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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중심이 아니라 노인을 중심을 통합되고 연계되는

보건의료체계가 만들어진다면, 미충족 의료를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노인환자 삶의 질을 유지·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열쇳말은 비대면이다. 감염병 확산 초기의 공포, 혐오의 부정적 감정이 어느정도 극복되고, 장기적인 국면을 대비하기 위해 전략이 모색되는 시기이다. 새로운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가 비대면이다. 보건의료 영역에서 대표적인 비대면 이슈는 원격의료라 할 수 있다. 원격의료 도입을 국가 차원에서 몇 차례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지만 반대 여론에 부딪혀 논의를 멈추었다. 코로나19는 오래된 새로운 이슈를 다시 꺼낼 기회이고, 과거보다 우호적인 분위기인 지금이 찬성론자에게는 기회의 창이 열린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원격의료(Telehealth, Telemedicine)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먼 곳의 대상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흔히 의료인-환자 사이를 떠올리지만, 의료인-의료인 사이도 가능하다. 전자는 현행 의료법상 허용되지 않고, 후자는 허용된다. , 의료인이 컴퓨터, 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은 현행법(의료법 제34)으로 가능하며 이를 원격협진(Teleconsulting, Remote consultation)’이라고 한다. 노인의 복합적인 건강 및 기능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원격협진이 주목받고 있다.

 

노인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2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시에 가지는 다중이환 상태가 많아지고, 육체적, 정신적 기능저하도 나타난다. 한국 의료제공체계는 질병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진료과별 분절화 심화로 노인의 복합적인 상태에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어렵다. 단적인 결과로 하루 11 종류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비율이 노인의 45%에 달하고, 노인의 의료비가 전체 의료비의 40%를 차지하며 가파르게 증가하지만, 노인 3명 중 1명은 의료적 필요가 있음에도 이용을 못해 미충족 의료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질병 중심이 아니라 노인을 중심으로 통합되고 연계되는 보건의료체계가 만들어진다면 중복된 처방을 피해 복용할 약이 줄어들고, 장기입원과 재입원 같은 비효율적인 이용으로 발생한 의료비 지출에 대비할 수 있으며, 미충족 의료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노인환자 삶의 질을 유지·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고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155개 프로젝트에 6억 유로 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ICT 기술을 고령인구에 적용하여 건강모니터링, 안전한 생활환경 제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대표적인 INCA 프로젝트를 통해 ICT 기술을 활용해 의료서비스의 간격을 좁히고 통합시켜 진료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노인을 중심으로 기술을 뒷받침하는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의료보험 관리기관 CMS에서도 ICT를 활용한 원격의료, 원격협진의 효과를 확인해 인센티브를 증대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한국은 현행 법제도에서 허용하는 범위에서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필자는 국가 RnD 지원과제로 경기도 소재 거점병원과 근거리 요양병원, 요양원의 의료인 간 ICT를 활용한 협진 서비스 모델 개발 및 평가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허약노인의 복합적인 의료적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자원(시설, 인력, 장비)이 충분하지 않다. 또한 허약노인은 거동이 불편해 근거리라도 쉽게 이동하기 어려운 장벽이 있다. 요즘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더 어렵다. 거점병원 의료인-요양병원과 요양원-의료인 간 원격협진을 통해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계신 허약노인을 중심으로 의료인 간 진료정보를 교환하고, 효율적인 처방과 관리 체계를 갖춰야 불필요한 급성기 병원 입원, 부적절한 약물 처방 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관한 효과성 검증과 함께 경제적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에 대한 평가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비대면 전략은 보건의료 영역에서 원격의료 찬반으로 논의되고 있는 모습이다. 성급한 이분법적인 판단보다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지점도 확인해야 한다. 아직 원격협진 혹은 원격의료가 임상적 측면, 경제적 측면, 안전 측면에서 성과가 있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에게 적합한 모델을 개발해 시범적용하고 검증하는 작업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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