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전쟁 70주년 기획 ‘다시 평화의 눈으로 DMZ를’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눈 남북의 군사기지와 초소를 빼놓고 본다면 마치 평화로운 초원 같은 군사분계선에는 사실 아무런 철책선도 없다. 견고한 철책은 DMZ보다 사실 우리 마음속에 더 깊이 박혀 있다. 물론 2020년 7월 현재 모든 DMZ 전망대와 민통선 출입은 막혀 있다.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과 멧돼지 사냥에 이어 2020년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는 아직 사라질 기약이 없지만, 접경지역엔 머지않아 다시 ‘봄’이 오리라 믿는다. 이곳은 사실상의 중무장지대에서 실질적 비무장지대로, 다시 평화지대로 나아갈 것이다.전쟁으로 인해 파괴되고 분단된 근대 도시, 철원의 전망대 네 곳 중 가장 동쪽에 있는 승리전망대는 비무장지대 동서 전체에서 거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해발 495m의 군사적 요충지인 전망대에선 고요한 가운데 DMZ의 사계(四季)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비무장지대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서로 거리를 좁히며 다가선 결과, 승리전망대에선 남북이 불과 수백 미터 거리를 두고 있다. 북한군의 이동 모습, 경원선 철도의 흔적 등이 유리 너머 액자처럼 눈앞에 펼쳐진 땅이지만, 이곳에선 북쪽 방향으로 사진을 찍을 수 없어 눈에만 담아 온다.평화와 생태가 만나는 곳철원 DMZ생태평화공원은 환경부, 국방부, 철원군이 협약해 조성한 비무장지대 민간인 자연 탐방지다. 현재 민통선 북쪽 지역인 이곳은 DMZ의 평화적·생태적 가치를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2016년에 개장했다. 조용하고 아담한 최전방 마을인 생창리는 1970년 재향군인 100세대가 입주해 ‘재건촌’으로 불렸는데, 화강(花江) 건너편엔 여전히 지뢰매설 지대가 남아 있다.  용양보에서 탐방객들은 잠시 다녀가는 손님일 뿐이다. 이제 거의 삭아버린 출렁다리 위에 가마우지가 앉아 상념에 빠져 있다. 그 아래로 오리들이 유유히 헤엄친다. 용양보 물길을 나누는 분단의 경계선인 ‘통문’을 자유로이 오갈 수 없는 생명체는 사람들뿐이다.  DMZ생태평화공원을 걷다 보면 침탈과 수탈, 그리고 분단과 전쟁이라는 층층이 쌓여 있는 고통의 역사를 돌아보게 된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의 북진로였고, 병자호란 때는 청군의 남진로였던 이곳에 일제는 1914년에 전통 마을들을 병합하고 1930년대엔 도로와 철로를 놓아 중부지방의 자원을 수탈했다.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 ‘철의 삼각지’ 한가운데서 김화군청 소재지였던 생창리 일대는 완전히 폐허가 됐다.하지만 녹슨 철모 위에서 매년 뿌리를 내리고 피어나던 꽃처럼 비무장지대의 생명들은 인간의 손길이 사라져도 스스로를 무던히 꾸려왔다. DMZ생태평화공원은 ‘십자탑(十字塔) 탐방로’와 ‘용양보(龍楊洑) 탐방로’의 두 개의 길로 나눠진다.저격능선전투 지역과 십자탑전망대십자탑 탐방로는 지뢰밭 사이의 군부대 작전도로를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다.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13.1㎞를 돌아 나오는 이 길 옆으로는 지뢰 위에 쓰러진 나무와 이끼가 겹겹이 덮인 숲이 보인다. ‘얼레지쉼터’ 주변에는 토종 야생화인 얼레지, 금강초롱 등을 볼 수 있다. 십자탑전망대는 성재산 산등성이에 세워진 거대한 철탑으로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가 북에도 전달되기를 기원하는 취지로 세워졌다고 한다. 전망대 맞은편에는 북한군의 중요한 군사기지인 해발 1,062m의 오성산(五聖山)이 우람하게 솟아 있다. 전망대에서는 DMZ 내부의 풍경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시야를 가리는 나무를 베어내고 풀을 태우다 보니 십자탑 앞의 비무장지대는 흡사 초원지대처럼 보인다. 동서로 띠를 이루는 평원에는 나무 한 그루 남아 있지 않지만 적막감 속에서 평화로움과 긴장감이 묘하게 공존한다. 봄에는 대지의 부드러운 굴곡이 초록 융단 아래로 훤히 드러나고, 가을에는 키 큰 갈대밭이 수놓인다.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수직의 십자탑은 넓게 펼쳐진 수평의 대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십자탑 일대는 ‘저격능선전투’가 벌어진 현장이다. 1950년 가을, 43일 동안 한국군 2사단과 중공군 12군과 15군이 고지의 주인을 33번이나 바꾸면서 고지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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