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고령사회의 두 얼굴

노인교육, 자아통합감 높여
고령세대 평생교육 더 고민할 때

고령 학우들, 방송대는 놀이터라고 생각
젊은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 즐거워

‘스트럴드블럭’이란 말이 있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럭낵’이라는 나라에 거주하는, 영원히 죽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 ‘스트럴드블럭’이 시사하는 바는 오래 살 수 있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는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 수 있는가 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다. 의미 없는 불멸을 동경할 것인가? 사는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 것인가? 이 물음은 오늘날 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사회와도 깊이 연결된다.
이 고령의 시민들은 어떻게 지속가능한 삶을 만들 수 있을까? 다양한 인생 항로가 있겠지만, 노인복지 전문가들은 교육을 통한 자기 발견을 대체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한정란 한서대 교수(보건상담복지학과)가 충남 서부지역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수행한 한 연구(「노인교육 참여가 생성감과 자아통합감에 미치는 영향」, <노년교육연구>, 한국노년교육학회, 제2권 2호, 2016.11)에 따르면, 노인교육 참여 집단이 비참여 집단보다 개인적 생성감, 공동체적 생성감, 자아통합감 모두 높게 나타났다. 또한 노인교육 참여 여부는 개인적 생성감과 공동체적 생성감, 그리고 특히 자아통합감에 중요한 영향요인임을 확인했다. 이 연구를 통해 한 교수는 ‘노인교육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을 내놨다.

60대 이상 신·편입생 꾸준히 증가
10대에서 80대까지 전 연령대가 공부하고 있는 방송대는 특히 이들 고령자들에겐 세대 집합체이자, 희망 발전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곳이다. 최근 10여 년 동안 60대 이상의 신·편입생 추이가 의미하는 바도 이것이다. 2010년 521명(전체 신·편입생의 0.7%)에 그쳤던 60대 이상 신·편입생은 2019년 3,000명대에 진입해 3,120명(7.2%)으로 점차 확대됐다(표 참조). 방송대 고령 세대의 평생교육에 좀더 확실한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제기되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실제 방송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고령 학우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최근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74세의 유춘우 동문은 “자신처럼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도 열심히 공부해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해서 방송대를 선택했는데,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 “지금까지 나만을 위해 살았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시를 쓰고 싶은 마음에서 시 공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80세의 이은봉 학우(국어국문학과 4)는 2016년 3월 방송대에 입학했다. 뭔가를 뚜렷하게 이루겠다는 생각보다는 중학교 시절 막연히 생각했던 문학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서 선택한 것이다. 그는 “무얼 더 한다기보다는 문학동아리 학우들과 문학기행을 하는 것만으로도 듣고 배울 수 있는 게 많다. 마음의 양식이 늘어나는 거 같아 좋다”고 말한다.
실버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그는 학교에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학교가 시험 때 특수반에 10분 더 시간을 주는 것 외에는 다른 지원이 없는 것 같다. 지하철도 65세 이상이면 무료로 승차하는 세상 아닌가. 고령 학우들의 공부 동기와 의욕을 고취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좋겠다.”

허리 협착증과 관절염, 난시, 난청, 고혈압, 전립선 위염증 등 노인이 가진 질병이라면 다 앓고 있다는 79세의 김상문 학우(생활과학부 4)는 현재 아홉 번째 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학교 과제물 작성이나 시험 때면 거짓말처럼 그 아픈 것들을 다 잊는다는 그는 “방송대는 건강한 정신을 갖게 해주는 노년의 약방이고 놀이터다”라고 정의한다.
시골에서 자라 고교만 나온 뒤에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던 김 학우는 처음에 ‘배움이라는 열성보다는 대졸이라는 말을 듣고자’ 방송대를 선택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한참 달라졌다. 정년퇴직 후 3년을 놀다가 관광학과 등을 두루 공부하고 졸업하면서부터 바뀌었다. 뒤늦게 적성에 맞는 학과를 찾아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방송대생으로 남을 것이다. 공부하는 것은 괴롭다. 그러나 혼자서 노는 것은 더 괴롭다. 노년의 행복은 관계에 달렸다. 젊은이들과 함께 놀면서, 행복을 느끼게 된다. 방송대는 괴로움을 풀어주는 곳이다.”
그런 그가 거듭 당부하는 것은 ‘정년 퇴임자들이 방송대를 선택할 수 있게 유인하는 행정’이다. 그의 제안 가운데는 재미난 아이디어도 있다. ‘방송대의 공간적 확장’인데, “공부할 수 있는 장소를 더 넓혀서 노인 복지관이나 노인 경로당에도 방송대 강좌를 열어 일정한 시간을 채우면 방송대 졸업장을 수여하자”는 것이다.

올해 14번째 학과에 도전하고 있는 이강운 학우(왼쪽에서 세 번째)가 지난 2월  동료 학우들과 함께 졸업식에 참여했다.


“방송대는 평생교육의 매혹적인 통로”
지난해 청소년교육과를 졸업하고 올해 일곱 번째 학과인 농학과 3학년에 편입한 81세의 최근옥 학우는 ‘방송대는 평생교육의 매혹적인 통로’라고 말한다. 그는 “공무원 생활을 은퇴하고 넓은 중국 땅을 배낭여행하고 싶어서 중어중문학과를 선택했는데, 중국어를 익힌 뒤 오지 여행을 많이도 했다”고 말한다. 「논어」 학이편에 ‘여력학문(餘力學文)’이란 글이 있다. 남은 힘이 있으면 공부하란 뜻인데, 최 학우도 이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는 “좋은 책에, 좋은 교수에, 좋은 시스템에, 방송대는 평생교육의 매혹적인 통로라고 생각한다”면서 자신 있게 주변에 알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늦깎이 공부였지만, 그는 보람도 많았다고 회상한다. ‘공무원연금수필문학상’ 글쓰기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고, ‘공무원문예대전’에서는 수필 부문 은상을 받았다. 방송대 문학상 에세이 부문도 수상했다. “‘100세 고령세대’의 평생교육에 대해 정부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종전의 다학과 졸업자에게 주었던 ‘기네스상’ 같은 유인책을 학교가 부활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홍보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최 학우는 “방송대에서 열심히 공부한 이를 기려 ‘공부하는 아이돌’ 동상을 학우님들 손으로 세웠으면 좋겠다”는 흥미로운 제안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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