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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노동가능인구 보호는외면하면서

미래의 노동가능인구를 늘리는 것이 가능할까?

답은 분명하다. 가능하지 않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하위다. 1.0 아래로 떨어진 지도 수년이 지났다. 이에 따라 인구절벽과 노동가능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수많은 지원금과 연구비를 투입해서 출산율을 높이고 인구절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래도 가임여성들의 출산 ‘기피’는 요지부동이다. 2018년의 합계출산율은 0.98, 2019년은 0.92였다. 2020년에도 1분기의 합계출산율이 0.90이었으니 감소 추세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출산율 감소에 대해 우려하는 주된 이유는 노동가능인구가 줄어든다는 것 때문이다. 기대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와 정반대로 이들을 부양할 사람이 줄어든다면 사회가 제대로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니 정부에서 매년 수십조원을 투입해서라도 출산율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런데 신생아를 늘려서 미래의 노동가능인구를 늘리려는 정부의 노력은 감탄할 만한 수준이지만, 정작 현재의 노동가능인구를 보호하려는 노력은 대단히 초라하다. 오히려 감소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우리 사회에서는 노동가능인구를 죽음에 노출시키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일이 거의 ‘관행’처럼 되어 있다. 휘발성 가스가 차오르는 작업을 하는 곳에서 불꽃이 튀는 용접을 시키고, 유독가스가 가득한 하수관에 보호장구 없이 들여보내고, 안전 점검이 허술한 작업라인으로 젊은 노동자를 밀어넣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곳이 우리 사회다.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은 은밀하게 이뤄져 잘 들어나지 않지만 만연해 있다. 훈련과 훈육을 이유로 벌어지는 모욕과 학대가 다반사고, 효율성이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인권유린적인 수사행위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그런데 죽음에 노출된 상태에서 작업을 시키는 경우와 달리, 이런 일은 노동인구를 감소시키는 위중한 결과를 가져와도 대체로 처벌없이 넘어간다. 2019년 12월 1일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검찰수사관의 경우 조사를 담당했던 자들에 대한 조사나 질책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20대의 운동선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일도 그 선수가 분명하게 가혹행위에 대한 글을 남기지 않았더라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현재의 노동가능인구 보호는 외면하면서 미래의 노동가능인구를 늘리는 것이 가능할까? 답은 분명하다. 가능하지 않다. 반면에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투입하는 수십조원을 눈앞에 보이는 현재를 위해 투입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휘발성 가스가 발생하는 작업이 끝난 다음 가스를 제거하고나서 용접작업을 시키는 업체에 지원금을 지급하고, 노동자에게 방독면과 유독가스 제거용 환기팬을 제공하고 하수관에 들여보내는 업체에 포상금을 주고, 항상 안전한 작업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기업에 그 유지비용을 지급하면 적어도 현재의 노동인구감소를 막는 성과는 거둘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노동인구를 늘리기 위해서 수십조를 투입하는 것보다 막대한 자원을 들여서 얻은 현재노동인구를 지키는 데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 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 성과가 드러나고 알려지면 미래의 노동가능인구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지지 않을까?


노동가능인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뾰족한 수단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노동가능인구 감소를 유발했다는 면에서 반사회적인 행위를 저지른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런 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노동가능인구 감소유발 처벌법 같은 것을 만들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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