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이 사회적 약자나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력 양성에 기여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싼 등록금 탓에 기존 로스쿨들은 ‘돈스쿨’, ‘귀족스쿨’이라는 부정적 여론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하지만 온라인·야간 로스쿨이 도입될 경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의 법조계 진출을 독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앞서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1대 총선의 공정사회 부문 공약 중 하나로 채택했다. 지난해 12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가 만 19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9.4%가 온라인 로스쿨 도입을 찬성한 바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지난 12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박주민 국회의원, 백혜련 국회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방송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동 주최했다.

기조발제에 앞서 백 의원은 “학력·경력·연령 등 응시자격에 거의 제한을 두지 않았던 기존 사법시험에 비해 현행의 로스쿨 제도가 사회적·경제적 약자의 법조인 진입에 큰 장애가 되고, 다양한 사회적·학문적 배경을 가진 이들의 법조계 진출을 어렵게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은 현행 법조인력 양성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방송대에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 이러한 논의들이 활발히 이어지고 국회 차원에서 대안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법학전문대학원 입시 제도가 더 이상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아닐지 우려된다. 특히 주간에 전업으로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법학전문대학원 교과과정의 특성상 생업을 가진 직장인들은 사실상 법조인의 꿈을 접어야 하는 장벽이 있다”며 “21대 총선 공약의 하나로 온라인·야간 로스쿨의 도입을 내세운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논의를 통해 우리 사회의 법조인 양성 제도가 한 단계 도약하고 기회의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온라인 로스쿨, 경력 전환 위한 ‘평생교육’ 기관 역할에 방점 = 기조발제에서 나선 최정학 방송대 법학과 교수는 온라인 로스쿨의 의미, 특징, 모델 등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먼저 최 교수는 “온라인 로스쿨은 기존의 로스쿨과 달리 입학대상을 주로 ‘사회 경력자’들로 상정하고 이에 따라 입학전형도 다른 학교들과는 상당 부분 달리 하려고 한다”며 “온라인 교육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이들에게 자신의 경력을 중단 없이 이어가면서 로스쿨 과정을 마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로스쿨이 ‘전문교육기관’으로서 뿐만 아니라 사회인들의 경력 전환을 위한 ‘2차적 직업교육’ 또는 ‘평생교육’ 기관으로 자리매김되는 것을 의미한다. 

최 교수는 온라인 로스쿨의 또 다른 의미를 기회의 공정성과 평등을 확대하자는 데 무게를 뒀다. 최 교수는 변화하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법률가를 양성한다는 로스쿨 교육의 취지가 별로 실현되고 있지 못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회적·학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다양하고 특성화된 법학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법학 교육’을 통해 법률가를 양성하는 것인지, ‘시험 교육’을 통해 기계적으로 이를 만드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쯤 되면 예전의 법과대학과 사법시험 체제보다 로스쿨이 나은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최 교수는 온라인 로스쿨이 기존 로스쿨의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온라인 로스쿨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로스쿨 교육이 정상화된다거나 로스쿨 사이의 서열구조가 약화될 수 없다는 게 최 교수의 생각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온라인 로스쿨이 다른 로스쿨들과는 다른 인적 자원을 그 교육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최 교수는 “이 모델이 성공한다면 예전에는 시간적·경제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전문법학교육에 다가갈 수 없었던 사회적 소수자들이 이제 법률가가 될 수 있는 통로가 열릴 수 있는 것”이라며 “이는 한국 사회에 ‘기회의 평등’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지금까지 일종의 ‘귀족’으로 인식되었던 법률가 계층을 국민의 옆에 다가서는 일반적인 하나의 ‘직업’ 집단으로 여기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스쿨 교육과정의 파행에 대한 근본 원인에 대해 ‘인원을 제한’하는 변호사 시험에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최 교수는 “합격 인원이 제한된 변호사시험은 로스쿨의 교육을 창의적이고 학문적이 되지 못하게 한다”며 “지금처럼 합격률이 60% 이하에 머문다면 모든 로스쿨과 학생들은 시험 준비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이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적지 않은 낭비다. 또한 로스쿨을 도입하자는 본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입학전형 주요 골자… ‘경력자 전형’ 중심, ‘법학적성시험’ 제외 = 그렇다면 방송대가 구상하고 있는 온라인 로스쿨의 입학 전형과 교육 모델은 어떤 모습일까.

온라인 로스쿨의 입학전형은 ‘경력자 전형’과 ‘법학적성시험(LEET) 제외’가 주요 골자다. 최 교수에 따르면 ‘경력’이란 법률과 유관한 전문적 경력은 물론 노동자나 주부와 같은 일반적인 사회적 경력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를 가리킨다. 또한 기존의 로스쿨과 차별을 두기 위해 ‘대학 졸업 후 일정한 기간의 경과’를 전형 요건으로 둔다. 이는 전업 학생이 온라인 로스쿨을 법률가가 되기 위한 보다 쉬운 방편으로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최 교수는 구체적인 기간에 대해선 “3년 혹은 5년 정도를 생각할 수 있고, 앞으로 온라인 로스쿨의 운영 경험이 쌓이면 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력의 증명이 필요한가의 문제를 두고선 경력 증명은 요구하지 않되, 일정한 경력을 입증하는 경우 입학 전형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 전형요소로 학사학위를 비롯해 법학 학점(12학점)과 함께 ‘법학 기초학력’ 평가를 실시해 합격 결정 여부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로스쿨이 입학 전형요소로 삼고 있는 법학적성시험은 제외할 방침인데 이는 사회적 경력자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로스쿨 교육의 취지와는 맞지 않다는 게 최 교수의 견해다.

온라인 로스쿨에 제기되는 가장 큰 우려점은 짧은 시간에 법학 교육을 온라인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에 최 교수는 “방송대가 수년 전에 도입한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로 교수와 학생 간 일대일, 혹은 일대 다수의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다”며 “‘출석수업’, ‘튜터링 제도’와 같은 방송대의 차별화된 수업 방식을 통해 검찰실무나 법원실무 등 실무교육이 가미되는 직업학교로서의 로스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번 발제에서 입학정원제에 졸업정원제를 가미한 모델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최초 입학정원을 250명으로 설정하되, 입학 후 1년간의 ‘예비 로스쿨’ 과정을 통해 정원의 20%인 50명의 학생을 탈락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2~4학년은 심화과정으로 총 90학점을 이수하며 졸업시험을 치른 뒤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으로 운영안을 마련했다.

이러한 운영방안을 두고 최 교수는 “일반적 로스쿨들이 이러한 선별절차가 없이 여러 차례의 유급을 통해서만 법학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탈락시킬 수 있다는 점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며 “온라인 로스쿨에서는 1년의 예비과정과 이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통해 입학자원이 로스쿨로 과도하게 편중되거나 이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1년의 예비 및 유급절차가 이른바 ‘고시낭인’ 또는 로스쿨 체제에서의 ‘오탈자’라는 부작용을 막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 등 다양한 의견 나와 = 최 교수의 기조발제가 끝난 뒤 △야간로스쿨의 설치 방안(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온라인 로스쿨 도입 논의와 관련하여(백혜원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위원·법률사무소 율선 변호사)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에 관한 우려(최종연 대한변협 제2교육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 발언 요지(유경남 법무부 법조인력과 서기관)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 관련 교육부 입장(박창원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서기관) 등 자유토론으로 진행됐다.

이어진 질의 응답 시간에서 참석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직장인이자 방송대 법학과에 다니는 한 학생은 변호사 업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그는 “변호사가 먹고 살 수 있는 시장의 크기나 어려움을 고려해 변호사 숫자를 조절해야 한다는 논리적 근거는 헌법에 어디에 있냐”는 질문에 최종연 변호사는 “헌법 저촉에 대한 문제는 찬반으로 의견이 나눠져 있어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방송대 법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밝힌 한 50대 직장인은 ‘변호사 적정 수’가 도대체 헌법 어디에 근거하는 것인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 토론자들을 침묵하게 만들기도 했다. 특히 자신을 방송대 법학과 출신이라고 밝힌 법조문턱낮추기 실천연대 소속 변호사는 “온라인·야간 로스쿨이 로스쿨의 입구를 여는 좋은 대안이었으면 한다. 이와 반대로 로스쿨의 변호사 배출 출구를 통제하는 게 옳은 일인가. 다음 토론회를 개최할 경우 로스쿨 자격시험의 문제에 대해 다룰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딱한 사연을 가진 참석자의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자신을 ‘변시낭인(변호사시험 낭인)’이라고 칭한 그는 “29살에 로스쿨에 입학했는데 시험 기회를 5번으로 제한하는 ‘5회 응시제한’ 조항에 걸려 더 이상 변호사시험을 볼 수 없다. 올해 39세에 달해 현실적으로 기업에도 취업하기 어려운 나이”라며 “온라인 로스쿨이 도입된다면 저와 같은 응시 금지자에게 재교육 등을 통해 다시 입학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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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wc***
    직업 선택의 자유를 위해서, 타자격증과의 형평성을 고려하기 위해서, 그리고 원래는 시험 응시 제한이 학력 제한이 아니던 사법 고시를 떠올려 보면서 지나치게 강화된 현 로스쿨 법조인 제도의 문제(지나친 학비 부담 문제, 전문성 문제, 공정성 문제 , 소수의 법조인 양성 등)를 보안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완화된 법조인 관련 제도 도입을 해야합니다. 그래서 방통대에 로스쿨이 개설되는게 맞다고 봅니다.
    2022-02-18 23:36:33
  • kum1***
    한국방송통신대의 온라인 로스쿨이 하루 속히 생기기를 희망합니다!
    2022-02-10 13:18:49
  • grea***
    온라인 로스쿨 도입 진심기원합니다!
    2022-01-26 23:14:14
  • ousu***
    방송대 온라인 로스쿨 도입이 빠른시일내에 이뤄지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21-08-31 21:37:25
  • bono***
    방송대 로스쿨 도입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21-01-29 13:20:26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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