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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학년에 올랐다. 뭣도 모르고 들어온 1학년 입학은 우왕좌왕 갈팡질팡의 연속이었다. 갓 부화한 병아리마냥 훈훈한 봄바람에 세월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보냈다. 이 정도 살았으면 빈틈없는 조직에 대한 빡빡한 귀속감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느슨한 해방감을 맛보며 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반평생 겪은 사람과의 인연이 굴레와 멍에로 다가오는 것도 여러 번인지라 선뜻 마음 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에도 마음 가는 대로 따랐다.
 
이미 굳을 대로 굳어진 석고화된 머리라서 치열하게 머리 싸매고 공부해도 쉽사리 열릴 것 같지 않은 길이었다. 처음 어찌할까 다소 긴장했던 학부생활이었다. 먼발치에서 무덤덤하게 듣기만 했던 방송대학을 소리 소문 없이 들어왔으나 1년을 꼬박 고민했다.
 
겨우 1학년 마치고 2학년이 된 주제에 풍월이랍시고 배운 걸 읊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그만큼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공부는 만만찮다. 우리말 우리글이라서 쉽게 배우고 공부도 수월할 것이란 생각은 1년 국문학과를 다니면서 확 깨져버렸다.
 
글 나부랭이라도 쓴다 싶은 나였지만 그건 선무당이었고 얼치기 반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우리말 우리글의 정체성을 알고 확인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좀 다녔다고 그렇게 방송대에 들어와서 뒤돌아보니 숱해 찍힌 발자국 안으로 내가 걸어온 길에 스며든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것이 힘들긴 해도 내가 배운 건 타인의 글을 함부로 손대서 내 것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과 끌어왔으면 출처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양심이며 학문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란 걸 배웠다. 글도 진심을 가지고 진실하게 써야만 빛난다는 걸 국문학과를 다니면서 알았다.
 
학문을 넓힌다는 건 얇게 펼친다는 것이 아니고, 학문을 깊게 한다는 건 가느다랗게 길게 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제 남은 꽉 찬 3년, 좌충우돌은 지났다. 좀 여유가 생겼으니 앞길을 찬찬히 톺아 나아갈 생각이다.
백승휘 국어국문학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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