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옥렬의 미술로 읽는 세계사

1889년 324m 81층 높이의 철조 구조물인 에펠탑이 건축됐다. 프랑스혁명 100주년 기념으로 건축된 이 탑은 처음 지어졌을 때는 비난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파리의  상징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세기 초 과학과 산업의 발달을 선도하던 유럽사회는 지하철이 등장하고 카메라도 보급돼 풍경과 인물을 기록하거나 초상화를 대신해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영토를 확장하는 제국주의 정책으로 유럽 각국은 긴장과 불안 속을 지나고 있었다. 1900년 이후의 20~40년간의 인류 역사는 국가 간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속에서 시대적 변혁이 가장 크게 일어난 시기였다.     이러한 변혁기에 가장 주목할 수 있는 것은 1900년대 인류가 한 차원 높은 문명으로 나아가기 위해 억압과 차별에 맞섰다는 점이다. 이 시기 사회변혁을 꿈꾸던 사람들은 차별에 맞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투쟁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1907년 2월, 56명의 여성사회정치동맹(WSPU) 회원들이 여성참정권을 요구하며 시위하다가 경찰의 진압에 가로막혀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앞에서 5시간의 격렬한 대치 끝에 전원이 체포된 사건이 발생했다. WSPU는 1903년 창설된 여성 참정권 운동단체다.   프리다 칼로가 그리고자 했던 시대적 초상은 그의 말 속에서도 잘 드러난다. “나는 결코 꿈을 그리지 않았다. 나는 내 현실을 그렸다.” 루이즈 부르주아에게 작품이란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투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다. 변혁의 시대를 비추는 거울독립과 인권을 위한 투쟁이 한창이던 20세기 초 미술계 역시 화가의 눈과 정신은 이전과 다른 세계관을 갖게 했다. 변혁의 시기에 사회 정치적 이념은 새로운 미술운동을 자극하게 마련이다. 당시 니체의 철학과 원시미술도 젊은 미술가들에게 새로운 눈으로 세계를 관찰하도록 이끌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기존의 2차원적인 미술에서 벗어나 대상을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입체파 미술이 탄생했다. 당시 싸늘한 비판 속에서 시작된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Les Demoiselles d'Avignon)(1907)도 이 시기에 그려졌다. 20세기가 시작되면서 세계는 꿈틀거리는 욕망을 일깨워 19세기를 벗어나 새로운 역사를 쓰고자 했다. 그래서 전통과 권위는 현대의 과학이나 문화에 의해서 전복의 대상으로 급격하게 변화해 갔다. 이러한 변화를 포함하는 ‘현대적’이라는 말은 ‘새로운 것’에 대한 시대정신을 특징한다. ‘현대적인 것’이나 ‘새로운 것’이라는 의미는 항상 과거의 것을 무화(無化)하거나 부정(否定)해서 어떤 새로운 ‘그 무엇’의 도래를 나타내는 전환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예술이 ‘전환’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요구하기 때문이며, 한 시대의 전환은 변화된 경험과 변화된 세계관을 통해서 나타난다. 달리 말하면 한 시대의 문화는 그 문화가 갖는 창조적 체험에 의해 그 시대가 지향하는 어떤 이념을 양산해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술가는 독창적인 행위를 통해 그 시대의 가치관이나 정서를 담아낸다. 이러한 독창성은 비단 예술가의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에게까지 이에 참여하기를 요구한다. 그렇기에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의 작업이 직·간접적으로 후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면, 예술가의 작품과 활동은 한 시대를 상징하는 시대적 초상으로 명명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변혁의 시대를 담은 초상은 삶 속에서 자신을 투영하거나 타인을 비추기도 한다. 기존의 자화상과 달리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시간을 품고 치열하게 호흡한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와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와 마주하면서 그것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11~2010)의 작품을 통해 상처를 품는 삶, 그 시대적 초상을 본다.   프리다 칼로, “나는 내 현실을 그렸다”프리다 칼로는 1907년 멕시코에서 독일 이민자 아버지와 인디오 스페인 혈통의 어머니 사이에서 셋째 딸로 태어났다. 어머니가 출생 직후 병이 나서 원주민 유모의 젖을 먹고 자랐는데, 그 기억은 그가 멕시코인의 정체성을 갖는 근거가 됐다. 6세에 소아마비, 16세에 교통사고, 30여 차례의 수술, 남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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