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전쟁 70주년 기획 '평화의 눈으로 DMZ를'

올해는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 70주년의 해다. 급격하게 구성된 냉전질서 속에서 한국전쟁은 남북의 두 체제를 상호 적대적 구조로 변경시키며 오랫동안 이질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 70년이 흐른 지금, 적대적 공생관계에서 탈피한 새로운 남북관계 구성은 민족사적 과제로 등장했다. 때마침 문화재청은 지난달 25일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를 위해 문화·자연유산 실태조사를 1년여간 추진한다고 밝혔다. <KNOU위클리>는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DMZ연구팀(연구책임자 박영균) 소속 연구자들과 함께 10회에 걸쳐 DMZ 접경지역, 동쪽 끝 고성에서 서쪽 끝 옹진까지 이어진 삶의 공간을 ‘평화, 치유, 생명’의 관점에서 조명하는 ‘평화의 눈으로 DMZ를’ 연재한다. 고성군은 신라시대까지만 하더라도 각기 다른 군이었다. 두 군이 하나가 된 것은 고려 초로, 지금 남쪽의 고성군 지역인 수성군을 ‘간성군’으로 개명하고, 원래 고성이었던 지금의 북쪽 고성군과 합쳤다. 이는 고려 말 다시 간성과 고성으로 나뉘어 조선 말까지 이어졌다.일제 강점기에 간성과 고성은 합쳐졌는데, 1945년 해방 당시 고성군은 38선 이북에 속한 북쪽 지역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남쪽이 지금의 고성군을 장악함으로써 고성군은 다시 남북으로 나뉘었다. 그래서일까? 7번 국도를 따라 북으로 가는 길에는 분단의 상처가 곳곳에 배어 있다.통일의 염원 담은 합축교합축교는 간성읍과 거진읍을 연결하는 교량이다. 빛바랜 시멘트 덩어리로 남은 합축교의 원래 이름은 ‘북천교’였다. 1988년 12월 31일 새로운 다리가 개통되자 사람들은 ‘합축교’라는 새로운 이름을 주었다. 이름 붙이기는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북천교는 철원의 승일교와 더불어 DMZ 접경지역에 있는 대표적인 남북합작교량이다. 북은 해방 후, 나무로 된 다리를 허물고 시멘트로 다리 남쪽에 교각 9개를 세웠다. 하지만 한국전쟁으로 공사가 중단됐고 1960년 국군공병대가 다리 북쪽에 교각 8개를 만들어 완공했다. 이렇게 ‘북천교’는 분단과 전쟁이라는 역사적 비극이 만들어낸 교량이다. 하지만 고성 사람들은 이런 역사적 기억을 불러와 ‘남과 북이 함께 힘을 합쳐 만든 다리’라는 통일의 염원을 담은 새로운 이름을 주었던 것이다.1967년 1월 19일, 고성군 거진항 앞바다에서 어선의 조업 보호 임무를 수행하던 해군 56함이 북쪽의 포격으로 승무원 79명 가운데 39명이 전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합축교를 지나 북쪽으로 올라가면 이 사건을 기억하는 ‘당포함 전적비’가 나온다. 하지만 당포함 전적비의 본래 이름은 ‘당포함 전몰장병 충혼탑’으로, ‘전공(戰功)’을 칭송하는 비가 아니라 전쟁 폭력으로 산화한 젊은 영령들을 기리는 비다. 전쟁 폭력을 제거할 수 있는 길은 상대를 죽여 없애서 되는 것이 아니라 전쟁 위험 자체를 제거하는 ‘평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전쟁 폭력의 희생자였던 젊은 영령들을 기억하는 충혼탑은 바로 이런 고성 사람들의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명파리 마을의 운명‘충혼탑’에서 염원했던 평화가 무엇인지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남북이 함께 평화를 만들던 시절, 금강산 여행을 떠났던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최북단 마을 명파리가 바로 그곳이다. 북이 함께 평화를 만들던 시절, 금강산 여행을 떠났던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최북단 마을 명파리는 평화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명파리(明波里)’는 이름 그대로, 동해의 ‘맑은 물(明)’과 백사장을 위로 물결쳐 흐르는 ‘파도(波)’가 수려한 풍광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냉전 시절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돼 고립된 지역이었던 이곳은 금강산 관광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던 곳이 됐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이곳은 다시 쓸쓸하고 황량한 곳으로 되돌아갔다. 인적이 없는 황량한 길가, 문을 닫았지만 황량하게 줄지어 선 식당 간판들, 누구도 따가지 않는 탐스러운 대추나무들……. 황량한 거리가 너무나 아픈 것은 아마도 그 시절 이곳을 누볐던 사람들의 체취와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냉전은 마을을 죽음의 공간으로 만들지만, 평화는 이를 활기찬 마을로 거듭나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의 명파리는 남북의 평화 만들기가 얼마나 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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