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대명저 106선 해제

미국 흑인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타임>지 선정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명’에 손꼽히는 토니 모리슨은 1931년 가난한 흑인 노동자의 딸로 태어났다. 부모님의 영향 아래 전통적인 흑인 민담과 구전 노래들을 들으며 자랐으며, 어릴 때부터 굉장한 독서광으로 문학적 감각과 기초를 쌓았다. 윌리엄 포크너와 버지니아 울프를 전공했으며, 1957년부터 대학 강의를 하며 결혼해 두 아들을 낳았으나 가부장적인 남편과의 불화로 6년 만에 이혼했다. ‘흑인, 여성, 작가’로서의 토니 모리슨흑인여성작가를 찾아보기 힘들던 시절 랜덤하우스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39세라는 늦은 나이에 1970년『가장 푸른 눈』으로 등단했다. 1973년에 출간한 두 번째 소설『술라』가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르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1977년작『솔로몬의 노래』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고, 1988년『빌러비드(Beloved)』로 퓰리처상, 미국도서상, 로버트 F. 케네디 상을 수상했다. 1993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전 세계가 모리슨을 주목하자 흑인이자 여성이며, 흑인에 관한 이야기만 쓰는 그녀에게 미국 백인사회로부터 백인에 관한 글을 써서 주류에 편입하라는 회유가 잇따랐고, 흑인독자들은 흑인문화와 흑인이미지를 고상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그리지 않는다고 그녀를 맹비난했다. 모리슨이 백인남성중심사회에 고착된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를 직접 겨냥하기보다 그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흑인사회의 문제를 가시화시킴으로써 둘 다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최상의 예술이란 정치적이면서 동시에 아름다워야 한다고 주장했던 모리슨은 흑인여성으로서 백인남성중심적인 미국 사회에서 이중으로 ‘타자’의 위치를 경험하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전면에 내세워 미국 내에서의 인종문제와 여성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흑인의 구술 전통을 서사에서 복원해 독자와의 공감적 연대를 추구하고 독자가 참여하도록 만드는 새로운 글쓰기를 구현했다. 2006년 <뉴욕타임스 북 리뷰>가 작가, 비평가, 편집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1980년 이후 최고의 미국소설 1위에 『빌러비드』가 선정된 것은 ‘흑인, 여성, 작가’로서 자신이 선택한 본분을 고수해온 모리슨의 쾌거였다. 2006년 프린스턴대의 교수직에서 퇴임한 후에도 집필 활동에 매진하며 꾸준히 작품을 출간했고, 2019년 8월 5일 8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사랑받는 자’의 중첩된 의미  미국의 역사와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흑인 문제를 노예제에서부터 현대의 인종문제에 이르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으로 다뤄온 모리슨에게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21세기에 들어서며 20세기 미국문학의 정전으로 자리잡은『빌러비드(Beloved)』(1987)다. 이 소설은 실화에 바탕을 둔 작품으로,1856년에 미국 신시내티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의 실존 인물인 마거릿 가너라는 흑인 여자 노예가 노예사냥꾼에게 자기 아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아이의 목을 베어버린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1974년 랜덤하우스 편집자로 근무하던 모리슨이 노예제 초기부터 노예해방까지 삼백 년의 흑인 역사를 담은『블랙 북』을 편집하다가 이 사건 기록을 접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모리슨을 오랫동안 사로잡았지만,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충실히 재현하는 일은 그녀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모리슨은 이 이야기를 소설의 모티브로만 삼았을 뿐, 나머지는 오직 자신의 상상력으로만 채워 역사 속에서 침묵돼온 진실을 밝혀내는 문학적 증언을 수행한다. 성서에서 따온 제목인 ‘빌러비드’는 ‘사랑받는 자’를 뜻하는데, 주인공 세스가 자신의 손으로 죽인 딸의 묘비에 새겨준 글자이기도 하고, 소설 초반 갑자기 등장하는 한 캐릭터의 이름이기도 하며,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기도 하여 그 의미가 여러 겹으로 중첩돼 있다.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삶을 사유하고, 타자에 대한 관계 방식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책임 공동체를 위한 새로운 가능태의 풍경을 그리도록 요구하는 『빌러비드』는 그래서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사실, 모리슨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사랑은 과도하게 기형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거짓된 편견을 타파하고, 인간다움을 재정의하고, 박탈당했던 목소리와 삶에 대한 권리를 되찾기 위한” 수사적 장치로서 사랑 또는 사랑의 부재를 항상 주요한 화두로 삼았다. 미국 역사 속에서 흑인(노예)들은 사랑하고 또 사랑받을 권리가 허용되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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