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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로 등단한 지 40년 가까이 된다. 그러다 보니 마음속으로 몇 개의 버킷리스트를 갖고 있다. 그중에서 몇 개를 예로 들어보자.
첫 번째는 내가 쓴 동시에 곡을 붙여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즐겨 부르는 동요를 몇 곡 갖는 것이다. 둘러보면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동요가 얼마나 많은가. 내가 작사한 동요가 그중 한 곡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지나친 욕심이었을까. 지금 와서 돌아보니 동요 몇 곡을 작사하기는 했으나 불리는 곡이 없다.
두 번째는 동시 그림책이다. 쉘 실버스타인의 우화집처럼 시와 그림이 하나로 결합된 그런 동시 그림책을 갖고 싶었다. 언제부터인가 마음속에 지닌 이미지를 충분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동시와 그림이 완벽하게 결합함으로써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리라고 믿었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내 동시를 이해해주는 화가를 만나 활발하게 상호작용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아직 아무것도 내놓을 것이 없다.
세 번째는 어린이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동시극을 쓰는 것이다. 네 번째는 라임을 살려 즐겁게 낭송할 수 있는 긴 동시를 썼으면 한다. 또 동화시도 쓰고 어른을 위한 동시도 쓰고 싶다.
요즘 몰두하고 있는 것은 유아 동시다. 작년에 손자를 아침저녁으로 어린이집에 보내고 맞는 임무를 맡게 된 것이 계기였다. 유아 동시는 동시의 하위 갈래다. 동시를 어린이를 위해 쓰는 것처럼 유아 동시는 유아를 위해 쓴다. 유아는 아직 한글을 깨치지 못했으니 엄마, 아빠나 선생님이 대신 읽어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 이제까지 많은 선배 동시인이 유아 동시집을 냈다. 대부분이 늦은 나이에 보게 된 손자·손녀를 예뻐하며 쓴 동시집이다. 순진무구, 천진난만, 깜짝 놀라게 하는 재치, 사랑스러운 대화 등 일률적인 주제를 시인이 화자의 입장에서 보고 쓴 시들이다.
이제는 유아 동시도 이런 틀을 깨야 한다. 지금은 엄마가 편안하게 육아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아기가 조금 크면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집은 아침마다 통곡의 집이 된다.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기와, 뒤돌아보며 출근하는 엄마. 이 시대의 안타까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또 아기들이 너무 일찍 엄마와 떨어지다 보니 모성분리 불안으로 인한 후유증을 심하게 앓는다. 성격 형성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 같아 걱정스럽다.
그런데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1990년 <심상>지에 시가 당선됐다. 『들꽃초등학교』, 『전병호 동시선집』 등의 동시집을 냈으며, 한국동시문학회 회장을 지냈다. 유아들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는 동시를 쓰고자 하는 나는 과연 유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내가 유아들의 간절한 몸짓 언어를 얼마만큼 해독할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이 적잖이 고민스러웠다. 그래서 아동발달단계와 아동심리에 관한 교재를 찾아 다시 읽었다. TV에서 방송대 강의를 도강(?)하기도 했다. 옛날, 학부과정에서야 멋모르고 학문으로 대했지만 지금은 현장에 즉시 적용하면서 틈틈이 시상을 메모하고 있다.
실패뿐인 내 버킷리스트! 유아 동시, 이번에는 꼭 성공하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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