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화제의 책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학교는 어느 학교일까? 정재걸 대구교대 교수(교육학과)에 따르면, 4개의 설이 존재한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1885년 7월 문을 열었다는 배재학당설(오천석 주장)이다. 1883년 8월 개항장 원산에서 개화파 관료들과 원산 주민들이 기존의 개량서당을 확대해 설립한 학교인 ‘원산학사’가 최초의 근대 학교라는 설(신용하 주장)도 있다. 이와 달리 18세기 후반 설립된 서당이 근대 학교의 출발점이라는 설(정순우 주장)과, 일제 식민지 교육설도 있다. 서양어 에듀케이션이 한자어 ‘교육(敎育)’으로 번역돼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중국에서 활동하던 이탈리아 선교사 바뇨니의 『동유교육 (1620)에 의해서다.  저자들은, 오늘날 사교육 열풍의 기원이 '실용주의 교육'을 강조했던고종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초의 근대 학교에 관한 논의는 ‘근대 교육’에 관한 준거로 눈을 돌리게 한다. 그러다보니 근대 교육과 전근대 교육을 나눌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탐색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교육사학’을 전공한 한용진 고려대 교수(교육학과) 등이 쓴 『근대한국 교육 개념의 변용』(학지사)도 그런 탐색의 연장선에 놓이는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은 “근대 시기 우리나라에 들어온 서구적 ‘교육’개념이 어떻게 수용되고 변화됐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그동안 발표된 연구성과를 정리한 것”으로, 독일의 역사학자인 라인하르트 코젤렉의 ‘개념사’를 가져와 한국근대 교육학사에 적용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특히 이 책의 핵심 주제가 되는 개념사 연구는 2013년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으로 시작된 「근대 ‘교육’개념의 수용에 관한 개념사적 고찰」이라는 3년 과제에서 비롯됐다.『동유교육』(1620)이 ‘에듀케이션’소개 책은 제1부 ‘교육’의 개념사적 접근, 제2부 교수·학교·교사·학생의 개념사로 구성했으며, 부록에는 「홍범14조」, 「교육강령」, 중학교 관련 규정 등을 덧붙였다. 저자들은 중국에 선교사로 온 이탈리아 선교사 바뇨니(P.A. Vagnoni)의 『동유교육(童幼敎育)』(1620)과 『조선왕조실록』 등을 훑으면서 근대 ‘교육’개념, 근대 ‘교사’개념, 근대 ‘학생’개념의 수용을 진단했다. 책의 핵심은 제1부의 제1장 근대 ‘교육’개념의 수용이다. 흔히 서양에서 ‘에듀케이션(education)’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처음 등장하게 된 것은 16세기인 1527년이다. 이후 18세기 후반부터 에듀케이션에는 ‘보편적인 인간의 형성’이라는 계몽주의적 관념과 정치경제적으로 ‘유용한 능력의 습득’을 강조하는 서로 다른 개념이 포함되기 시작했다. 저자들에 따르면, 서양어 에듀케이션이 한자어 ‘교육(敎育)’으로 번역돼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앞서 언급한 바뇨니의 『동유교육』에 의해서다. 저자들은 “바뇨니의 책은 강화도에 설치된 『외규장각목록』(1782)에서 확인된다는 점에서 이미 우리나라 사대부들에게도 서구의 교육개념이 소개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까지 에듀케이션은 동아시아에서 다양한 용어로 번역됐다. 교도(敎導), 교학(敎學), 발육(發育), 이업(肄業), 교양(敎養), 교훈(敎訓), 이습(肄習) 등 다양한 번역어가 존재했지만, 대체로 1890년대 중반부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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