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화제의 책

저자는 대혁명의 방향으로 발전하는 내재적 이념들에 주목했는데, 그것은 법, 권리, 자유와 평등, 국민의 의지와 같은 개념들이었다. 특히 혁명의 철학을 철학의 사유 속에서 자리매김하면서 ‘자연권’ 논의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추적했다.격동과 격변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어떤 꽃이 피어날까? 한국사회의 시각에서 보자면 멀게는 동학농민혁명에서 가깝게는 4·19혁명과 광주항쟁, 그리고 최근의 ‘촛불혁명’이 시대의 불을 밝혔다. 이들 혁명이 전개시킨, 혹은 혁명과 함께 성숙한 사상과 철학은 새로운 시대를 조명해주는 등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찍부터 연구자들의 시선을 끌어왔다. 김상봉 전남대 교수가 2015년에 출간한 『철학의 헌정, 5·18을 생각함』(길)을 가리켜 그런 작업의 한 이정표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이용철 방송대 교수(프랑스언어문화학과)가 최근 번역한 베르나르 그뢰퇴유젠(1880~1946)의 『프랑스 대혁명의 철학』(에피스테메)은 좀더 일찍 서구 지성계가 내놓은 귀중한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대혁명은 철학자들에게 어떤 영감의 진원지였던 것처럼 보인다. 『정신현상학』, 『역사철학강의』를 쓴 독일의 관념론자인 헤겔이 프랑스 혁명의 철학적 의미를 규명하는 데 인생의 한 부분을 걸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18세기 연구 분야의 대가로 알려진 그뢰퇴유젠도 그렇게 프랑스 대혁명에 천착했다. 저자는 18세기 연구 분야의 대가마르크스주의자인 그는 1931년 베를린대 교수로 임명됐지만, 3년 뒤 교수직을 버리고 히틀러 치하의 독일을 떠났다. 그의 이력 가운데 1926년 장 폴랑과 함께 갈리마르 출판사의 편집자로 ‘사상 총서(Bibliotheque des Idees)’를 출간한 것도 독특한 부분이다. 그의 사회철학 저서 가운데 『프랑스 부르주아 의식의 기원(Origines de l’esprit des bourgeois en France)』은 제1권만 출판됐지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책은 제1부 몽테스키외(미완성), 제2부 프랑스 대혁명의 철학으로 구성됐다. 그뢰퇴유젠은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17세기의 데카르트에서부터 디드로, 몽테스키외, 볼테르를 거쳐 루소에 이르기까지 주요 작가들과 철학자들을 다루면서, 그들이 사람들의 정신과 감성을 움직여 대혁명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내용이 궁금한 독자라면 먼저 ‘제9장 결론’부터 읽고 천천히 전체를 완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저자 자신도 밝히고 있듯, 『프랑스 대혁명의 철학』은 새로운 체계들의 철학적 발명을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그 대신 “주어진 몇몇 이념이 대혁명의 방향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다룬다.” 책을 번역한 이용철 교수가 “『프랑스 대혁명의 철학』은 20세기 전반기에 활약한 석학 베르나르 그뢰퇴유젠의 대표작 중 하나다. 그의 작업은 문학, 철학, 역사, 종교 분야의 문헌을 섭렵해 추상적 이념들을 구체화함으로써, 이것이 어떻게 그 시대 사람들이 지향하는 목적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생생한 이미지가 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한 것도 이런 의미에서다.데카르트와 파스칼, 라신과 코르네유 등을 관통하면서 그뢰퇴유젠이 정리해낸 18세기는 “모든 것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이성에 대한 이상과 생생한 현실, 즉 여기저기서 전개되며 일상적으로 관찰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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