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프리즘

손바닥만한 마스크의 넓이만큼이라도

입을 닫고 말을 줄이자.

그 넓이만큼이라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말을 적어 온라인에 띄워보자.

 

지금 개인, 사회, 국가, 인류라는 각각의 은 저마다 치열하지만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는 전쟁터가 됐다. 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 이 숙주가 되는 게 두렵지만, 본의 아니게 나를 징검다리로 건너가 그대를 죽일지도 모르는, ‘엄청나게 작은 암살자들을 숨겨준 공모자가 되지나 않을까 더 두렵다.

가까이 지낼수록 위험해지는, 사랑할수록 적정거리가 필요한, 코로나19의 시간. 그동안 우리는 상대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소통통합의 이름으로,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이름으로 경계를 함부로 넘어 그저 가까이만 다가가려고 한 것일까? 안으로 가린 저마다의 잇속에 지펴 대책도 없이, 너와 나 속에 얼마나 깊은 어둠, 어떤 암살자가 도사리고 있는지에 무지하고, 면역하며 감당할 제 실력도 가늠해보지 못한 채.

코로나19로 인해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여, 지금은 온라인시대. 중학교 때, 그리고 군대에서 배웠다가 이미 수십 년 동안 잊고 있던 태권도를 떠올렸다. 유튜브에 올라 있는 영상을 보며 더듬더듬 따라 해본다. 태극 1, 2, 3, 4, 정면과 후면. 보고 또 봐도, 이를테면 묻고 또 물어도 짜증 없이 흐트러짐 없이 최상의 자세를 보여주고 또 보여준다. 새삼 신기하고 고맙다. 나는 세상을 향해 그런 정성을 얼마나 기울이며 살았나.

온라인은 점점 더 교육을 포함한 삶의 모든 분야에서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것에 멈춰있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 정말 부담스럽고 싫어도, 칸막이 쳐진 곳에서 지금껏 행해져 온 일들은 모두 밖으로, 온라인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온라인은 선택이 아닌 기본적 의무가 되어 어제, 작년, 10년 전에 만든 온라인 콘텐츠의 실수와 오류, 부족함을 무한책임으로 되돌아보며 묵묵히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런 민망함을, 내 말을 들어주러 온 상대들에 대한 존중과 그들을 위한 노력을 통해 얼마간 상쇄하려고 애쓰면서. 그런데 이런 마음가짐이 사실 온라인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직접 얼굴을 마주해 모인 10~20여 명의 학생들, 아니 단 한 사람을 대할 때라고 다를 것인가.

아무리 해도 온라인에서는 직접적인 대면의 의미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그럴듯한 핑계를 찾더라도 온라인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온라인은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고 한자리에 모이기 위해 만든 방편이기도 하지만, 물리적 시간을 극복해 똑같은 시각에 똑같은 시간 동안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따닥따닥 앉아 있지 않아도 되게 만든 것이기도 하다.

사적이든 공적이든 직접적인 만남이 의미가 있으려면, 그에 앞서 우리는 모두 각자의 최상의, 최고의 순간들을 온라인에 남기고 그 기록을 공유한 만큼만 서로에게 다가가야 할지 모른다. 준비 없이 이뤄지는 모든 종류의 직접적 만남, 바쁘고 확실하게 뭔가 하는 것 같은 가운데 멈춰있는 그 직접성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온라인의 과정은 가차 없이 진행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 입에서 나와 그대들을 해친 게 어디 침뿐이랴. 계량하기 어려운, 그대의 심장을 헤집은 비수 같은 말도 있었으리라. 하여, 손바닥만한 마스크의 넓이만큼이라도 입을 닫고 말을 줄이자. 그 넓이만큼이라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말을 적어 온라인에 띄워보자. 내 최상의 말이 그대 마음의 자물쇠를 여는 만큼만, 서로의 안에 도사린 어둠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서로의 마스크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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