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일본정부 국비유학생 제도와 대학원 과정

필자는 2017년 4월 일본에서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다. 입학 전의 예비과정에 해당하는 연구생으로 1년, 석사과정 2년을 보낸 후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물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공부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지만, 금전적인 부담 없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한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 입학금과 등록금은 일본 정부에서 학교로 직접 지원되기 때문에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매달 생활비로 약 170만원(연구생 14만6천엔, 석사과정생 14만7천엔, 박사과정생 14만8천엔)이 개인 통장에 송금된다.

 

가까운 나라인 만큼 일본에는 한국인 유학생이 많다.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이라면 대학생이나 어학연수생을 떠올리게 된다. 반면 대학원 유학은 비교적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데, 일본 정부의 국비유학생 제도를 활용하면 금전적 부담 없이 일본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입학금과 등록금은 물론이고 생활에 필요한 비용까지 지원해주는 일본정부 국비유학생 제도와 일본에서의 대학원 생활을 소개하고자 한다.

작은 성취감이 낳은 학문의 길 
일본 유학에 앞서 필자는 다른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으로 직장에 다녔다. 그러던 중, 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공부를 멈춘다는 것이 왠지 아쉬웠고, 계속해서 나와 주변 사회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대학 시절 일본 나가사키에서 5개월간 교환학생으로 지낸 경험이 있는데, 우리나라 사회와 정말 비슷하면서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다른 일본 사회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었다. 다른 대학에서는 법학을 전공했지만, 일본 사회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방송대 일본학과에 편입해 2년간 공부했다.

 

방송대 일본학과가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일본의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일본어, 일본문학, 일본의 사회와 문화, 일본의 정치, 일본의 경제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일본을 바라보니 일본을 바라보는 관점, 나아가서는 한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친절하게 쓰여있어 언뜻 쉬워 보이지만 단계별로 층층이 난이도가 쌓여 절대 만만하지 않았던 방송대 교재와, 어려운 교재 내용을 꼭 학생들에게 잘 이해시키고 싶다는 열정이 느껴지는 교수님들의 강의가 점점 나를 학문의 매력에 더 빠지게 했다. 물론 익히 알려진 대로 빡빡한 방송대의 학사일정을 따라가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과제를 충실히 해내고 시험을 준비하려면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 못지않은 시간 투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한 과목씩 성취해내니 조금 더 공부하고 싶은 다음 욕심이 생기고, 다음을 성취하고 나면 그 다음이 보였다. 그렇게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쌓이면서, 일본 대학원에 유학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본은 가까운 나라지만 외국이기 때문에 학비는 물론이고 생활비 부담이 적지 않았다. 특히 공부를 하려면 직장을 그만두고 유학을 가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고민하던 때, 방송대 일본학과 홈페이지에서 일본정부 국비유학생이라는 제도를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국비유학생에 합격하기 위해 방송대 공부와 국비유학생 시험공부를 병행하면서, 조금씩 학문의 길을 향해 나아가게 되었다. 방송대에서 기본을 쌓고 공부한 덕분인지 무사히 국비유학생에 합격하게 되었고, 나의 생활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직장인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으로 바뀌게 되었다. 

연구계획서 토대로 연구 수행 여부 중점 평가
이렇게 일본 정부가 국비로 장학금을 주는 제도는 한국인 유학생 외에도 전세계 많은 나라의 유학생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원 연구유학생으로 매년 30~35명 정도가 선발되고, 선발과 관련한 모든 업무는 주 대한민국 일본대사관에서 담당한다. 일반적으로 매년 5월에 서류 접수가 마감되고 6월에 필기시험, 7월에 면접을 치른다.

 

서류 접수에서는 기본적인 신상 정보와 함께 대학 졸업(예정) 여부, 대학 성적, 어학성적 등을 증명하고, 연구 실적이 있을 경우 그와 관련한 서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연구계획서를 제출한다. 이 때 제출하는 연구계획서는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로 쓰이며, 향후 진학할 대학원에도 제출하기 때문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 작성하는 것이 좋다.

 

필기시험은 일본어와 영어 두 과목을 치르게 되는데, 문과계열과 이과계열의 서류 접수 지원자 비율대로 합격자가 선발된다. 예를 들어 문과계열 지원자가 200명, 이과계열 지원자가 100명이라면 2:1의 비율대로 문과계열에서 40명, 이과계열에서 20명이 필기시험에 합격하게 된다. 필기시험의 합격자 수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통상 최종 선발자(30~35명)의 2배수(60~70명) 정도였다.

 

필기시험 중 일본어는 JLPT N1과 비슷하거나 조금 어려운 수준이다. 다만 일본 유학을 지원하는 만큼 대다수의 지원자가 높은 수준의 일본어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특히 문과의 경우 기출문제의 대부분을 맞출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을 쌓기를 추천한다. 영어 과목은 우리나라의 수능이나 토익과는 꽤 다른 유형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별도의 공부가 필요하다. 문법 문제의 비중이 높고, 지문의 길이도 길기 때문에 기출문제를 참고해 수험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다.

 

면접은 전부 일본어로 진행되고, 제출한 연구계획서를 토대로 실제로 대학원 진학 후 연구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필자의 경우에는 필기시험 후 약 한 달간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스터디를 진행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일본어로 즉석에서 대답하는 연습을 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면접까지 통과하고 나면 직접 진학하고 싶은 대학에 지원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때 연구생으로 지원해 대학의 허가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고, 대학이 요구하는 조건을 갖추고 시험에 합격했다면 석사과정이나 박사과정을 바로 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학교마다 연구생이나 석사, 박사과정 입학에 대한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희망하는 학교의 학과 홈페이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대학원마다, 또 지도교수님의 재량에 따라 제각각이기는 하지만, 국비유학생 외의 유학생은 입학이 불가능한 연구실도 존재하는 등 금전적 측면 외에도 국비유학생 신분으로 유학하는 것이 유학생활에 유리한 점이 많다.

 

첫 해의 가장 큰 목표는?

국비장학생에게는 연구생 신분으로 최대 2년간 일본에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데, 이는 반대로 2년 안에 석사과정이나 박사과정에 진학하지 못하면 국비유학생의 자격을 잃게 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생으로 유학을 시작한 경우 첫 해의 가장 큰 목표는 석사과정(혹은 박사과정) 입시 합격이다.

 

필자는 연구생으로 지낸 1년간 지도교수님의 대학원 수업과 학부 수업을 청강하며 입시를 준비했다. 학교마다 대학원 입시 기출문제를 제공하고 있어서 많은 참고를 했고, 수업에서 알게 된 주변 사람들과 학교에서 지정해준 학생 담당 튜터의 도움을 받았다. 연구생은 정식 학생이 아닌 예비과정생이기 때문에 필수과목 등의 규정 없이 자유롭게 공부하게 된다. 그렇기에 더더욱 지도교수님과 주변 선배들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해 성공적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본 대학원, 연구에 전념하기 딱 좋아

일본 대학은 학교별로, 또 학과별로 규정도 다르고 분위기도 달라서 일률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필자가 다니고 있는 학과의 경우에는 일단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면 유학생이라는 이유로 느낄 법한 이질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일본어 수업을 필수로 이수해야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졸업요건이나 논문에 필요한 조건도 일본인 학생들과 동일하고, 특히 한국인 유학생 선배들은 일본인 학생과 똑같이 경쟁해 일본 대학이나 연구소에 취업하고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일본 학계에 한국인 연구자들이 다수 분포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필자와 다른 분야에서도 많은 한국인 유학생들이 외국인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일본 대학원의 특징은 정말 큰 ‘자유’이다. 일반적인 한국 대학원에 비해 학생에게 세세한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생길 가능성도 비교적 적은 환경이다. 물론 이런 환경에서는 본인이 세미나나 학회 참여, 논문 투고 등을 스스로 찾아보고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한다. 스스로 찾아나가야 한다는 점이 힘들 수도 있지만, 자신의 연구를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유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평화로운 환경에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또 일본 대학원 학생들에게는, 연구자가 되려면 꼭 영미권으로 유학을 다녀와야 한다는 생각이 거의 없는 듯 하다. 실제로 일본 학생들의 유학 비율이 우리나라에 비해 적은 편이고, 연구자가 되기 위한 커리어에도 유학 경험이 꼭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필자의 전공분야 담당교수님도 대부분 교토대 대학원 박사 출신으로, 본인이 공부한 곳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가까이에 있는 롤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해외에서 새로운 시각을 접하는 경험도 연구자에게 좋은 자극이 되겠지만, 본인이 있는 곳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하면 충분히 뜻을 펼칠 수 있다는 믿음도 미래가 불안한 학생들에게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토대 법학연구과 박사과정 재학 중 일본정부에서 지원하는 국비유학생으로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이자 가장 큰 장점은 단연 금전적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의미는 단순히 돈이 들지 않는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연구를 하면서 유학생, 일본인 학생을 막론하고 많은 학생들이 여러 장학재단에 연구지원을 요청하게 된다. 하지만 일정 금액의 생활비까지 지원받고 있는 국비유학생들은 연구 시간을 쪼개 지원서를 작성하고 장학재단의 요건에 맞는 연구를 진행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안정된 생활 기반을 갖고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가장 큰 행운이자 혜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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