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옥렬의 미술로 보는 세계사

이제 미술은 유럽 중심에서 탈피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엥포르멜 미술이 등장했다. 빠른 속도와 즉흥성이 강조되는 앵포르멜 미술은 전전의 기하학적 추상에 나타난 냉정한 이성주의와 대립된다.  제2차 세계대전은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유럽, 아시아, 북아프리카, 태평양 등지에서 독일, 이탈리아, 일본을 중심으로 한 추축국(Axis powers)과 영국, 프랑스, 미국, 소련,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 사이에 벌어진 전쟁이었다. 이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인명과 문화적 자산을 파괴한 전쟁으로 기록돼 있다. 1945년 10월 24일에는 국제연합(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중국 중심)이 창설됐으며, 경제 질서의 회복을 위해 1944년 체결한 ‘브레튼우즈 협정’(Bretton Woods Agreement, 이 협정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 설립됐다)으로 인해달러가 기축 통화로 자리를 잡음으로써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체제가 만들어졌다.          전쟁과 미술제2차 세계대전 종결 후, 유럽미술은 반전이 일어났다. 그것은 전쟁 중에 나치즘이나 파시즘이 탄압하던 모더니즘 운동이 독재체제의 붕괴로 새로운 사회적 지위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미술사의 흐름에 커다란 지각 변동이 가능했던 것은 제2차 세계대전과 무관하지 않다. 전후 변화된 사회에서 ‘모던 아트’, 즉 현대회화는 자유정신의 상징으로 부상했다는 점이 중요한 방증의 하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20세기 미술의 혁신을 이룬 입체파 화가인 피카소와 브라크, 그리고 야수파의 마티스 등 모더니즘 화가들은 과거 미술사의 거장에 필적할 만한 지위와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대중의 발길이 모던 아트 전람회장으로 이어졌고, 화가의 눈 역시 새로운 곳으로 향하게 됐던 것이다.그러나 전후의 이런 도취감과 일시적 해방감은 유럽의 화가들에게 현실적인 문제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은 유럽의 화가들에게 전화(戰火) 너머의 땅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많은 화가들이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들 가운데 많은 수가 다시 전후 유럽으로 복귀하긴 했지만, 화가들은 이 새로운 대륙 아메리카에서 겪은 경험을 곱씹어야 했다. 그것은 자신들이 미국에서 경험하고 추구했던 미술이 전통적인 유럽 중심의 미술로부터 단절된 것이었다는 자각이자, 선배 모더니스트들의 영향에서 탈피해 새로운 모럴을 추구한 것이었다는 이해였다. 앵포르멜, 전후의 상처를 품다역사상 모든 전쟁은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킨다. 미술 역시 전쟁의 아픔을 품고 새로운 미래로 향했다. 세계대전과 미국 이주 경험은 화가들로 하여금 차가운 추상에서 뜨거운 추상으로 나아가게 추동했다. 이제 미술은 유럽 중심에서 탈피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앵포르멜(Informal)은 프랑스의 비평가인 미셸 타피에(Michel Tapie)가 고안한 용어로 이후 미국 추상표현주의와 유사한 양식으로 1940년대 중반에 시작해 1950년대에 번성한 유럽의 회화운동을 가리키는 의미로 쓰였다. 빠른 속도와 즉흥성이 강조되는 앵포르멜 미술은 전전의 기하학적 추상에 나타난 냉정한 이성주의와 대립된다. 직관적이고 자발적이며 훈련되지 않은 미술, 비정형이라는 의미를 가진 앵포르멜은 전쟁의 참화에 대한 비판적 자각이 담긴 회의감, 즉 고상하고 세련된 것이 아니라 거칠고 다듬지 않은 미술을 통해 숨겨진 진실에 주목하자는 움직임이었다. 앵포르멜은 체면 뒤에 숨겨진 인간의 야만성을 들추는 이중의 의미를 담고 ‘반(反)지성, 반교양’으로 사회적 약자, 가공되지 않은 원초적인 미술을 실천한 화가들의 예술적 선택지가 됐다. 또한 앵포르멜은 동질의 의미를 가진 ‘아르 브뤼(art brut)’와 ‘타시즘(tachism)’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르 브뤼’란 ‘날 것의 예술’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전후 앵포르멜의 시대적 특징을 대표할 만한 작가로 제도권 밖에서 전후의 상처를 미술로 실천했던 장 포트리에와 장 뒤뷔페를 꼽을 수 있다.     전쟁의 후유증 표현한  「인질」프랑스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장 포트리에(Jean Fautrier, 1898~1964)는 파리에서 출생했지만 직후 양친과 함께 런던으로 건너가 그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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