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전쟁 70주년 기획 ‘다시 평화의 눈으로 DMZ를’

한국전쟁과 관련해 인제하면 ‘현리전투’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1951년 5월 16일부터 22일까지 인제군 기린면 현리에서 벌어진 중공군-북한군과 우리 국군 간의 전투다. 국군은 이 전투에서 뼈아픈 패퇴를 기록해야 했다. 그런 인제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문화와 삶, 예술이 어려 있는 친근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역설인 것은, 처절한 전쟁의 상처가 서린 곳이어서, 마치 처음부터 그런 삶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평화와 치유의 눈으로 DMZ를 바라볼 때, 삶의 일상성을 먼저 회복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제(麟蹄)’라는 지명은 고려 태조 23년에 얻은 이름이다. 그전까지 이 고장의 이름은 ‘돼지 발’로 직역되는 ‘저족(猪足)현’으로 불리다가, 상상의 동물인 기린(麒麟)을 가리키는 인(麟)에 발굽 제(蹄)라는 예사롭지 않은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곳이 원래 복을 불러오는 돼지를 많이 키웠는지는 모르지만, 기린은 성인(聖人)이 세상에 등장할 때 동반하는 네 가지 영물 중 하나다. 재주가 뛰어나고 총명한 젊은이를 가리키는 ‘기린아(麒麟兒)’라는 말로 흔히 쓰인다. 기린아들이 족적을 남기는 고장, 즉 인제라는 지명은 재주와 지혜가 뛰어난 젊은이들이 자라는 터전에 대한 바람으로 읽을 수 있다. 이곳에 흔적을 남긴 문화 인물들을 쫓아 길을 나섰다. 인제의 기린아들은 도도한 역사의 물결 위에서 삶의 애환과 자연의 멋을 표현해낸 이들이다. 산촌민속박물관, 고단한 추억태백산맥 서쪽에 자리 잡은 인제에선 험준한 산악지형에 적합한 삶의 방식을 일구어왔다. 그 흔적을 살펴보고 간접 체험을 돕는 인제산촌민속박물관은 날아오르는 새를 모티브로 삼아 건축했다. 산촌 사람들은 계절의 흐름에 순응하면서 생존을 위협하는 자연환경에 끊임없이 대응하는 삶의 지혜를 독특한 문화로 만들었다. 이곳은 크게 두 가지의 테마로 구성돼 있다. ‘산촌 사람들의 삶과 믿음의 세계’는 산촌의 가옥, 세시풍속, 생업, 신앙 등을 소개하고, ‘산촌 사람들의 애환과 여유’는 올챙이국수, 막국수, 옹심이 등 산촌 음식과 천렵, 부럼 깨기, 단오취떡 등 민속문화를 전시한다. 산업화로 사라진 산촌문화의 일상을 보여주는 아기자기한 디오라마(diorama)가 관람객들을 반긴다.  한국전쟁과 관련해 인제하면 ‘현리전투’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1951년 5월 16일부터 22일까지 인제군 기린면 현리에서 벌어진 중공군-북한군과 우리 국군 간의 전투다.국군은 이 전투에서 뼈아픈 패퇴를 기록해야 했다. 그런 인제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문화와 삶,예술이 어려 있는 친근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평화와 치유의 눈으로 DMZ를 바라보려면, 삶의 일상성을 먼저 회복해야 한다.박인환문학관, 고통의 형상화박물관 맞은편엔 1950년대 ‘명동백작’으로 불린 시인 박인환을 기리는 공간이 있다. 산골 마을에서 자란 시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전후 도시의 모더니즘 경향을 대변했다. 허무가 지배하는 시대상 속에서 도도한 낭만성을 드러내는 그의 시는 비참한 현실에 대한 고발이자 도피였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로 시작하는 「목마와 숙녀」는 박인환의 대표작이다. 그는 문인과 멋쟁이들이 모이던 당시 명동거리의 멋쟁이였다.박인환문학관은 저녁 어스름에 문인들이 모여들던 명동거리의 풍경을 소박하게 재현해 놓았다. 박인환이 1945년 종로에 열었던 서점 ‘마리서사’는 문학과 실존을 고민하던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방이었다. 전쟁이 휩쓸고 간 길에 남은 짙은 절망감과 시대의 불안감은 종군기자 출신인 시인의 내면을 압도했다. 박인환은 폐허 속에서 느끼는 삶의 비애를 죽음의 정서로 표현했다. 그는 투신자살한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을 떠올리며 이렇게 읊는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지금 이 순간에도 삶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누군가는 스스로 삶을 등지기도 한다. 떠난 자들을 기억하는 남은 자들은 오늘도 한 잔의 술잔을 나눈다. 어느 철학자는 ‘맹목적 의지’로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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