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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전략국가가 되려면

우리 시민들이 읽고 생각하며, 성찰하고

비판하고 대안을 창출해 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과학자 최재천 교수는 한 칼럼에서 ‘전술국가에서 전략국가로’ 나아가자고 말합니다. 이 세상 나라들은 전술국가와 전략 국가로 나뉘는데, 전술국가란 남이 깔아 놓은 판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나라라면, 전략국가란 그런 판을 깔아 놓고 질 높은 삶을 누리는 나라라고 합니다. 최재천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우리나라가 전략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K-방역’으로 일컬어지는 우리나라의 방역 체계와 정책을 따라 하려는 나라가 여기저기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3T라고 하는, 진단과 조사(test), 추적(trace), 치료(treat), 그리고 투명하고 개방적인 정보의 공개와 공유, 질병관리본부로 대표되는 방역 시스템,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 모임 줄이기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시민사회의 참여 등등. 더 나아가 다른 나라에서는 연기할 수밖에 없었던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한국의 역량과 비법은 무엇인지, 연일 외국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불렀던 나라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서 보여주고 있는 ‘민낯’은 놀랍습니다. 20년 동안 진행된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인은 5만8천 명이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석 달 사이에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5만4천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푸드뱅크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라고 하는 미국의 ‘가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4월 말, 최근 일주일 동안 사망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나라가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브라질, 벨기에, 독일, 캐나다 등이었습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불렀던 이들 나라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럽연합(EU) 내의 독서진흥단체들의 연대체인 ‘유럽은 읽는다(EURead)’ 컨퍼런스에 참여했을 때의 일입니다. 독일 발표자에 따르면, 독일에 거주하는 주민 가운데 독일어로 읽고 쓰지 못하는 이가 무려 13%라고 했습니다. 솅겐 협정에 따라 국경이 없어진 유럽에서 높은 임금에 따라 이주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읽고 쓰는 일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장 기본적인 인간 활동입니다. 읽고 쓰기가 되지 않으면 사람 사이의 소통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 문화생활, 사회통합도 불가능합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려는 각 나라의 대응을 보면, GDP의 수치로 말하는 경제 발전이 모든 것이 아님이 분명해 보입니다. 오히려 ‘민도(民度)’가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민도의 핵심은 바로 읽고 쓰는 능력입니다. 새로운 문제 상황이 생기면 그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학습해 나가고, 자신의 앎을 작은 행동일지라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능력. 우리나라가 K-방역을 넘어 경제, 문화, 사회 등 각 부문에서 진정으로 전략국가가 되려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시민들이 읽고 생각하며, 성찰하고 비판하고 대안을 창출해 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독서’를 새롭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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