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20세기가 21세기에게 ⑨ 경제학

최정규 경북대 교수·경제학 - 미국 앰허스트 소재 매사추세츠주립대에서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산타페 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으며, 2005년부터 경북대에서 강의해 왔다. 『이타적 인간의 출현』, 『게임이론과 진화다이내믹스』 등의 책을 썼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회를 이루어 살고 있다. 저마다의 목적이 있고, 저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 갈등에 처하기도 한다. 서로는 추구하는 바도 다르고 또 이해관계도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로 충돌하고 갈등하는 개인들이 함께 모여서 사회를 이루고 또 좋은 결과를 내는 게 가능하기는 한 일일까? 각자의 목적을 추구해 나가는 사람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한데 어울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지난 2~3백년간 많은 이들이 고민해온 바다. 일군의 사람들은 선한 본성이 이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이들은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바라는 바를 위해 노력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타인과의 충돌이 일어난다면 자연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절제하고 통제하려는 본성을 갖고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러한 본성에 따라 외부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자율적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 믿었고, 그러한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어떤 이들은 좋은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 좋은 본성에만 기대기에는 인간의 본성이 불안정하고 이해관계에 휩쓸리기 쉽기에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간의 선한 본성에 기대기보다는 본성이 어떻든 모두가 악한 본성을 갖는 최악의 경우에조차도 서로간의 충돌을 피하고 갈등을 해결해줄 수 있는 제도를 찾아내거나, 그런 제도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크게 보면 지금껏 경제학은 후자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경제학자들의 눈에 그러한 제도는 다름 아닌 시장이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물건 대부분은 우리를 아는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한 번도 마주칠 일 없는 저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만든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만든 생산물이 어떻게 내 손에 도착해서 내 필요를 충족시키게 되는가? 역설적이게도 우리 사회의 대규모 협력은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만을 위해서 행동한 결과로 작동하며, 그 결과 사람들이 자신들이 아는 누군가를 위해서 생산을 했더라면 달성할 수 있었던 수준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생산하게 되었고, 사회는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즉, 경제학자들이 보기에 시장이라는 메커니즘은 우리가 우리 눈에 보이는 누군가를 넘어서 생면부지의 누군가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게 만들고, 자신의 이익만을 보면서 행동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복지를 증진시켜주는 대규모 협력체계를 가능케 하는 인류의 성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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