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옥렬의 미술로 읽는 세계사

서양의 몰락(1918-22)은 독일의 문화 철학자인 슈펭글러(Oswald Spengler, 1880~936)가 지은 책으로 출간되자마자 논란을 낳았다. ‘세계사의 형태학 소묘’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에서 슈펭글러는 “문화는 하나의 생물체처럼 태어나 성장하고 노화하며 결국 소멸된다. 그리고 문명은 일련의 주기를 거치기 때문에 역사가는 과거를 재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주기로 볼 때 “서양은 이미 문명 창조의 단계를 지나 물질적 안락의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에 남은 것은 몰락뿐”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제1차 세계대전으로 1천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그의 책이 전하는 비장함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세계대전을 겪은 서구의 ‘깨어 있는’ 사람들에게 슈펭글러의 저작은 어떤 질문이었을까. 슈펭글러가 ‘서양의 몰락’을 ‘대중사회와 민주주의’에서 찾았기 때문에 그의 저작에 대한 당시 학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럼에도 세계사에 대한 슈펭글러의 문화사적 조망은 이후 20세기 사상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특히 그의 문화사 연구방식이 취한 유기체적인 접근과 이슬람권과 아시아를 비중 있게 다룬 시도는 돋보였다. 제1권에는 세계사의 무대에 등장했던 여덟 종류의 고도문화(高度文化)로 이집트, 인도, 바빌로니아, 중국, 그리스, 로마, 아랍, 멕시코 마야민족을 언급하면서, 각 문화가 고유한 운명에 따라서 발생, 성장, 성숙, 몰락이라는 주기를 경과하면서 세계사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슈펭글러의 구상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불안과 절망에 빠져들었던 유럽에 영국의 역사학자인 토인비(Arnold Toynbee, 1889~1975)의역사의 연구로 계승됐다. 토인비의 역사 연구는 국가나 시대가 아니라 ‘문명사회’를 전제해 세계사의 여러 문명들을 21개로 분류하고, 이 문명이 밟게 되는 ‘발생, 성장, 쇠퇴, 해체’ 과정의 공통된 역사법칙을 구명해, 거시적이고 포괄적인 문명사관을 전개했다.문명사의 격변과 인류의 좌표1919년은 인류 최대의 참변을 겪은 세계대전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하는 다자간의 조약이 체결되는 해였다. 베르사유조약(Treaty of Versailles, 독일제국과 연합국 사이 맺은 제1차 세계대전 후의 평화협정)에서 패전국인 독일은 알자스-로렌(Alsace-Lorraine)을 잃었다. 같은 해, 러시아에서는 제3인터내셔널, 즉 코민테른이 출범했다. 스탈린의 집권으로 유명무실해졌지만, 마르크스-레닌주의 정당의 국제적 조직체인 제3인터네셔널은 창당 이후 스탈린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할 때까지 약 10여년간 세계 공산주의 활동에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당시 아시아의 문화 역시 격변을 거치고 있었다. 특히 중국에서는 반제·반봉건운동이 전개되고 있었다. “밖으로는 국권을 회복하고 안으로는 국적(國敵)을 처단하자”는 구호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바로 ‘5·4운동’이다. 이 운동은 파리평화회의 결과와 당시의 정권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 1919년 5월 1일부터 5월 3일까지 베이징의 신문에 산둥의 주권을 일본에게 빼앗긴 소식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5월 4일, 베이징의 13개 대학교 3천여명의 학생들이 천안문광장에 집결해 주권 회복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같은 해에 김규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표 명의로 된 탄원서를 파리 강화회담에 제출하고 외교활동을 전개했지만, 프랑스 당국은 ‘정부가 아니면 참여할 수 없다’며 한국 대표단을 문전박대한 사건이 있었다. 베트남의 청년 호찌민은 8개 항의 청원을 담은 ‘베트남 인민의 요구서’를 파리 강화회담이 열리고 있는 베르사유 사무국에 제출했지만, 조선의 대표단이 겪었던 것처럼 이 요구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호찌민도 회담장 복도에서 쫓겨나고 말았다.당시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는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놓여 있었다. 1919년에 이집트에서는 반(反) 영국 자주운동이, 터키에서는 독립전쟁이 진행됐다. 그리고 인도에서는 간디 주도로 영국의 제국주의에 맞서 비폭력 저항운동이 일어났다. 중국의 문인인 루쉰(魯迅, 1881~1936)은 베이징 신문인 <신보(晨)>의 부록판으로 당시 중국의 현실을 통렬하게 풍자한 아큐정전을 매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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