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리포트의 모든 것

개강과 함께 찾아온 반갑지 않은 손님. 과제물이다. 늦게나마 공부하겠다는 큰마음을 먹고 방송대에 입학했는데, 코로나19 시국에 더해 줄줄이 과제물 폭탄이다. 이제 막 방송대에 발 디딘 신·편입생들이 ‘어?’ 하며 당혹해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과제물은 어떻게 써야 할까? 커버스토리 1면에서는 방송대 과제물의 모든 것을 살펴보고, 대학에서의 글쓰기 의미를 교육적 측면에서 들여다본다. 2면에서는 우수과제물 사례를 분석하고, 3면에서는 방송대 교수들의 과제물 평가 기준을 알아본다.

 

 

#1. 올해 2학기 방송대 농학과에 편입한 A씨는 과제물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방송대는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는 말에 입학을 결심했는데, 웬만큼 시간을 들여 공부하지 않고서는 풀 수 없는 과제물을 제출해야 한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과제물 양도 늘었다. 직장을 다니며 쉬엄쉬엄 공부하려던 A씨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렇게 하루 이틀 보내다간 곧 과제물 폭탄을 맞을 것이란 사실을.

 

#2. 지난 학기에 문화교양학과에 입학한 50대 후반 B씨는 이번 학기에도 과제물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서술형 문제에 익숙한데, 이런 공부를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객관식 문제라면 어떻게든 풀겠는데, 글쓰기 자체에 엄두가 나지 않다 보니 과제물이 공지돼도 시작조차 못 한다. 글쓰기 스트레스가 노년의 공부 열정을 식히는 요즘, 지금이라도 방송대 공부에 필수라는 스터디에라도 가입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바야흐로 과제물 제출 시즌이 다가왔다. 대학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글쓰기다. 다양한 중간·기말 과제물부터 학술 글쓰기의 최종 형태인 논문까지. 대학에서 글쓰기의 중요성은 이른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글쓰기에 대한 부담은 분명히 존재한다. 앞서 본 사례처럼 학생마다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사지선다형 문제 풀이에 익숙했던 학생은 글쓰기 자체가 낯설게 느껴져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우왕좌왕이다. 분석·정리를 주로 하던 학생은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해야 하는 리포트(report) 앞에 좌절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조차 “쓰기 전까지는 내가 무엇을 쓸지 몰랐다”고 말했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는, 리포트란 무엇인가? 글쓰기란 무엇인가?

 

100점 만점에 30점 비중…유형 다양해
대학에서 과제물이란 통상 보고서 또는 리포트라고 부른다. 구체적인 조사·답사·실험·관찰 활동으로 얻어진 사실이나 결과를 보고하는 형식이거나, 학습자의 의견·주장·평가 등이 첨가된 소논문 형식의 글이다. 대학 글쓰기는 자료의 독해와 정리를 하는 경우부터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까지 다양한 형식이 있다.

 

방송대 과제물 유형은 크게 자료기반 과제물과 실습기반 과제물로 나뉜다. 자료기반 과제물은 학습자가 관련 자료를 찾아 작성하는 과제물로 감상·논술·설명·방안제시·사례제시형 등이다. 실습기반 과제물은 학습자가 직접 실습에 참여하거나 방문한 결과를 보고하는 유형으로 실습-보고, 조사-분석-평가형 등이 있다. 과제물 유형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서술형’ 과제라는 공통항이 있다.

 

‘원점’을 맴도는 리포트를 벗어나려면, 출제자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한 후, 먼저 주어진 주제나 대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서술하고, 그런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기 의견을 논리정연하게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적절한 형식과 인용 방법을 따른다면 학술적 글쓰기의 기본을 갖춘 과제물이 될 수 있다.

 

과제물을 작성하는 이유에는 수업내용을 보충하고, 학생의 이해도를 확인하는 일차적인 의미도 있지만, 학습한 지식을 탐구하면서 논리적·비판적으로 사고함으로써 지식을 심화하고, 이를 자신의 것으로 축적하도록 하기 위해서기도 하다. 자신이 속한 학문공동체의 문제의식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호 소통하는 과정을 배우는 기회로도 기능한다.

 

방송대뿐 아니라 일반 대학에서도 과제물은 평가 배점이 높은 편이다. 보통 중간고사를 과제물로 대체하는 일반대 중에서도 인문·사회과학대학은 기말고사 역시 글쓰기인 경우가 많기에, 과제물 쓰기 비중이 높은 편이다. 방송대 과제물은 중간평가 유형 중 하나로 부과된다. 과목당 총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최고 30점에 해당하는 점수를 얻을 수 있는 평가 과정이다. 당분간은 코로나19로 인해 과제물 비율이 늘어날 전망이므로, 방송대에 입학한 첫 1년 동안 과제물 작성 방법을 잘 습득해야 남은 대학 공부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

 

글쓰기, 세상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립하는 방법
하지만 이혜령 방송대 문화교양학과장은 과제물 쓰기를 강의 이해 측면에서 숙제로만 접근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리포트 쓰기를 통해 자신과 세상의 관계를 정립하고, 나아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대학교육 중 인간과 사회와 관련된 학문 분야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세상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정립해나가는 것이고, 그 생각을 다듬는 통로가 바로 글쓰기”라며 “남의 글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한 후,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글을 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글쓰기란 단순히 자기 생각을 기록하는 행위가 아니라, 생각의 바탕을 이루는 적극적인 활동이다. 또한, 자신이 터득한 지식을 자랑하는 수단이 아닌, 어떤 주제에 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교수의 조언은,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정립한 후, 타인에게 전달함으로써 소통·교류하고, 이를 통해 세상을 바꿔나가는 방법이자 통로로서 글쓰기의 의미를 확장하자는 의미로 읽힌다.

 

신현욱 광주전남지역대학장(영어영문학과)은 한 걸음 더 나갔다. 과제물 작성 경험이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사회에 나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지 않다. 발표가 있다고 해도,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반론에 대응하다 보면 어느새 자기 이야기는 증발해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대학에서 과제물이란 나에게만 오롯이 주어진 지면이고, 이 공간에 자신의 논지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적절한 근거 사례를 들어 자신의 논지를 논리적으로 주장해나가는 글쓰기의 특성이 가정과 직장에서 자기 의사 표현을 전개하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어떤 과제물에서는 주어진 자료 분석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기도 하고, 어떤 과제물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더 써야 하기도 하지만, 균형을 잡아 쓴다는 것에는 다름이 없다. 가정과 직장에서도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할 장소가 있고, 더 많이 들어야 할 자리가 있다. 신 학장은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그 훈련의 연장”이라며 “이것이 의식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해서 자기를 탓할 필요는 없다”라고 조언한다. 과제물 쓰기를 계속하다 보면 자연적으로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나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쓰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학문한다는 것 역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이해하고, 누구이어야 하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글쓰기로 알 수 있다. 과제물을 과제로만 대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9월. 과제물 세례를 앞둔 방송대 학우 여러분 모두에게 건투를 빈다.


3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