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대 명저 106선 해제]

오늘날 난장이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리된 채 적자생존의 승자독식 사회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의 좌절과 불행은 구조적 모순이 아니라 개인들의 ‘노오력’이 부족한 결과로 치부된다. ‘노오력’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의 성공신화 담론들이 난무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작품은 타락한 자본주의 세계를 개혁하는 ‘진격의 난쟁이들’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텍스트로 여전히 살아 숨쉰다.  나라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한 국가적 지도자도, 선구자적 지식인도 아닌 난쟁이가 1970년대 후반 한국사회에 등장해 문학적 감동을 선사한다. 1978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조세희의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현실에 절망하는 도시 빈민과 저임금 노동자를 통해 당대의 구조적 모순을 비판적으로 형상화했다. ‘난장이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 책은 2017년 300쇄를 돌파하며 150만부 이상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무명의 작가 조세희는 이 소설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유명작가 반열에 올랐다. 1980년대 대학생들의 필독서 중의 하나였던 이 책은 2020년대에도 여전히 필독서로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이 책이 지닌 문학적 예술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시 빈민과 노동자의 절박한 현실을 폭로한 이 책의 문제적 시각이 2020년대에도 뜨겁게 유효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도시 빈민의 절망과 절규『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구성하는 12개의 단편들은 각각 독자성을 가지면서도 상호 연관돼 전체 작품을 만든다. 연작소설이기에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핵심 줄거리는 도시 빈민인 난장이(표준어는 난쟁이. 이하 소설적 표현을 따라 ‘난장이’로 표기) 가족이 살던 무허가 건물이 도시 계획에 따라 철거돼 쫓겨나고, 공장의 노동자가 된 난장이 가족들이 가진 자들의 착취 속에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조세희는 이 소설에서 간결하면서도 건조한 문체로 난장이 가족의 비극적인 수난사를 과장되지 않고 담담하게 풀어낸다. 철거되기 전 난장이 가족이 살던 곳의 지명은 ‘낙원구 행복동’이다. 이 지명은 철거가 진행되면서 못 가진 자의 고통과 겹쳐져 ‘지옥구 불행동’으로 독자에게 번역돼 읽혀진다. 전근대 노동자를 상징하는 난장이 아버지는 냉혹한 현실에서 벗어나 이상적인 달나라 세계를 낭만적으로 꿈꾼다. 그렇지만 평범한 난장이는 달나라 세계로 대변되는 유토피아에 갈 수 없다. 이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굴뚝 위에서 추락사 한 난장이 아버지의 최후다. 산업화시대의 노동자를 상징하는 난장이 자식들인 영수, 영호, 영희는 은강그룹 계열의 공장에 취직해 일한다. 그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고, 건강은 날로 악화된다. 천국이 아닌 지옥의 삶인 것이다. 영수는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자본주의 공장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며 노동운동에 투신한다. 거인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신문 방송, 법, 학교는 거인의 말에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 조국 근대화의 지름길이라고 난장이들을 훈육시킨다. 거인의 거대한 권력 앞에서 영수의 현실변혁 운동은 패배한다. 영수는 적대적 분노를 은강그룹의 회장을 살해하려는 행위로 표출시키지만 엉뚱한 사람을 죽인 채 재판 결과 사형에 처해진다. 난장이 아버지와 아들 영수의 비극적인 죽음은 1970년대에 자본가에게 착취당해 생존권을 위협받은 노동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환기하는 뜨거운 상징이 됐다.이 소설이 발표된 이후, 계속 칭찬의 말만 들었던 것은 분명 아니다. 일반 노동자들이 읽어서 바로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구성과 지식인의 언어들은 발표 당시부터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리얼리즘의 서사를 모더니즘의 기법으로 그려낸 것이 효과적이었는지도 의문이다. 개별 작품에 따라 화자가 변화하지만 조세희로 대변되는 지식인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등장해 인물의 개성과 리얼리티를 떨어뜨리고 있는 점도 아쉽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도시 빈민과 노동자의 문제를 낯설게, 깊이 있게 형상화한 것은 이 작품을 장수하게 만든 핵심 비결이다. 당대의 첨예한 노동현실을  문학적 미학으로 탁월하게 풀어낸 이 소설은 이제 우리 시대의 고전이 됐다.  난장이의 상징성과 시대적 의미『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가진 자/못 가진 자, 은강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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