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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문학평론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어서 대학에서의 강의 이외에 도서관 같은 곳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곤 한다. 작년에는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도서관에서 시 창작에 대한 연속 수업을 진행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두 달 정도 진행했으니 대학 한 학기 수업의 반 정도 수업을 한 셈이다. 주중 오후에 수업을 했기 때문에 수강하시는 분들은 주로 주부이거나 퇴직자였다. 시 창작을 위한 여러 지식을 전달하는 입장이었지만, 수강생들의 의견을 물어보면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말씀들을 내주셔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수강생들 상호 간의 토론도 활발해서 열기 띤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수강생들도 자신 안에 이러한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놀랐을지도 모른다. 

도서관에서의 수업은 아마 ‘평생교육’의 시험적인 시도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 수업을 진행하면서 대학 강의실에서와는 다른 느낌의 활력을 느낄 수 있었으며 ‘평생교육’의 현장이 잘만 운영된다면 삶의 의미를 찾는 장소가 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졌다. 사실 일반 대학은 본연의 목적과는 달리 학생들이 사회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능력을 키우기 위한 기관으로 변모한 지 오래다. 학생들은 세계와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를 스스로 찾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학점을 따기 위해 공부한다. 살벌한 경쟁사회가 학생들의 삶을 불모로 몰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도서관 등에서 열리는 수업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참여한다.

그래서인지 어쩌면 대학보다는 대학 바깥의 공간에서 더욱 양질의 공부가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공간은 도서관과 같은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각종 인문학 단체들에 의해 마련되기도 한다. 이러한 공간에는 자신이 좋아하거나 필요로 하는 분야를 찾아 자격 요건 없이 아무나 자유로이 참여할 수 있다. 이 공간에 참여하는 이들은 청소년에서 노인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이들은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찾다가 이러한 공부 공간에까지 오게 된 것으로, 이들에게서는 삶과 공부가 깊이 결합된다. 이들이야말로 진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목적이나 목표를 두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신의 양생(養生)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각박하고 삶은 여러모로 힘들다. 삶이 소모되고 있고 뒤돌아보면 공허하다. 레저나 오락으로도 이 공허는 채울 수 없다. 이때 지금 나의 삶, 나아가 우리 삶이 왜 여기에 있는지 알고 싶어진다. 공부의 욕구가 생기는 것이다. 이 욕구는 식욕처럼 평생 끊이지 않는다. 공부를 통한 세계와의 만남,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이 욕구는 채워질 수 있다. 어떤 목적이나 목표를 둔 공부가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개개인의 정신적인 양생을 위한 공부 역시 절실히 필요하기도 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 공부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공부야말로 우리 사회에 요청되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지성을 통해 삶의 의미를 얻고 정신적 공허를 이겨낼 수 있다면, 그 사회 역시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대와 같은 평생교육기관이 정책적으로 확장-심화돼야 할 필요성은 여기에 있다. 
이성혁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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