭스키가 말한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다. 
 
공부도 의문, 궁금증, 호기심의 발로다. 우리 대학 학우들도 내가 모르는 세계를 알고 싶어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우치고 싶어서 입학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학우들은 창의성을 이미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는 말이 된다.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접근도 무척 쉬워졌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정보가 부족해서 유학을 가야 했다. 이제는 아니다. 설악산 천불동 계곡에 누워 MIT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옥스퍼드대 도서관 장서를 뒤질 수도 있다. 
 
대학에서는 커리큘럼이나 논문, 학위, 학회 같은 제도를 통해 정보와 지식이 배포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터넷 발달로 인해 그물망식 지식, 즉 ‘네트워크 지식’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이 덕분에 지식인에 대한 정의가 달라졌다. 이제 지식인은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정보와 정보를 잘 엮어내는 사람이다. 창의적인 지식인은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남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엮어내는 사람’이다.
 
이러한 정의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미디어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물론 미디어는 1차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미디어 홍수시대. 우리 대학 관련 정보와 지식을 송출하는 온·오프라인 채널만 해도 수백 개다. 
 
문제는 이 미디어들이 전하는 정보가 파편적이라는 것이다. 우리 대학 전체를 느끼게 해주는 통합적 미디어가 그동안에는 부재했다. 학생을 위한 학습정보지로, 동문을 위한 소식지로, 대학을 위한 홍보지로 기능하는 미디어. 우리 대학 공동체가 보다 건강해지고 커지기 위해서는 이런 미디어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이것이 <KNOU위클리>의 존재 이유다. 
 
이제 신발 끈을 고쳐 매면서, 창조적 예술의 경지에까지는 못 미치더라도 독자들에게 ‘낯선 자극’을 줄 수 있는, 그런 창의적인 ‘위클리’를 만들겠다는 초심을 다시 한 번 꺼내본다. 창간 첫돌,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독자들 평가가 나쁘진 않다. 방송대 가족 여러분, 이제 ‘위클리’를 방송대 호적(가족관계등록부)에 이름을 올려도 되겠죠? 

김정규 KNOU위클리 편집인

 


1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